옳고 그름.

2019.12.24 12:56

chu-um 조회 수:734

얼마전 어디로 갈까님이 직접(!) 창작하신 동화 보셨나요? 저는 인상적으로 읽었습니다. 

그 동화의 주인공은 당나귀도 뻐꾸기도 아니라 그 경연을 지켜보는 동물나라의 관객들이에요. 

누가 더 노래를 잘할까? 궁금해하는 이야기의 동력이 전과 결을 통과하면서 기분좋게 흩뿌려지며 열립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좋은 동화입니다. 


http://www.djuna.kr/xe/board/13692287


제가 소속되어있는 공동체에 어떤 분이 계세요. 공부를 많이 하셨고 계속 공부하시는 분입니다. 

그분의 말씀은 항상 옳았고 앞으로도 계속 옳은 말만 하실 듯 합니다. 

그 누구도 그 분의 말씀이 잘못됐다고 반박하지 못했어요. 올곧고 올곧고 올곧은 분이세요. 


그런데 그 분은 소리를 너무 지르십니다. 욕을 하거나 비속어를 쓰는 건 아니지만 화를 내세요. 

절대로 양보가 없는 분이셨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존경합니다만 평판은 좋지 않으셨죠. 그 분때문에 공동체를 나간 분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그 분의 삶을 지켜보면서 생각한 단상들이 있습니다. 


'어차피 꼰대가 될꺼면 옳은 말을 하는 꼰대가 되자.'

'사람이 떠나면 남는건 그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태도'

'옳든 그르든 신념은 사람을 외롭게 한다'




시간이 지날 수록 그분은 점점 외롭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당신 자신은 항상 당당하셨지만 

저는 그 분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떤 마음의 발로였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래서 다가갔고 깊은 얘기도 나누게 되었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그래 사람에 우월은 없어. 나도 알지. 하지만 어떤 사람은 바닥을 보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  

나도 바닥이 있지만 그걸 어떻게든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한다고. 그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

속으로 '당신이 바닥이라고 하는 그 기준이 너무 높아요...'라고 되뇌었지만 말로 내뱉진 않았습니다. 




어디로갈까님의 동화처럼 어떤 여유와 유머감각이 필요한 시점같아요. 

이 게시판뿐만이 아니라 저 자신에게도요. 

그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003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903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9331
110876 (바낭) 캣츠를 보고 왔어요 [6] 샌드맨 2019.12.28 800
110875 [바낭] 펭수 캘린더 빨리 사세요 [2] skelington 2019.12.28 868
110874 [듀9] 페이스북 광고 시스템에 대한 의문 [8] 로이배티 2019.12.28 468
110873 연말을 맞아 다시 본 반지의 제왕 3부작+ 벌새 [12] 노리 2019.12.28 793
110872 고흐, 영원의 문에서 를 봤어요. [6] 티미리 2019.12.28 604
110871 " 포드 VS 페라리" (스포!!!!!) [3] 산호초2010 2019.12.28 594
110870 "천문" 간단 잡담 [2] 산호초2010 2019.12.28 624
110869 Sue Lyon 1946-2019 R.I.P. [1] 조성용 2019.12.28 263
110868 에어팟 프로 사용기 [3] 예정수 2019.12.28 746
110867 넷플릭스] 아담은 뭐든지 망쳐버려 Adam ruins everything (단평) [1] 겨자 2019.12.28 536
110866 통신 요금의 복잡도 [6] 어제부터익명 2019.12.27 831
110865 선거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 [2] 왜냐하면 2019.12.27 587
110864 한 시간의 평화 [2] Journey 2019.12.27 431
110863 [바낭] 라디오 들으십니까? [6] 칼리토 2019.12.27 815
110862 영화 이야기(결혼 이야기, 기생충) [7] 예정수 2019.12.27 1056
110861 토끼를 좋아하던 한 남자 [7] Sonny 2019.12.27 2124
110860 케빈 스페이시는 [11] mindystclaire 2019.12.27 1240
110859 천문---우정이 그리운 분들께 추천합니다 [4] 라인하르트012 2019.12.27 722
110858 '성군은 없다' - 김영민 [5] waverly 2019.12.27 729
110857 신년 계획 [3] 예정수 2019.12.27 37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