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4 12:56
얼마전 어디로 갈까님이 직접(!) 창작하신 동화 보셨나요? 저는 인상적으로 읽었습니다.
그 동화의 주인공은 당나귀도 뻐꾸기도 아니라 그 경연을 지켜보는 동물나라의 관객들이에요.
누가 더 노래를 잘할까? 궁금해하는 이야기의 동력이 전과 결을 통과하면서 기분좋게 흩뿌려지며 열립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좋은 동화입니다.
http://www.djuna.kr/xe/board/13692287
제가 소속되어있는 공동체에 어떤 분이 계세요. 공부를 많이 하셨고 계속 공부하시는 분입니다.
그분의 말씀은 항상 옳았고 앞으로도 계속 옳은 말만 하실 듯 합니다.
그 누구도 그 분의 말씀이 잘못됐다고 반박하지 못했어요. 올곧고 올곧고 올곧은 분이세요.
그런데 그 분은 소리를 너무 지르십니다. 욕을 하거나 비속어를 쓰는 건 아니지만 화를 내세요.
절대로 양보가 없는 분이셨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존경합니다만 평판은 좋지 않으셨죠. 그 분때문에 공동체를 나간 분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그 분의 삶을 지켜보면서 생각한 단상들이 있습니다.
'어차피 꼰대가 될꺼면 옳은 말을 하는 꼰대가 되자.'
'사람이 떠나면 남는건 그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태도'
'옳든 그르든 신념은 사람을 외롭게 한다'
시간이 지날 수록 그분은 점점 외롭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당신 자신은 항상 당당하셨지만
저는 그 분을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떤 마음의 발로였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래서 다가갔고 깊은 얘기도 나누게 되었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그래 사람에 우월은 없어. 나도 알지. 하지만 어떤 사람은 바닥을 보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아.
나도 바닥이 있지만 그걸 어떻게든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한다고. 그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
속으로 '당신이 바닥이라고 하는 그 기준이 너무 높아요...'라고 되뇌었지만 말로 내뱉진 않았습니다.
어디로갈까님의 동화처럼 어떤 여유와 유머감각이 필요한 시점같아요.
이 게시판뿐만이 아니라 저 자신에게도요.
그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2019.12.24 12:59
2019.12.24 13:27
배움의 끝이 꼭 아름답지는 않더랍니다. (배운 사람의 전언으로.)
2019.12.24 13:20
바닥을 다른 의미로 쓰신 것 같기도 하지만, 전 오히려 제 바닥을 보이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내가 모르는 건 몰랐다고 하고 틀린건 틀렸다고 인정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사람이 어떻게 늘 옳을 수만 있겠나 싶어요.
2019.12.24 13:30
같은 말인 것 같아요. 틀렸다고 인정하지 않으니까 바닥을 드러내는거겠죠. 몰라서 그러는거라 공부해야하는데
공부하면 꼰대가 되고. 꼰대는 또 자기가 꼰대라고 인정하지 못하고. 사람 뭐 다 거기서 거긴거죠.
2019.12.24 13:21
링크 말미에 불필요한 http:// 가 덧붙여져 오류를 내고 있네요.
2019.12.24 13:25
감사합니다.
2019.12.24 13:23
글을 쓸 때 내면을 돌아보는 사람과 대상에게 집중하는 사람으로 갈리는 것 같습니다.
2019.12.24 15:21
세상의 모든 '옳고 그름'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차라리 '이익과 불이익'이면 몰라도요. '옳고 그름'의 기준을 소리내어 말하는 사람이 이상한 취급을 받기 일쑤인 세상인데 말이죠.
2019.12.24 15:52
그렇죠...
저는 어리석어서 깨지는 경험을 통해서야 인생을 배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