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29 01:13
언제나 그렇지만 개인적인 사견, 편견 등이 함유되어 있는 글입니다.
불편하신 분은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1.
백수가 되고 나서, 학교도 그 어디에도 소속된 곳이 없고 나서 한 가지 변화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직업에 유심히 관심을 두게 되었다는 것이죠.
저 사람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사는 사람일까, 하는 관심이 생겨납니다.
나 말고는 모두 어딘가 돌아갈 곳이 있고 어딘가에 속해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할 수 있다면 듀게님들에게도 뭐 하고 사시는 분이세요 하고 물어보고 싶습니다.
사실 이건 좋은 일이 아니겠지요.
남 일을 깊게 알고 싶어하면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전 가끔씩 그런 예의에 벗어나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어쩌면 자주...?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안녕하세요. 뭐 하시는 분이세요? 라고 해 보고 싶습니다.
이상한 충동이지요.
이런 짓을 하면 당장 이상한 시선이 돌아올 것임을 다행히 알고는 있어서 하지는 않지만..
가끔은 도를 믿으십니까처럼 모르는 사람에게 선뜻 말을 걸어보고 싶어지는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추억의 개그)
이런 궁금증들이 어떤 분들에겐 그렇지 않겠지만 저에겐 그냥 자연스러운 질문입니다.
어렸을 때 왜 햇님은 둥글어? 하고 생각했던 것처럼, 지금 저 사람은 뭐 하고 사는 사람이야? 하고 궁금해하는 것.
그 기저에 내가 갖지 못한 소속감에 대한 열등감이 깔려있고 그 사실을 나 역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로군요.
예의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그 예의가 없었으면 미쳐버렸을지도 모르는 저이지만, 가끔은 예의라는 것을 뻥 차버리고 예의에 어긋나는 짓을 해 보고 싶습니다.
무엇 하고 사세요?
한 번은 넷상에서 직업에 대해 물었더니 굉장히 불쾌하게 반응하시던 분을 보고 흠칫했습니다. 기분나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것을 그제야 알았죠...
이상한 충동은 가끔씩, 하지만 끊이지 않고 생겨납니다.
어쩌다 탄 버스에서 굉장히 예쁜 머리장식을 하고 있는 여성분을 보고 아, 어디서 샀는지 물어보고 싶다. 하지만 실례겠지. 하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예쁜 머리모양을 하고 있다든가, 근사하고 특이한 장신구를 달고 있다든가 하는 사람을 보면 붙잡고 솔직하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이런 질문이 금지된(?) 것은 왜일까요?
예의 때문일까요?
예의 때문이 아니라면 순수하게 물어보고 싶은 것을 물어보는 건 왜 안되는 걸까요.
... 왠지 얘기가 기승전궁금증이 되었네요.
1.5
나는 무엇이 될까,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누군가는 유치원 때부터 하는 생각을... 저는 이제서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어떤 광고에서였나, 여기에 당신 자리 하나가 없겠습니까 이러더라는데.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고 얼마나 더 돌아가야 하는 걸까요.
그리고 과연 자기 자리라는 게 존재하긴 할까요.
지금은 밤의 사막에 온 기분입니다.
길의 방향도 거리도 몰라도 하늘의 별자리를 보며 막연하나마 방향도 거리도 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죠.
별자리가 지도는 아니어도 불안한 희망을 주는 느낌이랄지요.
2.
아무튼 바쁜 일상이 돌아왔다- 라곤 하지만 무직자의 일상이 별 거 있겠습니까.
어쨌든 자격증 공부나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은 먹었습니다.
어느 쪽이든 방향이 정해지니까 그나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네요.
그 방향이 좋은 쪽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자격증 공부를 해서 시험을 쳐도 합격될지는 모르겠고, 운좋게 합격된다고 해도 그게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고, 도움이 된다손 쳐도 그게 얼마나 도움될지는 모르겠고...
이런 불안의 연사에 빠질 때마다 그냥 생각을 지우려 애씁니다.
지금의 전 우울하지 않아서 그런지 불안한 생각을 해도 크게 침울해지진 않아요. 부디 이 상태가 오래 가길 바랄 뿐입니다.
비용에 대한 불안도 미래에 대한 불안도 공부적응에 대한 불안도 지금은 다 뻥 걷어차버린 상태입니다.
언제 다시 돌아올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실도 딱히 불안하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가장 큰 불안거리는 언제 다시 불안하고 우울함이 덮쳐올지 모른다는 점밖에는 없습니다.
