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07 21:32
이제 곧 그만두는 여성분에게 마지막 용기를 내서 다가가보았어요.
우선 그녀가 감기를 앓고 있기에 일요일에 문여는 약국을 찾아서 감기약을 사서
쉬는날임에도 호텔에 가서 몰래 그녀에게 전해줬어요.
그리고 집에 들어와서 쉬고 있었는데
밤10시에 그녀의 송별회가 있다고 해서...
처음엔 거절했어요. 그녀가 절 부담스러워하는 게 느껴졌거든요.
제가 있으면 그녀도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 못할 거란 생각에...
그러다가 어쩌다 초대받아서 저도 송별회에 참석하게 되었어요.
근데 주변 사람들도 눈치를 채고 있었는지 아니면 그냥 놀리길 좋아하는 사람들인 건지
노골적으로 저랑 그녀를 엮어주려고 장난을 치는 거에요.
그리고 그녀의 표정이 썩는 것을 지켜봐야 했죠.
사실 이제와서 말하는 거지만 그녀는 제게 그녀의 비밀을 얘기해줬었어요.
그녀는 사실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을요. 아닌게 아니라 그녀의 프사도 커플링을 낀 여성 두명의 손 사진이었거든요.
그래서 전 그녀가 느낄 낭패감을 이해하고 미안해했어요.
그녀는 술을 잘 못마시는지 소맥 한 잔에 화장실로 가 토하고 쉬러 간다고 하고 방에 들어갔어요.
근데 그녀에게서 곧 톡이 왔더군요.
사실 자기가 동성애자라고 한 건 거짓말이었다고. 프사는 그냥 우정링이고
자신은 모태솔로이며 듬직한 남자가 좋다고.
슬픔씨가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건 알고 있었다고...
뒤통수를 한 방 거하게 맞은 느낌이었어요.
도대체 제가 얼마나 싫었으면...얼마나 부담스러웠으면
동성애자라고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절 거부했을까요.
그 사실이 소름끼치게 무서웠고...사실 너무나 실망스럽기도 했어요.
그녀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전 존중해주고 끝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도 않았고
그녀만을 걱정하고 응원해주고 있었는데 그게 다 헛짓이었다는 사실이 어처구니 없더군요.
어쨌든 쓰나쓴 패배감을 삼키며 술이 목에 들어가는지도 모른체 계속 마셨어요.
그렇게...비참하고 씁쓸하게 차였습니다.
참 이렇게 밝히기도 부끄럽네요. 근데 어디다가는 이 감정을 글로 써야 좀 기분이 풀릴 것 같더군요.
제게 매력이 (더) 있었다면...이렇게 비참한 꼴을 당하진 않았겠죠?
가슴이 아픕니다. 제가 뭘 그렇게까지 잘못했나 생각도 들고요.
사랑받을 자격이 없나봐요...근데 사랑받고 싶고 사랑을 주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는데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2016.03.07 21:55
2016.03.07 22:02
아직은 봄이 요원하기만 하네요. 바람이 찹니다.
2016.03.07 21:57
아.........그러니까, (그것이 설령 거짓이라해도)동성애자라고 밝힌 여성에게 대시했다는거군요-_-. 참...자기 감정이란게 소중하다지만.......
근며칠...아니, 그동안 님의 글을 쭉 읽어봤는데, 제가 님의 개인사를 시시콜콜 아는 것이 아닌지라 텍스트만으로 보자면......사실 님은 별다르게 특별할게 없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특별할게 없는 인생을 살고요.
일을 못하고 적응못해서 고민이라고 하셨지만 어딜가건 초반에 일못하고 욕먹고 이리저리 굴러다니는거나 이직하는건 굉장히 흔한 일이고요.
여기에 적성이란것까지 겹치면 좀 더 스트레스 받지만, 어쩄든 님은 특별할게 없어요.
지난번 글에선 내가 남자로서의 매력이 없나보다 어쩌나 하셨지만, 매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성에게 차이거나 까이는건 지금 이시간에도 실시간으로 전국에서 수십 수백 건씩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라 역시 마찬가지로, 님이 특별할게 없고요. 결국 매력없다는 이유로 그렇게 차이고 까이는 사람들도 자기한테 맞는 사람찾으면 알아서 연애를 하니까요.
그러니, 그냥 님의 삶을 사시면 됩니다. 특별히 떨어질 것도 없으니 암울해하실것도 없고요.
