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바낭) 멍합니다...

2012.10.22 01:12

menaceT 조회 수:6216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알게 된 동생이 있습니다. 대화 코드가 맞아서 급속도로 친해졌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 친구가 제게 호감을 표하며 제 마음을 떠 보기 시작하더라고요.

사실 저번 연애가 끝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또 그 연애에서 고생을 심하게 한 터라, 그닥 연애가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귀엽기도 하고 또 애가 착하기도 하고, 과거에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이야기들을 털어놓으며 울 땐 그 아이를 지켜주고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제게 호감을 표하다 보니 제 맘도 동하기 시작했어요.

지난 저녁 그 아이를 만났어요.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저는 그 친구의 마음을 받아주기로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키스가 오갔고요.

그런데 갑자기 그 친구가 한참 망설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사실 할 말이 있다며 자기가 그 동안 학벌과 이름을 속여 왔다가 하더군요. 사실 다른 학교 학생이었는데 친구 학번으로 커뮤니티에 구경 왔다가 눌러 앉게 됐고, 저를 알게 됐고 호감을 느꼈는데 연이 끊길까봐 학벌을 속여왔단 겁니다. 이름 같은 경우는, 학교 사이버학습 관련 페이지에서 이름을 검색해 보는 기능이 있음을 커뮤니티에서 알게 돼서, 혹여나 제가 검색할까봐 흔한 이름을 대충 생각해내서 알려준 거였답니다.

순간 멍했습니다. 그 뒤에는 화가 났고, 다시 또 멍해졌습니다. 그 친구가 어느 학교를 다니든 상관없어요. 다만, 전 그 친구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했는데 가장 기본적인 이름조차 몰랐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었고, 지금껏 그 아이가 절 속여왔다는 데 크게 배신감을 느꼈어요. 나와 그 시간들을 보내온 사람, 제가 감정이 동했고 사귀기로 결정한 그 사람은 누구일까요? 절 좋아한다던 그 말, 저만큼 제 속을 털어놓은 사람도 없다는 그 말은 진심이었을까요? 그 사람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어요.

결국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화도 냈다가, 어이없어서 웃어제끼기도 했다가, 또 화냈다가, 얼굴을 감싸쥐고 주저앉아 아무 말도 않다가, 연락 이제 안 했으면 좋겠단 말을 했습니다. 계속 잘못했다고, 얘기 좀 하자고 붙잡는 손을 뿌리치고, 뒤에서 따라오는 아이를 한참을 달려 따돌린 뒤, 또 한참 동안을 혼자 멍하니 이 길 저 길 걸어다니다 집에 왔습니다. 연락처는 다 차단했고요.

집에 와서 바로 씻고, 부러 여동생이랑 한참 웃고 떠들고, 속이 헛헛해서 야식도 마구잡이로 쑤셔넣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전혀 오질 않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89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423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664
124250 스우파2의 감상, 춤보다 감정을 우선하는... [11] Sonny 2023.09.14 704
124249 무빙 16 17 [1] 라인하르트012 2023.09.13 406
124248 [왓챠바낭] 이탈리안 호러는 봐도 봐도 웃기고요... '데몬스' 잡담입니다 [2] 로이배티 2023.09.13 325
124247 스트릿 우먼 파이터2, 메가크루미션 영상 왜냐하면 2023.09.13 274
124246 루터 (2003) catgotmy 2023.09.13 163
124245 여축 선수 기습키스해 논란 끝에 사임한 스페인 축협 회장 daviddain 2023.09.13 211
124244 좋아하는 갈래, 읽고 있는 책, 읽을 책 잡담 [13] thoma 2023.09.13 407
124243 프레임드 #551 [2] Lunagazer 2023.09.13 93
124242 “광화문광장 세종·이순신에 문제의식 못 느끼면 우파 아냐” [6] 왜냐하면 2023.09.13 706
124241 애플 신제품 발표(애플워치 9, 아이폰 15 외) [5] 상수 2023.09.13 411
124240 [게임바낭] 그 사이 엔딩 본 게임 둘 잡담. '헤일로: 인피니트'와 '전장의 푸가' [6] 로이배티 2023.09.12 263
124239 영화 잠..을 보고 [7] 라인하르트012 2023.09.12 767
124238 허클베리 핀의 모험 (1939) [2] catgotmy 2023.09.12 176
124237 예수와 교황 제도 catgotmy 2023.09.12 164
124236 프레임드 #550 [6] Lunagazer 2023.09.12 104
124235 이번 벨기에 주장이 루카쿠네요 [1] daviddain 2023.09.12 132
124234 철의 특공대 - 아이언 이글 2 [5] 돌도끼 2023.09.12 185
124233 [왓챠바낭] 추억의 탑고르 홍콩 무-비. '최가박당' 잡담입니다 [9] 로이배티 2023.09.11 453
124232 에피소드 #54 [2] Lunagazer 2023.09.11 98
124231 프레임드 #549 [4] Lunagazer 2023.09.11 11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