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는 없구요



 - 두 가지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됩니다. 하나는 병원 냉장고에서 탈출한 잘린 손이 어떤 목적을 갖고 어딘가로 향하는 여정이에요. 당연히 사람들 눈에 띄면 안 되고 '잘린 손'의 물리적 한계상 그 길은 험난한 고생길 & 모험길이 됩니다. 다른 하나는 어려서 아주 안 좋은 일을 겪고 우울 궁상 라이프를 살고 있는 청년이 어쩌다 알게 된 여성에게 반해서 접근하는 과정을 그려요. 이 두 이야기가 어떻게 엮이는지, 어떻게 연결되는지... 에는 살짝 트릭이 있는데 뻔한 트릭이지만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 글 제목에 적어 놓았듯이 여러모로 좀 '예술 영화' 향기를 풍기는 작품입니다. 특히 잘린 손 파트가 그래요. 손이 말을 할 순 없는 노릇이니 (애초에 눈도 없고 뇌도 없는데 어떻게... 라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말 없이 슬랩스틱으로 전개되는 고로 뭔가 무성 영화 분위기도 나고. 또 애초에 잘린 손이 지 맘대로 돌아다니는 초현실적인 상황이니 (냉정, 잔인한 분위기의) 동화 같은 느낌도 들구요. 그 와중에 이 손이 상당히 연기를 잘 해서(??) 보다보면 애틋한 느낌이 드는 장면들이 많아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파트는 대부분의 장면들이 아름답습니다. 좀 신기하죠. 말 한 마디 못 하면서 지 맘대로 돌아다니는 잘린 손목이 이렇게 아름다고 애틋한 주인공으로 나오는 애니메이션이라뇨.


 이렇게 잘린 손 부분이 애틋하고 애잔한 동화 느낌이라면 청년 파트는 음... 뭐랄까. 약간 20세기말, 21세기 초에 유행했던 어두침침하면서도 느릿느릿 나른한 '방황하는 청년들' 영화 분위기에요. 세상에 어울리지 못 하는 내성적 청년이 어쩌다 삶의 희망 같은 걸 발견하고 잠깐 발버둥을 쳐보다가 결국 일이 꼬이고야 마는 멜랑콜리한 이야기들 있잖아요. 아무래도 잘린 손 파트의 임팩트가 워낙 크다 보니 상대적으로 좀 쫄리는(...) 느낌이긴 한데 뭐 이 부분만 놓고 보면 충분히 괜찮습니다.

 다만 극사실주의... 같은 거랑은 거리가 멀어요. 이 이야기 역시 다른 파트와 마찬가지로 낭만적이고 시적인 분위기와 이미지들로 결합이 되어 있고 그 중 상당수는 충분히 즐길(?)수 있을만큼 아름답고 애틋합니다. 그리고 막판에 '잘린 손' 파트와 드디어 연결되고 나면 이후의 감흥도 상당하구요.



 - 그러니까 막 재밌고 흥미진진하고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대체로 말수가 적고 이미지와 분위기 위주로 승부하는 영화에요. 하지만 '이게 어떻게 흘러가는 이야기일까?'라는 호기심을 시작부터 막판까지 잘 유지하고 있고 그 과정에 보기 좋고 듣기 좋고 갬성 터지는(...) 내용들이 듬뿍 배치되어 있어서 지루한 느낌은 없습니다. 결말을 보고 나면 살짝 '어쩔?'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 또한 이야기가 의도한 바라고 보구요.

 가끔은 좀 '팬시한 감성'이 과해질락... 말락... 하는 느낌들이 있긴 해요. 현실적 디테일을 과감히 생략하는 부분들이 많기도 하고 결말은 좀 쓸 데 없이 과격한 느낌인 동시에 나이브한 느낌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여러모로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보고난 후의 만족도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한 번 시도해보실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뭐 런닝 타임도 80밖에 안 되니 부담 없이... ㅋㅋ





 - 여담으로, 어차피 넷플릭스 컨텐츠이니 집에서들 보시겠지만 될 수 있으면 큰 화면으로 보세요. 소리도 크게 키우구요.



 - 어쩔 수 없이 '아담스 패밀리' 생각이 자꾸 나서 초반엔 좀 웃었습니다.



 - 보신 분들 대부분이 지적하시는 부분인데 주인공 청년이 하는 짓은 빼도 박도 못할 스토킹이죠. 나중에 진실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면 그런 자신의 행동이 뭐가 문제인 줄도 모르는 모양이구요. 근데 뭐... 주인공 상황을 보면 악의 없이도 충분히 그런 행동을 할 녀석이기도 하고, 또 그게 그렇게 낭만적으로 합리화되는 느낌은 별로 없어서 그러려니 했습니다.



 - 결말이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결말인데, 전 괜찮았습니다. 더 자세히는 말 못하겠지만 암튼 그랬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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