2016.03.07 22:01
좋아했지만 대쉬까지는 안했었어요. 그냥 더 친해지고 싶었을 뿐입니다. 지나가던 직원1이 아니라 좀 더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었어요. 그녀가 동성애자라고 고백했을때 전 진심으로 그녀를 응원했습니다.
주위에서 엮어주려고 하는데 그녀가 커플이라는 얘기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었어요. 본문에도 썼듯이 그녀의 표정이 썩어들어가는 걸 보면서 미안해하기도 했구요.(동시에 가슴아프기도 했고)
근데 경계가 참 모호하기는 하네요. 이런 비판 들어도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2016.03.07 22:02
전자가 거짓인지 후자가 거짓인지 잘 모르겠네요.
2016.03.07 23:10
2016.03.08 08:40
저도 요거!!
다음엔 더 좋으신 분 만나실거예요 토닥토닥
2016.03.07 23:11
시간아 흘러라~ 타임머신타고 흐르지 말고 온몸으로 느끼게 하면서 흘러라~
2016.03.07 23:40
2016.03.07 23:42
분위기 타서 동성애자인걸 얘기했다가 아이고 직장도 옮길텐데 볼일없는 사람한테 먼 얘길 한거야 싶어 거짓말하는걸수도 있죠~
뭐든 그렇게 거짓말 하시는 분이랑 사귄다 해도 그렇게 오래갈것 같지도 행복할것 같지도 않네요.
2016.03.08 00:51
인연이 아닌 거지요. 슬프고 작아지는게 당연한 거지만 너무 오래 그러지는 마셔요. 요즘 많이 따뜻해졌어요. 점심에 산책 어떤가요.
2016.03.08 02:57
설마 별로 관심도 없고 친하지도 않은 사람한테 커밍아웃을 하겠어요.
2016.03.08 12:18
창작활동에 감정을 쏟아보시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요? 예전에 봤던 인상깊었던 문구 중에 하나가 '부족한 사랑 채우는 것이 예술' 이었어요.
2016.03.08 15:38
2016.03.08 19:04
제가 볼땐 김슬픔님은 그분을 좋아한다는 마음보다는 짝이 곁에 없다는 마음이 더 커보이네요. 나는 왜 곁에 짝이 없지라는 자기연민의 생각을 고쳐 먹어야죠. 내 짝은 어디에 있을까... 되물어보다 보면 답이 나와요. 찾아야 나오는 거거든요. 이 생각 고쳐먹는 걸로 당장 뭐가 나오고 생기는 건 아닌데, 굉장히 중요한 사고의 전환이라 봅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바깥에서 여러 에피소드를 만들어 가 보세요. 100%까지는 장담 못 드려도, 70%는 자신있게 말씀 드립니다. 맨날 있는 곳(집같은 곳)에서 한숨 쉬시고 푸념만 하지 마시고요. 확률을 늘린다는 매우 단순보편적인 방법론입니다.
2016.03.08 19:40
그 고백이 진실이었든, 거짓이든, 어느 경우에도 슬픔님이 생각했던 것보다 별로인 사람같아요. 아쉬워하지 마시길.
2016.03.08 22:41
2016.03.09 02:17
듀게 눈팅하면서 님께서 쓰시는 글을 자주 읽었지만 뭐라고 해야하나, 음 회복탄력성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
외부의 자극 하나하나에 너무 일희일비하고 그 때마다 비하에 가까울 정도로 자기검열하는 경향이 있어서 금세 극단으로 치닫는다는 느낌을 항상 받곤 하는데요.
뭔가 조언할 깜냥은 안 되지만서도 연애문제, 아니 적어도 호감 가는 이성에게 접근할 때는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을 좀 가지시고, 어깨에 힘 좀 빼고 '아님 말지 뭐.' 하는 마인드를 가지셨으면 해요.
사회생활이나 일상생활에서는 그런 점이 스스로는 좀 피곤할지언정, 그게 장점이 되는 부분이 분명 있긴 하지만
(여러가지 의미에서) 글에서 언급하신대로 세상 모든 남자들이 님 같지 않듯이, 반대로 세상 모든 여자들 또한 다 그 분 다 같지는 않겠지요.
언젠가 김슬픔 님을 온전히 이해해주는 분을 만나길 바라요.
그리고 그 분의 고백은... 음 저는 슬픔님 당사자도 아니고 그 분은 글로만 접해서 잘 모르지만, 혹시 직장을 떠나게 되면서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 남는 게 불안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금 가라 앉히시고, 쇼핑이나 덕질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봄이 와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