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31 04:22
- 시즌 2 이야기이니만큼 시즌 1의 스포일러는 피할 수 없겠네요. 시즌 2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 시즌 1의 결말에서 거의 그대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쫄보 악당 조는 지옥에서 살아돌아온 전여친 캔디스를 피해 미국 반대편이자 본인이 가장 싫어하는 도시인 LA로 헐레벌떡 도망을 가요. 너무 황급하게 튀느라 돈도 많이 못 챙겨 가서 당장의 밥벌이를 위해 알바 자리도 구해야 하고 뭐 고생이 많습니다. 그래도 그곳에서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운명의 상대임을 첫눈에 알아 본 새로운 녀성에게 반해서 새로운 사랑에 빠졌으니 그 정도는 괜찮습니다... 만. 뭐 시리즈 성격과 장르상 그게 그리 잘 풀릴 리는 없겠죠.
- 제가 시즌 1을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 생각을 해 봅니다.
일단 금사빠 싸이코패스 연쇄 살인마의 사랑이야기... 라는 튀는 소재로 스릴러물과 로맨스물 양쪽 장르를 모두 정색하고 파고드는 아이디어가 좋았죠. 두 장르의 불협화음을 이용한 개그들도 잘 먹혔습니다. 하지만 제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예측 가능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상황에서 살짝 살짝 다른 길로 빠져나가는 작가의 센스였어요.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그렇게 특별할 건 없어 보이는데 계속해서 소소하게 시청자를 한 방씩 먹여주는 거죠.
다행히도 그 센스는 시즌 2에서도 죽지 않았습니다. 전 이번 시즌도 꽤 재밌게 봤어요.
- 그러니까 이번 시즌의 기본적인 발상은 시즌 1을 반복하자, 그런데 계속해서 변주를 하자... 정도가 됩니다.
조는 당연히 누군가에게 한 눈에 반하죠. 근데 연인이 되는 과정은 전혀 다릅니다. 그 연인에겐 또 친구들이 있겠죠? 근데 이 친구들은 시즌 1의 그 친구들과는 전혀 달라요. 조는 당연히 또 누군가를 감금하겠죠. 그런데 감금된 자의 이후 이야기는 전혀 다르게 전개가 됩니다. 어이쿠야 또 조의 옆집에 사는 게 힘든 어린이와 그 보호자가 사네요. 그런데 이후의 관계와 전개가... 뭐 이런 식이에요.
게으르다고 비난할 것까진 없어도 크게 신선할 것도 없는 구성입니다만. 역시 작가가 나름 센스있게 비틀어줘서 생각보다 재밌고 예측이 어렵습니다. 그리고 뭣보다도 재밌는 부분은, 주인공 조가 이런 변화된 패턴에 적응을 못 하고 당황하며 삽질을 연발하는 모습들입니다. 시즌 2의 조는 시즌 1의 조보다 여러모로 덜 위협적이고 동시에 코믹한 성격인데, 이런 코믹함의 핵심이 위와 같은 '부적응' 캐릭터입니다. 어찌보면 시즌 2의 조는 꼭 시청자들의 대변인 같기도 해요. 자기 주변에서 계속해서 벌어지는 황당한 상황들에 놀라고 당황하고 한 방 먹는 게 일이거든요. 등장 인물들 중에 조에게 한 방 먹이지 않는 캐릭터가 거의 하나도 없을 정도이니 뭐(...)
- 아쉬운 점도 당연히 있습니다.
일단 '시즌 1 비틀기'를 좀 지나치게 성실하게 적용하다보니 어느 정도 흐름에 적응하고 나면 이후로는 전개가 대략 예측이 돼요. 적어도 지금 막 전개되는 이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 마무리되겠구나... 는 정도는 짐작이 되죠. 10화 중에서 7화쯤 보고 있자니 엔딩의 윤곽도 짐작이 되고 정말 그와 비슷하게 마무리가 되더라구요.
그리고 좀 산만합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시즌 2의 기본은 시즌 1을 변주해서 우려먹기에요. 시즌 1의 아이디어는 신선함이 생명이었기 때문에 그대로 재탕 해서 또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 수는 없었을 테니 현명한 선택이긴 합니다만. 위에서도 말했듯이 그걸 너무 성실하게 하다보니 독립적인 이야기로서는 완성도가 떨어지고 개연성이 부족해지는 장면, 좀 더 나아가 사실 별로 필요가 없어 보이는 상황들이 종종 나옵니다. 부분부분은 분명히 재밌는데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비포장 도로를 질주하는 느낌.