몸이 고단하고 힘들어지고 정신적으로 어디 기댈 데도 없을 때 어느 날 갑자기 나도 모르게 우울함이 덮쳐오곤 했었죠.
체력이 낮아서 그런가, 정신적 스트레스 내성이 낮아서 그런가 쉽게 지치고 쉽게 포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쨌든 지금은 정신적으로 드물게 건강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드니 이 상태가 부디 오래오래 지속되기만 바랄 뿐입니다.
정신적 내구도는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을까요.
잔인한오후 님의 글을 읽으며 우리 모두는 고독을 어떻게 견디고 감정의 찌꺼기들을 어떻게 쏟아내는가 생각했습니다.
미처 쏟아내지 못한 그 진득진득한 감정의 잔재들은 다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점점 고독해지는 세상, 고독해지는 사람들.
언젠가는 고독한 사람들의 공동체가 생겨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고독하기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기대려 하고 그러다 또 부작용이 생기기도 할 것이고...
병원에 있을 때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쾌활할 때도 있고 침울해 보일 때도 있던 그.
왠지 방황하면서도 어디에도 기대려고는 하지 않는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제 오빠도 절대 제게 힘들다거나 괴로워서 기대려 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이미 괴로워하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남자들은, 사람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냐고 이야기했더니 누군가가 술과 담배로 해소한다고 하더군요.
그럼 술도 담배도 하지 않는 사람은 어찌 살아가야 하는 걸까요.
제 경우는 먹는 것이었는데 요즘은 약의 효과인지 식욕도 많이 줄어서 뭘로 자신을 달래야 좋을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독서나 음악감상이라는 배출구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제 경우엔 독서나 음악감상은 감정의 배출구라기보단 자신에게 뭔가를 더하는 과정이라는 느낌입니다.
모든 것에는 양면성이 있으니 배출하면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감정의 총량은 어찌 되는 것인가 모르겠습니다.
우리 모두는 무언가를 지고 가야 하고 지고 갈 수 있는 양에는 한도가 있을 터인데.
그 양은 기쁨이나 슬픔을 모두 포함해서 일정한 양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이상 짊어지려 하면 짐보따리가 터져 버려서 길 한복판에서 주저앉아야 하는 게 아닐까요.
짐보따리를 다시 꾸릴 때까지.
3.
빈둥대다 보니 시간이 참 잘도 갑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는군요.
이제라도 자야겠습니다.
아, 설거지를 안 해둔 게 생각났는데 해야할지 고민을 좀 해봐야겠군요. (별 사소한 걸로도 고민을 합니다)
벌써 자정이 지났지만...
좋은 밤 되세요.
추신.
뜬금없지만 오늘 불후의 명곡에서 들은 정인의 애수의 소야곡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추신 2.
읽어주신 여러분, 격려해주신 분들. 응원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감사하단 한 마디로 끝내버리는 것 같아 못내 아쉽지만, 그래도 감사합니다.
2014.06.29 01:36
2014.06.29 13:00
호기심이란 누구에게도 있는 거겠죠? 전 지금껏 다른 사람들은 길을 가는 타인에 대해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았는데 그건 또 아닌가봐요.
하긴 저도 길 가다가 누가 붙잡고 그 가방 어디서 샀어? 하면 좀 황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해요; 이율배반적이지만...
이 잉여로운 시간을 현명하게 보내야 하는데 그 생각이 너무 압박적으로 다가옵니다... 힘들군요 이거.
고맙습니다.
2014.06.29 01:50
좀 졸려서 시계를 보니 두시로 조금 얼마전엔 두시가 맥시멈이었는데
요즘은 더 길어졌지만 그때가 또 한시절 같군요.
고전 가요를 좋아하시는군요 애수의 소야곡
2014.06.29 13:01
어디서 뭐하고 사시는지 궁금한 사람의 필두에 가끔영화님도 들어가십니다. 허허.
애수의 소야곡을 좋아한다기보단 편곡한 버전이 좋았다는 거지요.
2014.06.29 01:52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2014.06.29 13:01
감사합니다?
