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2 10:33
원래 오븐 치킨을 안 좋아하고 특히 굽네 치킨을 안 좋아합니다. 오븐 치킨 원조인 건 알겠는데 그동안 시켜먹어본 바로 늘 뭔가 애매하더라구요.
애매하게 푸석한 느낌에 애매하게 부분부분 질긴 느낌에 기본 간도 제 입맛에 안 맞고. 그래서 안 시켜먹던 브랜드였는데.
작년쯤에 주변 사람들이 '고추 바사삭'을 맹렬히 추천하길래 한 번 호기심에 먹어봤어요. 오. 근데 이게 저는 물론 식구들 입맛에 딱 맞아 버린 것...
이름대로 맵긴 한데 매운 거 잘 못 먹는 저 같은 사람도 먹을만하게, 그냥 딱 느끼함을 대략 잡아줄 정도로만 맵구요.
순살로 시킬 경우 값은 더 비싸지지만 순 다릿살만 갖고 만들어서 퍽퍽살을 싫어하는 저에겐 아주 고마운 아이템입니다.
의외로 100% 다릿살만 쓰는 순살 치킨이 거의 없어요. 대부분 가슴살로 만들거나 섞어 쓰죠. 제가 확실하게 아는 건 비비큐 순살크래커랑 이것 뿐.
암튼 그래서 이걸 종종 시켜먹었는데, 다 좋은데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일단 비싼 것에 비해 양이 좀 부실한 느낌이었구요.
또 순살이라 그런지 양념 반죽이 덜 묻은 부분을 통해 육즙... 을 빙자한 기름이 흘러나와서 '바사삭'이란 이름이 부끄럽게도 1/3 정도는 눅눅했거든요.
마치 손으로 찢어 놓은 것처럼 좀 보기 싫은 모양을 하고 있는 조각들도 많았구요.
하지만 어쨌든 맛은 있으니까 계속 시켜 먹었죠. 그런데...
어느 날, 매번 시키던 집에서 가장 가까운 매장이 전화를 안 받아서 다른 데에다 시켜봤더니만,
양이 많아요!!!
양념 반죽이 골고루 다 묻어 있어서 기름 흘러나온 것도 없고 눅눅한 것도 없이 정말로 바사삭해요!!!
모양새 보기 싫은 거 없이 다 동글동글 예쁘게 구워져 있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아, 그동안 내가 시켜먹었던 데가 되게 장사 대충 하는 데였구나. 이젠 이번 매장에만 시켜야지...
그러고 한동안 잘 먹고 살았는데.
어느 날 새로 발굴한 매장이 또 연락이 안 돼서 어쩌나... 하다가, 차마 예전의 그 무성의한 곳으로 또 시키길 싫어서 아예 새로운 매장으로 시켜봤죠.
음. 근데 처음의 그 무성의 매장과 똑같은 퀄리티의 물건이 옵니다?? 전 제가 실수로 예전 거기에 다시 시킨 줄 알고 확인해봤는데 아니에요. 근데 왜? =ㅅ=
이후는 간단히 요약해서,
결국 집 주변에서 배달되는 네 군데의 굽네 매장에서 다 주문을 해봤는데 한 군데만 빼곤 다 비슷비슷하게 구린 퀄리티로 와요.
그냥 좀 더 잘 구워지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라
1. 양이 차이남.
2. 들어 있는 조각의 모양 자체가 다름. (잘 된 곳은 약간 동글동글, 다른 곳들은 상대적으로 좀 넙적하고 끝이 찢어진 느낌)
3. 2번의 영향으로 한 곳은 눅눅함 없이 잘 먹을 수 있는데 나머지는 기름이 흘러서 눅눅하고 식어서 1/3 정도는 먹기 싫은 꼴.
이렇게 확연하게 다르거든요.
여기에서 저의 의문은 이겁니다.
네 곳의 매장에서 시켰는데 한 군데만 상태가 안 좋다... 라고 하면 그곳만 비양심적으로 장사하는 데라고 생각하면 되겠는데,
네 군데 중에서 한 군데만 멀쩡하니 이게 이해가 안 가는 거죠.