마지막으로... 시즌 1에서 제가 이 사악한 악당놈의 (지 맘속에선) 로맨스를 그래도 불쾌하지 않게 즐길 수 있었던 건 이 이야기가 주인공의 처지에 거리를 두고 전개되는 이야기였기 때문이었죠. 딱히 주인공의 행동을 합리화하거나 편들어주는 식의 내용은 거의 없었어요. 근데 시즌 2는 분명히 주인공의 처지를 '딱한 모습'으로 그리려는 태도를 보입니다. 뭐 거기에 걸맞게 주인공의 성격과 의도를 (나름 합당한 이유를 넣어서) 수정해두긴 합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이미 시즌 1에서 저지른 일들이 어디로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시즌 2의 이런 태도는 좀 불편했습니다.
- 정리하자면 제 소감은 대략 이렇습니다.
여전히 재밌습니다. 센스 있는 각본으로 만들어진 성공적인 속편이라고 생각해요.
전편을 소재로 삼아서 던지는 농담들의 비중이 너무 커서 좀 팬픽 같은 느낌이 들고, 이야기의 완성도도 전편보다는 분명히 떨어지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시즌 1의 아이디어는 어차피 재활용이 불가능한 성격의 아이디어였고, 이야기는 또 그 자체로 깔끔하게 완결되는 이야기였죠.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이 정도의 이야기를 짜낸 건 최소한 '선방' 이상의 평가를 받을만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전 투덜거리면서도 재밌게 봤어요.
그러니 시즌 1을 재밌게 본 분들이라면 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물론 저는 책임 안 지구요. ㅋㅋㅋ
- 여담으로, 주인공 조 군은 여복이 정말 심하게 좋은 것 같습니다. 시즌 1에서도 그랬지만 시즌 2에서도 주변에 미녀들이 우글우글. 뭐 애초에 본인이 잘 생기고 목소리도 좋고 (겉보기엔) 매너도 좋으니 그런 거긴 하겠지만요. 하지만 그게 정말 복인가를 따져보면 그게 좀...
- 이번 시즌의 여자 친구 '러브'는 '힐하우스의 유령'에 나왔던 슬픈 막내딸 배우가 맡아 연기합니다. 발랄하고 생기 넘치는 캐릭터이긴 한데 음... 힐하우스의 유령으로 알게 되어서 그런지 밝을 때보단 우울하게 가라앉아 있을 때가 더 어울리고 매력적으로 보이더군요.
그리고 옆집 여자의 동생이 정말 귀엽고 예뻐요. 음... 그렇습니다. 정말 예뻐요. 그냥 그 말을 하고 싶었... (쿨럭;)
- 스포일러는 안 적기로 했지만 이번 시즌의 결말이 '속시원한 권선징악'인가 아닌가를 알고 싶으신 분들이 있으실 것 같아서 그 얘기만 간단하게 할 테니 알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아래를 보지 말고 이 글을 탈출해주세요.
아닙니다. ㅋㅋㅋㅋ
하지만 그렇게 해피(?) 엔딩도 아니고 그래요. 결말 자체는 시즌 1의 결말보단 그래도 덜 불쾌해서 맘에 들었습니다.
시즌 3을 예고하는 결말이 아닌 것도 좋았구요.
2019.12.31 19:03
2019.12.31 20:04
2019.12.31 20:23
2020.01.01 22:50
2020.01.01 00:06
서스펜스의 8할은 조의 허술함 때문이라는 게 재밌죠. 전 달달한 롬콤파트만 누가 편집해주면 좋겠어요. ㅋ
1시즌에는 '조 이자식 싸이코패스 스토커 연쇄살인마인 점만 빼면 참 좋은 남자군' 했는데
2시즌에는 '싸이코패스 스토커 연쇄살인마이면 어때 사람만 좋으면(?)되지' 하는 괴상한 생각까지 드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마음깊은 곳에서는 캔디스를 응원할 수가 없었어요. 결국 저는 망가지고 말았습니다.ㅜㅜ
클리프행어의 그분은 아마도 몇번 플래시백으로 등장한 그분이겠죠?
3시즌은 "러브의 달콤살벌한 시월드" 뭐 이렇게 되려나요 ㅋ
2020.01.01 22:59
본문과 관계없는글..우선 죄송합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굽네 고추바사삭
주문했습니다.
굽네 홈페이지가 서버다운인지 느려터져서 배달앱 이용했네요.
뭔가 기쁜마음에 댓글로 감사의 마음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