2014.06.29 02:54
1. 저는 고등학교 때 마음이 울적해서 학교 선생님이라든가 길 가는 사람들 볼 때마다 '저 사람은 왜 사는 걸까? 여러분 왜 사세요?' 이런 걸 묻고싶었던 적이 있었어요. 물론 고삐리의 뇌로 생각해도 그건 상식 밖의 질문이니 실제로 해본 적은 없지만요 ㅎㅎㅎ 손톱 매니큐어 색깔이라든가 향수 종류라든가 이런 거 누군가 물어보면 저는 기쁜 맘으로 알려드릴 거 같은데 (공답요정..☆) 기분 나쁘게 느끼는 분들도 많을 거 같긴 해요. 저도 만약 상대방이 맡겨놓은 거 찾아간다는 식으로 너무 당연하고 천연덕스럽게 물어보면 뭥미 싶을 것 같기도...
2014.06.29 13:08
저도 고등학교 때 왜 사냐고 묻고 싶고 그랬어요. 울적한 시절이었죠.
향수가 정말 궁금할 때가 많아요. 너무 좋은 향기가 난다 싶은데 대체 비결이 뭔가요? 향수인가요 로션인가요? 이런 거...
저도 너무 맡겨놓은 사람처럼 물어본다고 하면 잉? 스럽긴 할 거 같아요;
2014.06.29 03:26
1. 친구 사귀고 싶으신가 보다 싶어요.
2. 전 요새 삶에서 돈벌이고 명예고 필요없이 면밀히 스치우는 사람들을 살펴서 사귀는 사람 한두명과 늙어가는게 아닌가 싶더군요.
춤이나 노래, 글쓰기나 그림그리기, 그리고 온갖 만들기가 빼기 아닐까요.
3. 저도 수면주기 맞추는게 제일 힘듭니다. 1시 반을 넘기면 정줄이 버티질 못하고 풀려요. 오늘도 1시간 정도 누워 침대와 씨름하다 포기..
2014.06.29 13:38
그래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뭔가를 만들면 빼기가 될 것 같아요. 글쓰기도 그렇고...
수면주기 정말 안 맞춰져요. 오늘도 12시에 일어났어요 허허.
2014.06.29 20:14
2. 저도 춤이나 글쓰기요. 그러니 에아렌딜님 계속 글 써주세요. 덧글은 많이 못달아도 잘 읽고 있어요. :)
잔인한 오후 님도 계속 써주세요 *-.-*
2014.06.29 04:33
님 글 읽을 때마다 제가 다 괴로웠는데 많이 나아지신 게 글에서 확 느껴져서 좋습니다. 상담자와 피상담자가 첫 상담 후 엄청난 얼음이 살짝 깨진 걸 서로 느끼고 안도하고 기뻐하듯이... 짐꾸러미에서 하나둘 그렇게 덜어지길.
궁금한 게 많으면 삶이 조금은 재밌더라고요. 궁금증 억누르지 마시고 많이많이 키우시길 :)
2014.06.29 13:39
궁금증을 키우는 건 좋은데 해답을 얻을 수 없다는 난제가 있네요.
고맙습니다. 짐꾸러미가 많지 않은 양인데도 무겁네요.
2014.06.29 06:32
아 그거 예쁜데 어디서 사셨어요, 하는 질문 있잖아요. 그거 사실 사람 많은 곳이라면 용기 내서 얘기 꺼내기가 어렵지 질문 받으면 절대 싫지 않더라고요. 벌써 몇 년 전인데 아 그 타이츠 예쁜데 어디서 사셨나요, 하는 질문을 받고 막 신나서 아 이거말이죠, 굉장히 싼 건데... 가게도 멀지 않아요 하고 얘기해줬거든요. 근데 어느 나라나 도시에서 모르는 사람한테 말걸면 일단 처음엔 경계 대상이 되는지라, 궁금해도 못 물어본 경우 꽤 많아요 (그리고나서 검색질'ㅅ')
2014.06.29 10:16
현지 전통복장 중의 하나인 똥싼바지-_-; 비스무레한 걸 입고 공항에 모르는 사람 마중을 나간 적이 있습니다. 만나자마자 그 분이 "그런 바지는 어디 가면 사요?" 하시더라고요. 신나서 보통 어디선 얼마 하는데 제가 아는 가게에선 한 삼천 원 쯤에 싸게 살 수 있다 블라블라 대답하니 썩은 표정을 지으며 그 분이 하신 말씀. "... 그래 보여요."
2014.06.29 13:43
토끼님은 개방적인 사고방식과 환경을 지니셔서 싫지 않으신 게 아닐까 싶어요. 확실히 불쾌할 상황이 많긴 하겠더라고요...;
검색도 잘 해야 하는데 저는 제가 본 특징만으로 검색하는 게 쉽지 않아요;(빨간 리본 달린 머리 장식....이라든지) 특히 향수 종류는... GG.
