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제가 클래식 시리즈부터 영화관에서 본 ‘찐’ 세대가 아니라 90년대 VHS로 덕질을 시작한 후발 주자 세대라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전 디즈니 산하에서 나온 스타워즈 영화들이 좋습니다.

광선검이나 우주전 등 스타워즈의 환상적인 세계를 최신 기술로 표현해 낸 것도 물론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제가 디즈니 스타워즈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바로 ‘착한 편’을 다루는 방법입니다.

이전 루카스가 만든 스타워즈 시리즈의 착한 편 파트는 대부분 제다이와 그 동료들로 대표되는 영웅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판타지의 신화로서는 그 편이 좋으니까요.

하지만 그러다보니 ‘선함’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약한게 사실입니다. 악에 맞서는 영웅은 있지만 나머지 착한 편의 사람들은 그저 나쁜 편의 반대 쪽에 위치한 사람들일 뿐이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착한 편 자체의 매력은 떨어지는 편이었습니다. 스타워즈 온라인 게임이나 할로윈 분장에서도 사람들은 다들 제다이가 되려고 했지, 착한 편이 되려고는 하지 않았어요. 저 역시 제다이들과 멋진 전투기들을 제외하면 딱히 선역에 끌리지 않아서 게임을 할 때는 언제나 간지나는 스타 디스트로이어의 제국 내지는 드로이드들이 가득한 분리주의 연합의 유저였습니다.

하지만 디즈니 스타워즈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대신 영웅이 아닌 일반인들이 어떤 희망을 품고 강대한 악에 맞서는 편에 서게 되는지, 그들의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무엇을 위해 활동하는 지를 풀어서 보여줌으로 해서 ‘선의 매력’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시퀄 트릴로지가 영화 스토리의 방향성은 갈팡질팡한게 사실이지만, 적어도 앞의 두 편과 외전 두 편 모두 이런 성향 하나는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죠.

오늘날 악은 더 이상 옛날 이야기의 존재가 아닙니다. 수많은 분야에서 강대한 악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가운데 약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힘을 모아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디즈니의 스타워즈는 매스 미디어의 방식으로 그런 약자 개개인에게 힘을 보태주고 있고, 또 회색지대의 사람들이 선한 역을 선택할 수 있도록 부추깁니다. 전 이것만으로도 디즈니가 이 프랜차이즈를 관짝에서 꺼내올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고 봅니다.

(밖에서 폰으로 쓰다보니 글이 잘 안쓰여진 점 양해바랍니다. 그리고 알아요, 저도. 정작 디즈니가 실제로는 그 강력한 악의 위치에 가깝다는 아이러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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