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5 00:49
1.
자정쯤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왔지요.
근처 놀이터에서 어린애들 노는 소리가 들리길래 평소의 자유로운 영혼들(?)이겠구나... 하고 무심코 쳐다봤는데,
아무리 높게 봐도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1 정도 되는 아이들 남녀 여덟명 정도가 놀이터에서 하하호호 웃으며 피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흔한 쌍욕 한 마디도 안 하고 아주 즐겁고 건전하게 피구에 전념하는 자정의 어린이들.
왜죠...
2.
아래 어제부터 익명님의 '매너' 관련 글을 읽고 그동안 경험했던 가벼운 학교 폭력 사건들이 떠올랐어요.
가볍다... 라는 표현이 영 찝찝하지만 어쨌든 뉴스에 나오고 그럴 일과는 아주 거리가 먼 평범한 애들 다툼 수준에서 끝나고 수습된 일들이었죠.
대략 10년쯤 전부터 이런 다툼에는 꼭 단체 카톡방이나 페이스북 메시지방이 끼어들게 마련이고, 이런 데 개입하다 보면 당연히 그 채팅방의 대화들을 훑어보게 돼요.
근데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 중 최악의 막말과 비교해도 한참 아득하게 우월한 막말의 바다가 거기에 있거든요. 일부라도 게시판에 옮길 엄두도 안 날 정도.
그런데 그 막말 잔치에 참여한 애들 중 거의 대부분이 학교에서 그냥 평범하게, 딱 그 또래 답게 잘 지내는 녀석들이라는 거.
한 번은 정말 심각한 폭력 사건을 저지르고 재판도 받고 보호관찰까지 받는 상태로 강제 전학 온 녀석을 만난 적도 있었는데,
역시 그냥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는 평범한 녀석이었습니다. 하루 이틀 정도 센 척 하다가 (본인도 쫄았던 거죠) 금방 헤헤헤거리며 잘 지냈어요.
같은 반 아이들도 갸가 전학 온 이유를 빤히 알면서도 금방 적응해서 평범하게 어울려 지냈죠. 그 정도로 특별할 게 없는 녀석이었으니까요.
사람이란 참 알 수가 없죠.
3.
지지난 토요일쯤 이베이 옥션인지 옥션 이베이인지에서 어떤 물건을 하나 질렀습니다.
직장에서 쓰려고 구입한 물건인데 가능하면 셀프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이었는데 이놈이 기다려도 기다려도 계속 미국내 이동 중이에요.
일주일쯤 지나도 계속 미국 내에서만 이동중이라 해도해도 너무한다 싶어 판매자 정보를 봤더니 아틀란타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이더군요.
제가 구입한 사이트에서 국제 발송 전 물품 검수를 위해 운영하는 물류 창고는 오레곤에 있구요.
그런데 저는 고등학생 이후로 남의 나라 지리를 들여다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뭐가 어딘지 알지를 못 해서 구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납득.
이렇게 셀프 크리스마스 선물은 셀프 신년 선물로(...)
4.
한때 매주 아이돌 음악 방송을 다 챙겨 보면서 아이돌 잡담 글을 올려대던 시절도 있지만 요즘엔 정말 그 쪽에 관심이 없어서 아는 것도 없습니다.
집 -> 직장 -> 집 -> 직장만 반복하다 보니 길거리에 울려 퍼지는 노래들 듣고 다닐 일도 없고 티비까지 안 보니 최신곡들 전혀 모르구요.
근데 대략 1년 전에 교내 공연 준비하는 어린이들 때문에 강제로 100번쯤 반복 청취를 당하면서 억지로 꽂혔던 노래가 하나 있어요.
그렇게 지겹도록 들으면서도 제목을 몰랐는데 유튜브에다가 가장 많이 들리던 단어를 쳐보니 바로 나오더군요
강제로 꽂혔다... 고 적긴 했지만 노래가 꽤 좋습니다. 정확히는 제 취향이에요. 제가 원래 이렇게 즐거운 척하면서 실상은 청승맞은 음악을 좋아하거든요. ㅋㅋ
고작 1년 전 일이지만 이 시즌이 돌아오니 생각이 나서 간만에 한 번 들어봤는데, 역시 좋군요.
사실 이 노래 때문에 오마이걸에 아주 약간 관심이 생겨서 다음 신곡 나왔을 때 바로 들어봤었는데,
지금은 제목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ㅋㅋㅋ 그냥 쭉 이 노래로 기억하는 걸로.
5.
그러니까 이제 1주일 뒤면 원더키디의 해란 말이죠.
그리고 석달 있으면 제가 '학부모'가 되고 아직도 핏뎅이 같은 저희집 첫째는 12년 레이스를 시작한단 말이죠.