2014.06.29 15:53
다짜고짜 물어보는게 아니고 칭찬부터 하고 물어보는게 핵심이 아닐까요? 칭찬 들어서 기분나쁠 건 없잖아요. 다만, 수상하거나 이상해 보이지 않는 것은 중요할 것 같은데, 한국에서는 모르는 사람한테 말 거는 것 자체가 약간 수상한 일이라서, 좋게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겉으로 보기에 아주 멀쩡한 사람이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2014.06.29 16:28
어머, 그거 너무 이쁜데 어디서 사셨어요? 이렇게요...? 저는 일단 '죄송한데 그게 너무 예뻐서요, 어디서 사셨어요?' 이렇게 물어볼 것 같은데 이럼 수상하겠죠?
아무튼 아주 멀쩡해보이지는 않는 것 같아서 실패군요 저는... 하하하;
2014.06.29 10:33
정작 어디서 뭘 하고 사는지는 아무도 대답을 안 해... ㅋㅋ
저는 동남아 구석의 쬐그만 나라 쬐그만 수도의 도심도 아닌 곳에서 카페를 하고 있습니다(이런 데서 장사가 될 리가?-_-) 이 나라에서 나는 커피랑 맥주를 팔지요. 맥주는 파는 것보다 제가 훔쳐 먹는 게 더 많다는 게 함정... 전 사실 뭘 해먹고 살까 하는 고민을 한국에서의 첫 직장 이후로는 별로 해 본 적이 없는 거 같아요. 가족이 딸려있지 않은 혼자 몸이다보니 뭐 어떻게든 나 하나 밥벌어먹고 살 일 없을까 하는 배짱이 있지요. 근거없는 똥배짱이라 하더라도 뭐 그러려니 합니다. 여지껏 남한테 해코지 안 하고 살았으니 정 굶어죽게 생겼으면 밥이나 쌀국수 정도는 얻어먹어도 되지 않을까... 왜냐면 저도 누가 굶어죽는다 하면 밥 정도는 먹여줄 수 있거든요. 세상에 사람이 60억이나 있는데 설마 나 같은 사람이 나만 있는 건 아니겠죠.
2014.06.29 13:46
와 멋져요. 이국에서 카페라니... 힘드신 일도 많겠지만 동경이 되네요. 그렇게 먼 곳에 가서 생활을 영위하실 수 있다는 게...
배짱이 대단하세요 정말. 전 마음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을 때가 많은데.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동남아 같은 곳의 사람들은 왠지 불안하지 않은 삶을 살 거 같아요. 하루하루 힘차게 살 것 같은 느낌.
저도 세상에 60억이나 있는데 나 같은 사람 하나 없으랴고 생각은 합니다만... 남에게 베푸는 거 선뜻 안 될 것 같아요.
동남아라니 언어는 잘 하시는거겠죠? 대단해요 부러워요.
2014.06.29 14:28
저는 맥주도 커피도 좋아해서 언젠가 늘보만보님 카페 한번 가보고 싶어요. 현관에서 늘사장님을 찾으면 되죠? 'ㅅ'
2014.06.29 15:17
여기 맨 처음 온 게 한 10년 전인데, 터덜터덜 고물버스로 삼십 분쯤 걸리는 출퇴근길에 보면 광활한 논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대로변에 나무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오토바이 수리점이 있었거든요. 그때 제가 하던 일이 공무원들과 연관된 거라 늘 오후 4시 반이면 칼퇴근을 할 수 있었는데, 그 시간이면 자영업자가 문을 닫기에는 여기 기준으로도 조금 일렀죠. 공무원들도 다 퇴근 후에 자영업을 하곤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 오토바이 수리점 주인은 늘 제가 퇴근하는 그 시간에 맞춰 함석을 두드려 만든 쪽문을 1, 2, 3, 4 숫자에 맞게 끼워 닫고, 가게 앞 기둥에 걸어 놓은 해먹에 비스듬히 기대 기타를 퉁기며 꼭 맥주 한 병을 먹고 있더라고요. 밤까지 교통량이 꽤 되는 길이고 근처에 다른 수리점도 없어서 맘만 먹으면 늦게까지도 돈을 꽤 벌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인상깊었습니다. 뭐 여기도 사람사는 데니 문제가 없을 순 없지만 확실히 한국보단 스트레스를 덜 받아요. 굶어죽게 생겼으면 동네마다 있는 절에 가서 밥을 빌어먹을 수 있고, 하다못해 남의 집 담벼락에 늘어진 바나나나 파파야라도 따 먹을 수 있으니까요. 매번 그 오토바이 수리점을 지나치며 '이 버스에서 당장 내려 저 아저씨랑 맥주 한 잔 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다 보니 어느덧 이렇게 저도 배짱베짱이가 되어버렸네요. 베짱이굴에 오신다는 분들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
2014.06.29 10:56
글 반가와요.