명색이 프랜차이즈이니 레시피나 재료도 다 본사에서 똑같이 공급할 거잖아요?
그런데 네 업소 중에 세 군데가 약속한 듯이 구린 퀄리티로 장사를 하는데 한 군데만 멀쩡하게 판다는 게 괴상하잖아요.
이 동네 굽네 치킨집들끼리 무슨 어둠의 카르텔이라도 형성하고 있는 걸까요.
다 같이 재료 아껴서 장사하고 일치단결하여 우리가 야바위친다는 걸 모르게 하자... 라고 약속했는데 눈치 없는 뉴비가 나타나서 카르텔을 파괴하고 있다든가. =ㅅ=;;
가끔 주문하려고 보면 양심적으로 장사하는 가게가 유난히 정기 휴무도 아닌 날에 문 닫고 장사 안 하는 날이 많던데 혹시 카르텔의 위협... (쿨럭;;)
핵뻘글 죄송합니다. ㅋㅋㅋ
하지만 고추바사삭은 맛있어요.
그리고 반드시 순살이어야 합니다. 기억해주세요.
2019.12.12 10:41
2019.12.12 11:15
이럴 거면 프랜차이즈가 무슨 의미가... 라는 생각이 들지만 뭐 다 먹고 살려고들 그러는 거겠죠. =ㅅ=
하지만 제 돈과 야식 역시 소중하니까!!!
2019.12.12 10:45
고추바사삭만 먹는 1인 추가입니다.
마침 어제 저녁에도(!!) 한마리 시켜서 두명이 넷플릭스보면서 먹었는데 전체 한마리 중에서 9/10은 제가 해치워버렸...
근데 저는 순살로 시켜본 적은 없는데(가격의 압박..) 순살이 순다리살이군요..!! 좋은 정보입니다 감솨.. 앞으로는 저도 순살을..
2019.12.12 11:21
고추바사삭 순살은 정말로 비싸도 갈아탈 가치가 있습니다!! ㅋㅋ
2019.12.12 10:49
매장이나 지역에 따라 닭도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지역 다른건 이해 가는데, 같은 지역내 매장이 다른 경우에는 한 매장에서 공식적인 본사 공급분외에 별도로 사다 쓴다는 얘기겠죠. 본사에서 사는 식재료는 비싸니까.
2019.12.12 11:22
방금 전에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해보니 저희 동네 양심불량(...) 업소들처럼 고기가 잘린 단면에 그냥 드러나 있는 경우도 종종 보이기는 해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압도적 다수인데 왜 저희 동네는 이런지 모르겠네요. 허허.
2019.12.12 10:50
2019.12.12 11:24
저희 동네 교촌은 말라비틀어진 퍽퍽한 짠지 치킨을 갖다 주길래 교촌을 몇 년 동안 아예 끊었었죠.
근데 이 굽네 사태(?)로 깨달음을 얻어 다른 매장에 시켜봤더니 거긴 괜찮더라구요. 그동안 오해해서 미안했어요 교촌... ㅋㅋ
깐부도 괜찮죠. 처음엔 전기구이 먹다가 나중엔 바삭한 식스팩으로 갈아타서 가끔 시켜 먹어요. 다리에서 허벅지까지 통째로 주니 양이 꽤 많고 좋더라구요. 다만 좀 많이 짠 편이라 뭔가 다른 것과 함께 먹어야 하는. 고추간장순살 기억해두겠습니다! ㅋㅋㅋ
2019.12.12 11:03
2019.12.12 11:27
이럴 거면 프랜차이즈가 다 무슨 의미인가... 싶지만 한국 치킨 프랜차이즈는 워낙 거대하니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네요.
