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5 17:09
일명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5일 공포 후 1년 시행이라는 단서조항을 달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고 합니다.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못 읽는 정부와 정치권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교통 수단으로서 택시의 역할이 앞으로 점차 줄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면서까지 구 산업을 보호하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봅니다.
택시기사의 생존권은 물론 중요하고, 이것을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지 택시 산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자동차가 귀하던 시절 "택시"는 상당히 중요한 운송 수단이었고 "택시 기사"는 상당한 기술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업이었지만,
자가용이 보편화된 이후 교통수단으로서의 "택시"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고,
특히 내비게이션이 생기면서 "택시기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치 않은 직업으로 전락했다고 생각합니다.
내비게이션이 생기기 전만 해도 처음 가보는 도시에서 잘 모르는 장소를 찾아가려면 가장 편한 방법은 택시를 타는 것이었고,
또 잘 아는 익숙한 장소라도 빨리 가려면 교통 흐름에 대한 지식이 많은 택시 기사에게 의존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던 때가 불과 10여년 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새는 택시를 타면 기사가 오히려 저에게 어느 길로 가길 원하냐고 물어보거나,
본인이 내비게이션을 켜서 그것을 보면서 가거나,
심지어 제가 내비게이션 앱을 실행해서 안내하기까지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냥 지금 우리가 택시를 타는 이유는 대부분
(지금 내 옆에 내 차만 있으면 운전해서 충분히 갈 수 있지만) 단지 지금 바로 이 곳에 내 차가 없는데 (주차할 공간이 없었다든지, 아니면 왕복의 필요가 없어서 차를 갖고 나오지 않았다든지 등등의 이유로) + 차만 빌릴 수는 없으니 차와 기사를 함께 대여하고
그것에 대한 (차 + 기사 대여) 서비스 fee를 지불하는 것이 대개의 경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운송수단으로서의 택시, 택시 기사의 경쟁력이 거의 사라진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자율주행이 완전해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리겠지만 점차 assisted driving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등으로 자동차의 동력원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에 이제는 더 이상 한번 차를 사서 10년 20년 씩 굴리던 시대에서 벗어나고 있고,
자동차를 굳이 소유할 필요가 사라지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변화를 인정하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도록 만드는 데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느 특정 직업이 사라지는 일은 정말 빈번해질 것 같습니다.
제가 어릴 때 버스마다 있던 안내양이 사라졌고 전화 교환원이 사라졌듯이
오늘날의 택시기사처럼 진입장벽이 매우 낮은 직업들 (예를 들어 대리기사, 단순 사무직 등) 은 많이 사라지고 새로 생길 것이며
또한, 지금은 확고한 직업인 의사나 약사, 교사, 판검사, 변호사의 수요까지도 어떻게 변할지, 그들의 role이 어떻게 변할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멀지 않은 시점에 더 이상 특정 진료과 의사가 필요해지지 않아진다고 하더라도,
오늘날 "(왜 보호하고 발전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택시산업발전을 위한 법안"인 타다금지법을 만들어서 통과시켰듯이
그때가서는 "특정 진료과 발전을 위한 법안"을 만들어서 불필요해진 수요를 불필요한 공급을 유지함으로써 연명하게 만들 것인가요?
앞으로 지하철을 비롯한 철도가 무인화되어도 우리는 "철도 산업 발전을 위한 법안"을 만들어서
그분들의 위협받는 생계를 (사회안전망 확충과 직업 재교육, 재취업이 아닌) 불필요한 고용을 유지하고 자동화/무인화를 막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일까요?
2019.12.05 17:47
2019.12.05 17:59
이 인터뷰를 한 위정현 교수도 "나는 타다 편이 아니고, 타다가 혁신적이라고 주장하지도 않는다."라고 말하고 있죠. 저 역시 타다 편도 아니고 혁신적 플랫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쓴 글도 타다를 주제로 쓰지 않았고요.. 하지만, 타다금지법이 나오게 된 데에서, 앞으로 모빌리티와 관련된 어떠한 혁신적 플랫폼 조차 우리나라에서는 당분간 시도되기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서 절망감이 드는 것이겠죠.
2019.12.05 18:25
그 혁신적 플랫폼의 존재가 생존권과 관련된 문제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죠. 현실적으로 타다가 택시면허를 구입하는 수밖에 없지 않는가 싶어요. 카카오 모빌리티가 실제로 그런 방식을 사용하고 있고요.