이분이 씩씩히 살고 게시니 나도 오늘 씩씩히 살아야지 하게
만들어 주십니다.
2014.06.29 13:47
별로 씩씩하진 않은데.... 그저 불안과 슬픔이 잠깐 집을 나갔을 뿐이에요. 곧 돌아올지도 몰라요. 이제 그만 별거를 선언하고 싶지만.
2014.06.29 11:48
1. 의외로 많은 수의 사람들이 소속감 없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놀라실건가요?
2. 영화를 본다는 것은 저에겐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더군요. 상당히 개운해진 상태로 극장을 나섭니다. 무슨 영화를 봐도 그래요.
3. 잘 때 꿈도 꾸지 말고 숙면하시길.
2014.06.29 13:49
소속감은 없는 사람이 많겠죠. 그렇지만 일단 어딘가에 발 붙이고 살 데가 있다는 사실이 부러웠어요. 일터든 취미생활의 공간이든.
유감스럽게도 잠을 잘 때는 늘 꿈을 꿔요. 숙면이 안 되서 그런지...
2014.06.29 12:41
지금 살고 있는 곳의 좋은 점 중 하나가 낯선 사람들끼리 말을 걸어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랄까요. 그런게 있단 점이예요.
버스 정류장에서 오늘 날씨 좋죠? 또 눈이네요. 버스 언제 와요? 애기가 이쁘네요. 이런 얘기도 자주 하고..
걍 화장실에서 모르는 사람과 " 당신 드레스 너무 예뻐요" " 토하는 것 같던데 괜찮아요?" 라는 대화를 주고 받곤 했습니다
그냥 걸어가다가 인사를 나누다 친구가 되는 경우도 있고. 가게 점원과도 오랜 친구처럼 얘기를 나누고..
실제로 저나 아이의 옷을 어디서 샀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어요. 멀고 먼 코리아에서 산 거다. 하면 허허 웃죠.
뭐하시는 분이세요? 는 살짝 다른 차원의 질문이긴 하지만.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금기시되지 않은 문화권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전 이런 문화가 조금 더 편하네요. (글 반갑습니다)
2014.06.29 13:16
여기랑 비슷하네요,
모르는 사람과도 얼굴 마주치면 일단 미소를 짓거나 소리 내어 인사하거나.
그럴때 '20초의 용기'를 내어 덕담이나 재밌는 농담을 건넨다면 뜻밖에
친구가 되기도 하고.
전 애기들을 좋아해서, 여기서도 애기들을 보면 웃어 주거나
깍꿍, 악꿍, 야꿍, 피카부 등 여러 감탄사로 인사를 해 보는데,
신기하게도 무슨 소리로 하건 아기들은 다 자기한테 하는 인사라는 걸
알더군요, 물론 아이의 부모들도, 그 소리가 무엇이건 그게 자기 아기한테
깍꿍 하는 거라는 걸 알고요.
2014.06.29 13:52
어디 사시는지 모르지만 정말 부러워요! 전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어오면 흠칫 하고 볼 거 같은데... 그런 자연스런 분위기가 있는 곳이라니 정말 좋겠어요.
저도 그런 데 살고 싶어요. 정말로.
2014.06.29 14:18
에아렌딜님, 호주로 오세요 호주로!
지금 오시면 겨울이라 시원~해요 ^^b
2014.06.29 14:57
2.
제가 정신적 내구도를 높이고 감정 및 스트레스 등을 배출하는 방법 ---> 운동입니다.
몇 년 습관이 되니까, 이제는 불안과 스트레스가 누적된다 싶으면 운동화부터 신습니다.