사실 피자 같은 경우에도 지역마다 맛이나 퀄리티는 다 조금씩 다르더라구요. 다만 이쪽은 양이 아예 규격으로 정해져 있어서 좀 나은. ㅋㅋ
2019.12.12 12:05
2019.12.12 12:31
안 그래도 최근에 신흥 강자 푸라닭의 명성을 듣고 검색을 해봤는데 배달이 되는 거리에 있는 매장이 없더라구요. ㅠㅜ
가아끔씩 다시 검색해가며 먹을 수 있게 될 그날을 기다립니다. ㅋㅋ
2019.12.12 12:24
프랜차이즈라고 해도 동네마다 가게마다 완전 차이나는 경우를 자주 봐서 놀랍지는 않은데 굽네치킨 같은 나름 브랜드라고 생각했던 곳도 이렇다니 조금 의아했네요. '동네마다 가게마다 완전 차이나는' 경우는 굳이 예를 들자면 김밥천국 할매순대국 신포만두 뭐 이런데(좋게 말해 가성비 프랜차이즈)에서 겪던 경험인지라.
2019.12.12 12:30
김밥천국은 단독 프랜차이즈가 아니에요. 상표등록을 특허청에서 불허 했기 때문에 김밥천국이라는 이름 쓰는 프랜차이즈나 개인 분식점이 여럿 있다고 합니다.
2019.12.13 00:31
네. 할매순대국도 여러 프랜차이즈가 있죠. 제가 아는 것만도 세 가지. 어쨌든 완전히 같은 김밥천국도 '아줌마 손맛'에 따라 맛이 다르니 프랜차이즈라는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2019.12.12 12:34
이렇게 양까지 차이나는 경우는 모르겠지만 그냥 맛이 많이 차이나는 경우는 의외로 네임드 프랜차이즈에도 흔하더라구요.
bbq만 봐도 저희 동네 한 곳은 시키면 늘 거무칙칙한 빛의 닭이 오기도 하구요. 위에도 적었듯이 교촌도 어떤 곳은 양념을 과하게 바르고 너무 오래 튀겨서 천년간 썩지도 않을 상태로 오기도 하구요. 피자헛, 도미노피자도 지점별로 토핑 상태가 은근 차이나는 편인데 지금 제가 사는 동네는 다 망한 퀄리티라 파파존스만 시켜 먹은지 거의 십년이 되어갑니다. ㅋㅋ
2019.12.13 00:33
좀 인지도 있는 브랜드들도 정말 다들 그러고 있네요. 심지어 맥도날드마저도 감자튀김 퀄리티가 가게별로 차이나는 거 보면서 '해외에서는 그 나라 떠나기 전까지는 다 같은 감튀였는데' 하면서 불평하게 된다니까요.
2019.12.12 12:32
2019.12.12 12:35
안타깝군요... ㅠㅜ
한 번 시켜서 맛 없는 매장은 영원히 개선도 안 되더라구요.
제가 동네 교촌이 너무 구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운이 없었던 것일까봐 대략 1년에 한 번씩 3년간 시켜봤는데 계속 일관되게 구려서 그냥 포기했었던;
2019.12.12 12:47
2019.12.12 15:12
축하드립니다!!! ㅋㅋㅋ
저는 이 글 쓰면서 스스로 자극 받아서 오늘 저녁에 시켜볼까말까 고민중이네요. 흐음.
2019.12.12 14:40
2019.12.12 15:13
아니에요. 아무래도 이게 튀긴 게 아니다 보니 바사삭은 껍질의 일부분에서만 아주 조금이에요. 잘 해서 나오는 집에서 먹어도 별 차이 없을 겁니다.
저도 처음 먹을 때 이게 왜 바사삭이야? 싶었지만 맛은 맘에 들어서 계속 먹었던 거거든요. ㅋㅋ
2019.12.12 15:46
매장마다 음식만드는 솜씨가 다를테니까 맛은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양이 차이가 난다는건 충격이네요.
매장이 중요하군요. 굽네치킨을 한동안 시켜먹다가 냄새가 싫어서 bbq로 갈아타고 동네에서 계속 시켜먹었는데
어느순간 너무 짜더라구요. 지금은 교촌 콤보+웨지감자를 시켜먹고 있는데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어요.
요즘 기사에서 교촌 평가가 최하위, 페리카나가 1위라고 나와있는데 페리카나가 맛있는지 궁금하네요.
교촌은 아예 양이 적을걸 예상하고 먹었는데 양이 이 정도인게 이제는 저한테 맞더라구요.