뭔가 생각이 복잡해지려는 기분이지만 실은 다 필요 없고 미쿡에 있는 제 물건이나 얼른 통관해서 올해 안에 도착했음 좋겠습니다. ㅋㅋㅋ
머리 속이 복잡해질수록 최대한 단순하게 생각하고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폼나게 설명은 못 하겠지만 그냥 그게 좋은 것 같아서요. 다른 분들에게 권장할 생각은 없고 그냥 전 그렇습니다.
그리고 메리 크리스마스요.
끝.
2019.12.25 01:21
2019.12.25 09:22
2019.12.25 11:00
축복 감사합니다. 제발 올해 안에 왔으면... 하하하. 경아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2019.12.25 09:43
최근에 빅데이터에 관한 책을 읽다가 이런 식으로 소셜 미디어에 남기는 텍스트들이 제법 빅데이터에 유용하게 활용된다는 내용을 읽었어요. 먼 훗날 인류의 빅데이터를 활용할 인공지능이나 후손들이 20세기/21세기 인류들을 너무 나쁘게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9.12.25 11:02
워낙 역사상 처음으로 거의 전 인류가 문자 기록을 남겨대는 시대라 나중에 연구할 사람들이 볼 게 너무 많아서 보다 지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ㅋㅋ
근데 그렇게 나쁘게 보진 않을 것 같아요. 결국엔 상대 평가로 판단하게 될 텐데 어차피 몇백년 후라고 특별히 더 좋아질 것 같지는(...)
2019.12.25 11:53
2019.12.25 15:58
2019.12.25 09:46
오마이걸을 보니 안타까움에 눈에 물기가..
2019.12.25 11:02
그래도 저보단 훨씬 돈도 많이 벌어 놓고 잘 살 테니 괜찮습니다!!!
2019.12.25 10:05
2019.12.25 11:09
제가 특별히 멘탈이 긍정적인 편은 아닌 것 같아요.
어차피 데리고(?) 살아야 하는 사람 입장에선 그네들의 평범하고 일상적인(=멀쩡한) 상태를 주로 접하게 되니까요. 그저 앞으로도 이렇게 살 수 있겠거니... 그래줬음 좋겠거니... 하는 맘으로 바라보게 되는 거죠. 기사나 소문으로 갸들의 악행 소문만 접하게되는 입장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하하.
2019.12.25 14:23
최근에 '혐오, 교실에 들어오다' 저자의 인터뷰를 읽어봤어요. 책은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기사만으로도 교육이라는 문제가 시스템과 사회 환경과 맞물리면서 풀기 어려운 난제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https://news.v.daum.net/v/20191223224211482
2019.12.25 16:06
2019.12.25 16:59
학교의 문제는 사회의 문제라는 말에 동감X 100이에요. 사회와 학교, 가정은 맞물려 돌아가는 상태인데 학교를 제도적으로
뜯어고치면 교육문제가 해결될거라는 착각에서 계속 입시정책만 고치고, 또 고치고....
2019.12.25 13:35
내부사정(?)을 잘아시는 분이시니만큼, 이제 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를 보시는 마음이 좀 다른 결이시겠다 , 이런 생각이 좀 드네요. 여기는 학교에 일찍 들어가서 제 아이는 아직 만 일곱살이지만, 학교생활은 만 이년을 넘겨가고 있는데요, 가끔 이렇게 놀게만 둬도 되는가.. 이런 생각이 들다가도, 아이생활은 인생에 한번밖에 없는데, 이때를 '준비하는 기간'으로만 생각지말아야겠다는 정당화를 슬쩍 해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뭐 사셨는지 좀 궁금합니다. :)
2019.12.25 16:10
2019.12.25 17:02
1. 자정에 피구라니!!!! 더구나 이 추운 날씨에!!! 자정이라도 조명이 있으니까 하겠지만 한밤 중에 공을 날리는 아이들이라니 신기하네요.
5. 왜 원더키디의 해인가요????? 초등학교 때가 학부모들이 가장 빡센(?) 시기가 아닌가 싶기도 한데 미리부터 걱정한다고
달라질건 없으니 지금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계신게 나을 수 있을거 같아요.
2019.12.26 09:31
산호초님 젊으셨군요!! 실망.... (?)
이 추억의 국산 애니메이션 제목 때문에 요즘 아재들 사이에서 나오는 드립입니다. ㅋㅋ
맞아요. 걱정한다고 뭐 되겠나요. 저도 아무 생각 없이 학교 들어가서 살아남았(?)으니 아들도 굳세게 버텨주리라 근거 없이 대책 없이 그냥 믿어봅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