운동하기 전에는 저도 먹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뭐 아시겠지만,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운동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피트니스 센터를 다닌다거나 스포츠 브라 + 숏 러닝 팬츠 차림으로 날렵하게 달리는 건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운동 싫어하고 못 하는 두부몸이었어요. 성인이 된 후 더 이상 그렇게 살기 싫어서 동네 학교 운동장 걷기 + 스트레칭만 4년 했습니다. 5년째부터 가벼운 달리기가 가능했어요. (걷기든 달리기든 스트레칭이 중요하다는 게 제 경험입니다.)그 후로 근력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어 스쿼트, 런지 등을 하나씩 몸에 익혔고 요즘은 근력운동+유산소를 짧은 시간에 격하게 해치우는 타바타 트레이닝을 하고 있습니다. (좀 빡셉니다. 이것부터 시작하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10년 걸렸네요.
운동의 가장 좋은 점은 불면 증상을 완화시켜 준다는 겁니다. 식욕도 생기는데 군것질, 폭식, 과식 등 나쁜 식욕이 아닌 먹고 살아야겠다는 건강한 식욕이 돌아오구요.
물론 지금도 운동 귀찮고 힘듭니다. 하지만 너 운동하고 잘래/운동 안 하고 다시 불면증 겪어 볼래 하면 벌떡 일어나서 운동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에아렌딜님의 지난 글에 대한 답글인데 여기 달겠습니다. 제가 에아렌딜님과 같은 병으로 치료를 받을 때 주치의가 했던 말인데요.
- 집에 가만히 있는 게 가장 안 좋아요.
- 좀 나가서 사람도 만나고, 웃고 떠들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이 말을 여러 번 반복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의 저는 둘 다 듣기 싫었고, 내가 지금 그게 하기 싫어서 이렇게 된 건데 어쩌라고... 하는 심정이었습니다만, 지금에 와서는 의사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2014.06.29 16:33
으아 운동.. 정말 하기 싫어요 허허허. 제 인생에서 체육은 언제나 최하위순위였어요. 체력장도 완주하지 못할 정도였었어요.
걷는 게 좋다는 건 인정하겠는데 몸이 어찌나 게으른지, 하기가 싫어서 휘청휘청합니다. 그래도 하려고 노력은 해봐야겠죠.
감사합니다.
2014.06.29 20:10
고민하다 댓글 답니다. 땔깜이 생겼을때 그게 어떤 경위로 생겼는지 따져보고 유사 방식을 마련해 다가올 겨울을 대비하셨음 합니다. (입원이라는 경우를 통해) 주변환경이 바뀌어 공기가 환기되는 것으로 기분전환이 되었다면 기억해둬서 도움이 되겠고, 특별한 공통 목적 없이 무작위로 묶인 타인과의 교류가 힘을 주었다면 그와 같은 집단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셨음 합니다. 학교, 학원, 직장, 가족과 같은 집단들은 구성원 간에 사회적 관계로 엮일 수 밖에 없고 묶여 있는 기간도 반 강제적이죠. 서로에게 요구하는 특정 역할이 있을 수 밖에 없으며 원할때 발을 빼기 힘듭니다. 이걸 역으로 생각해 환경이 맺어주는 관계의 사람들 외에 자발적으로 택하고 맺는 관계의 사람들과 교류에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첫번의 발견은 운이고 두번의 재현은 우연일지 몰라도 세번째는 학습과 선행의 결과가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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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도 전에 갈 길이 정해지지 않아 방황할 때, 어딜 가든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해 계속 생각했어요.
'저 사람은 여기서 무슨 일을 하지? 일은 할 만 한 걸까? 복지 수준은 어떨까? 얼마를 벌 수 있지?' 등등
식당, 병원, 은행, 각종 회사 건물, 그 밖의 가게... 에 갈 때마다 생각했던 것 같아요. ㅎㅎ
또한 저도 에아렌딜님처럼 갖고 싶었던 물건을 지하철에서나 어디선가 보면 먼저 브랜드 명을 확인하고,
확인이 안 되면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직접 가서 물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하는데...
이런 충동이 별로 이상하다 생각하진 않습니다. ㅎㅎ (호기심은 자연스러운 거 아니겠냐며~)
전에 지하철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한 청년에게 '그 가방 어디서 샀냐'고 묻는 걸 들었는데, 청년이 잘 못 알아듣고
또한 별로 대답하기 싫은 기색을 비추더라고요. 할아버지라는 점 때문인지 모르는 사람이 말 거는 게 싫기 때문인지...
낯선 것(이)에 대한 부담감 내지 불편함 혹은 그저 귀찮음, 번거로움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2. 이전에 잉여로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사는 동안 계속 그것을 찾아나가야 하는 것 같아요. ㅎㅎ
+ 에아렌딜님 글은 길어도 잘 읽혀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