2019.12.05 17:49
타다가 공유경제의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2019.12.05 18:38
이 문제의 핵심은 타다가 4차 산업혁명이나 공유경제랑 동 떨어진 변종 택시 사업이라는거죠.
기사들은 다 파견직이나 프리랜서이고.. 공유경제라고 하기에는 차량은 다 법인차량이고.. (이것도 타다 소속이 아니라 렌트카 회사 것)
기존 택시에 대한 반감 덕분에 지지를 받고 있는건데... 요즘 유행하는 '공정무역, 공정소비' 같은 관점에서 보면 타다는 택시 보다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19.12.05 19:56
동감합니다.
타다는 혁신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정부는 구시대 방식을 버려야 한다?
정작 혁신과 미래산업이라며 주장하는 타다는 드라이버 고용을 하청 업체에 맡기고 직접 고용은 안 하고 있죠.
하청업체를 통한 고용의 대한 문제점은 다들 잘 알고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타다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이 부분의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이 더 신기합니다.
'일단 택시보다 편하니까 그런 건 몰라.' 이런 것 때문일까요?
2019.12.05 20:07
2019.12.05 20:26
2019.12.05 20:29
2019.12.05 21:27
2019.12.05 21:52
사회안전망 확충과 직업 재교육, 재취업- 을 하기위해 필요한것은 돈입니다. 쉽게 말해서 더 많은 세금인데 세금을 낼 의사가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게 문제죠.
이 정부 지지자라는 사람들도 나는 세금을 낼 생각이 없고 이재용이 돈을 더 내거나 다주택자들만 세금을 더 내면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다만 그와 별개로 타다(또는 우버)라든가 에어비앤비는 교묘하게 규제를 회피한 유상운송업/숙박업일 뿐이지 일부에서 주장하는대로 대단한 공유경제 플랫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상운송업면허(내지 숙박업 면허)라는걸 만든 이유는 승객이 차안에 들어왔을때 기사로부터의 안전이 보장이 되어야 하는데 현행 타다방식은 이 운전자가 성범죄자인지 살인자인지, 법적으로 조회할 규제 같은건 없으니까요. 숙박업도 소방이라든가 안전이라든가 지켜야 하는 규제들이 있구요. 타다나 에어비앤비는 실제로 공유하는건 없죠. 타다 기사들은 사실상 그게 직업이지, 내 차를 남과 공유하는게 아니고 에어비앤비 역시 내가 사는 집을 공유해서 에어비앤비 돌리는 사람은 찾기 힘들고 그냥 그게 자기 자영업이죠.
타다 기사들이 단톡방에서 승객 외모품평, 불법촬영하고 뒷담화 깐거 예전에 걸리지 않았나요?
타다를 풀어줄거면 사실 유상운송업 면허를 막을 이유 자체가 없죠, 그냥 아무나 기사로 등록하고 돈받고 승객태우게 해야죠. 그게 우버이긴 합니다만.
2019.12.06 00:10
자율 주행을 비롯한 기술과 자본의 불가역적인 흐름
그리고 택시 기사님들의 노령화로 인한 세대 소멸로
시간은 걸리겠지만 어느 정도 답이 보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80세 치매 환자 택시 기사에 관한 내용을 본 뒤로는
이건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게 꼬인 문제라는 생각이 드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ISuVLyTbmDQ&feature=youtu.be
2019.12.06 11:39
다 맞는 말씀입니다만 '타다'를 5번 정도 이용해 본 경험으로 제가 느낀 건, 다시는 더럽고 담배냄새 쩔고 불친절한 말과 짜증을 대놓고 들어야 하는 택시 따위 타고 싶지 않다는 거였습니다.
불법이라도 기사의 처우가 어떻더라도 값이 두배더라도 저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전 타다를 탈 거에요.
사실 이 문제의 핵심은 택시산업을 보호해야할 이유가 있냐 라기보다는, 당장에 택시기사를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느냐에 있죠.
사회안전망 확충과 재교육이 오래된 정석이기는 한데(일자리 자체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재교육은 사실 더 이상 답이 아닐수도 있고요) 장기적인 과업이자 반대하는 정치세력도 강고하고, 사회/국가가 나의 삶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믿음이 한국사회에서는 너무 강하기도 하고요. 게다가 택시기사 분들은 반대운동에 사용할 자원이 부족하다보니,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방식으로 대응하시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데 솔직히 타다의 경우는 피할 수 없는 혁신과 관계된 이슈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타다는 기술적 혁신이라기보다는 법의 약점을 찌른 경우에 더 가깝다고 느껴져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