2019.12.12 18:58
그런 설문 결과가 있다니 신기하네요..!ㅎㅎㅎ
한창 치킨 많이 먹을때 종종 윗분(?)들이 페리카나만 원하셔서 많이 시켰었는데 그냥 고전적인(!) 양념/후라이드였어요
오븐치킨 간장치킨 치즈치킨 기타등등 그런 거 별로고 클래식한 게 좋으신 분들이 좋을만한.. 컨셉도 그렇게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닌지..
더 올드하게는 옛날 전기구이식으로 만든 치킨도 있는데 그건 또 삼삼오오 모여서 콜라/맥주 마시며 조각들 집어 먹는 컨셉으로는 별로라..허허허
2019.12.12 19:32
2019.12.12 16:40
2019.12.12 19:33
2019.12.12 20:55
2019.12.13 12:03
치킨은 후라이드가 아니면 안 돼!! 라는 맘이 아니시라면 한 번 별미로 시도해보실만해요. ㅋㅋ
전 원래 후라이드파에다가 양념도 싫어하는 근본주의자였는데 이건 예외로 쳐주고 있습니다.
2019.12.12 21:50
저도 순살시킬 때 무슨 부위인지 써있는 곳에서만 시켜요. 유명프랜차이즈보단 중소 프랜차이즈에서 그런 부분을 더 강조하더라고요.
그런데 결국 저희 동네에서는 60계치킨 순살이 닭다리살에 조각이 커서 제일 괜찮았어요.
2019.12.13 12:04
근데 의외로 순살이 어떤 부위인지 정확하게 표기해놓는 프랜차이즈가 별로 없더라구요.
심지어 적어 놓고도 나중에 은근슬쩍 바꾸는 경우가 많아서 다릿살이란 말 듣고 시켰다가 퍽퍽살 향연에 좌절했던 기억이 몇 번...
60계 치킨 그냥 후라이드는 먹어봤는데 순살은 안 먹어봤네요. 나중에 시도해보겠습니다!
2019.12.13 00:07
답은 아니겠지만 프렌차이즈에서 닭을 튀기는 일을 해본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글에 정답이 있는데......아마 레시피대로 안할겁니다-_-;...말씀마따나 레시피대로라면 점포가 달라도 맛은 동일해야하는데...이걸 나름 주기적으로 점검하거나 암행 등의 방법을 통해 엄격하게 관리하는 프렌차이즈나 체인들조차도 이게 잘안지켜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점주나 매장마다 가게주인양반, 혹은 직원들만의 '노하우(라고 쓰고 쓸데없는 고집)'가 있거든요. 염지를 몇분 해야하는데 바쁘다고 중간에 뺸다던가, 프라이어에 몇분 튀겨야하는데 빨리(혹은 늦게)꺼낸다던가, 아니면 한 프라이어에서 닭을 몇조각만 튀겨야하는데 그 이상을 튀긴다던가, 기타 조리과정들을 생략하거나 더하거나...꼭 업체의 이윤추구 문제가 아니라해도 말입니다(물론 이윤추구도 당연히 있겠지만)...
아무튼 먹는건 가능하지만 맛자체가 안좋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는 변수는 무궁무진하거든요. 본사에서 아무리 동일한 식자재, 레시피를 제공해도 역시 가장 큰 리스크는 사람이지요...
2019.12.13 00:35
이거 120%동의합니다. BBQ에서 저도 거의 같은 걸 경험했어요.
매뉴얼대로 안 하는게 너무나 티 나요 특히 치킨들.
2019.12.13 12:05
사람이 리스크다.
뭔가 철학적이네요. ㅋㅋㅋ 차라리 치킨집 경험이 없었던 사장님들이면 시키는대로 그냥 할 것 같은데. 요리를 좀 해 보신 분들이 문제일까요.
2019.12.13 15:34
2019.12.14 14:24
헉 저도 이런 경험 했습니다. 전 비비큐 황금올리브를 자주 시켜 먹는데, 어느날 그 매장이 너무 바빠서 주문이 안되는 관계로
조금 더 멀리 있는 가게에서 시켰는데, 양이 확연하게 다른거에요. 적어도 한 두 부위정도 더 많더라구요. 그래서 매장을 바꿨다는..
저도 한번 매장을 바꿔가면서 시켜봐야겠네요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