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때는 그렇게 처음부터 좋아했고, 대딩때는 그러려니 했지만 별 생각은 없었던 하루키가..

 

어떻게 좀 별로가 됐는지 요새 생각을 했어요. 맘먹고 간 도서관에 하루키 1q84를 누군가가 읽고 있어서 허탕쳤지만..아무튼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 핀볼, 양을 쫓는 모험, 댄스댄스를 빌려왔지만..

읽을수가 없었어요. 읽히지가 않아서.. 그래서 제할 수밖에 없네요.


1.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하루키 소설중에 가장 많이 읽은 소설이에요 직접 샀던 책이기도 해서..(지금은 없지만)

지금도 좋은 기억으로 남은 소설이긴 하지만, 하루키가 아주 싫다는건 또 아니지만

예전처럼 좋아할순 없어요. 소설은 갖고 다니며 보는 거울이라지만, 거울 속에 자신이 들어간다는

무슨 명언? 같은게 있던데, 하루키 소설은 볼 수는 있어도 이젠 거울안에 들어갈 수는 없어요.

전혀 두근거리지도 않구요. 읽으면서 작가인 하루키가 언뜻 보이지만 아 짜증나 역시 나랑 안맞네..라고 하게 될뿐.

아무튼,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을 기억해 보면..

돈좀 잘버는 직장인에 요리 잘하고 여자는 꼬이고 말도 잘하는 주인공이 나옵니다.( 하지만 아웃사이더..)

에..이런 주인공이라니.. 세계의 끝의 주인공은 어땠는지 잘 기억이 안나요. 어차피 그게 그거지만요. 

게다가, 하루키 소설에 일관적으로 흐르는 배려를 잘하고 여자 장단을 잘 맞추는 '나루호도' 타입의 주인공이라서..

난 어느샌가 착하지도 않고, 착한척 하는것도 그만둔것 같아서..그렇다고 나쁜것만도 아닌것 같지만

이런 타입의 캐릭터와 전체적인 소설의 흐름은 별로에요.



2. 상실의 시대

역시 배려심 좋고 아둔하지 않고, 나름대로 멋있는것 같은 주인공에 여자도 이리저리 꼬이는 망상적인 캐릭터.

에.. 차라리 이런 캐릭터가 아니라 그 웃기는 하루키의 룸메이트가 주인공인 소설이었다면 좋았을텐데요.

이런 느끼한 주인공은 빼고 말이죠. "약간 변한 듯한 느낌이 드는군" "과연" "과연" 거리는 주인공 대신.

아웃사이더지만, 제 눈에는 이런 캐릭터는 인사이더에요. 

이 소설의 서문이던가 뭐던가..거기에 하루키가 대충 이렇게 써놨었죠.

-이 소설을 읽고 남자친구에게 안기고 싶어져서, 그 마음을 참을 수 없어서 남자친구 기숙사에 가서 안겼어요-
라는 편지를 받았고, 제 소설이 누군가를 움직인것이 기뻤다고. 이즘이니 뭐니 하는건 아무래도 좋다고.-

에.. 이 소설을 지금 생각하면, 얼큰한 순대국을 땡기게 해주네요.


3.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아마 이 소설이 하루키 소설중에 가장 좋아하는 소설일거에요. 계속 비난하면서 무슨 소리냐고 하시겠지만..

주인공은 아마 재즈바? 주인에다가 여전히 배려심 좋은 남자인데..

그래도 이 소설이 좋네요. 여주인공이 기억에 강하게 남았기 때문인지도 모르죠.

그래도 하루키는 하루키지만요.



4. 태엽감는 새

제가 본 것중에 이제야 루저다운 루저가 나옵니다. 백수에 집안을 어슬렁거리는..

나름대로 임팩트 있는..하루키의 앞에도 뒤에도 이런 소설이 나오기 힘들 그런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완성도 면에서.

하루키 소설에서 반복되는 남자 캐릭터지만, 이 소설은 야박하게 뭐라하기 좀 그렇네요.

그래도 하루키는 여전히 착한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루키가 이 소설에서 대충 표현해놓은 악한 것에

제가 가까워지고, 그 주인공에는 제가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겠죠.


5. 스푸트니크의 연인

샀던건데도 잘 기억나지 않는 소설이에요. 물론 스미레야 알죠. 여전한 하루키의 남주인공도 알고

매력적인 한국 여자도 대충은 기억하지만..

모르겠어요. 너무 희미한 기억이라 뭐라 말하기가 그렇네요.



6. 해변의 카프카

여기엔 재수없는 중딩 남자가 나와요. 아웃사이더면서도 취향도 괜찮고 몸도 좋고

생각도 깊고, 앞으로의 연애운도 탄탄대로에다 어리면서도 썸씽이 생기는.. 한마디로 재수없는 망상의 집합이죠.

나름대로 재밌게 읽었고..맘에 드는 캐릭터도 있긴 했지만 역시 이 주인공은 그다지...


7.  어둠의 저편

거의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네요.

인간은 잘 안변하니까요. 역시 여기에서도 하루키의 윤리관은 그대로에요.

하루키가 써놓은게 어느정도 생생히 머리속에 그려지는건 괜찮은 능력이지만

최근에 다 읽은 소설이다보니..

역시 하루키랑 나는 너무 멀구나 싶다는걸 확실히 느꼈죠.

그저 평범하면서 착하면서 어느정도 열등감도 있으면서 성실하면서 자기주관도 있고

취향도 예술적이고 왜곡되고 찌그러진 면이 별로 없어 보이는 여자..

아아..이런 여자 많죠.

 

요약을 해볼까요. 하루키는 미소녀 게임으로 치면, 여자가 잔뜩 나오는 할렘은 할렘인데

 

주인공이 일반적인 주인공이 아니라 여성향 미연시에 나오는게 나을것 같은..

 

그런 부조화라. 읽고 있으면 왠지 좀 그런 기분이 되는거겠죠.

 

그 갖가지 취향들이라던가. 이런 취향은 좀 잘나보이잖아 싶거나 잘나보이게 써놓은 거라던가.

 

인기가 왜이리 많은지 알수없을 이 하루키 세계의 남자들도 좀 그렇구요.

 

평범한 사람들이 읽는 소설이란건 알지만 좀..

 

아니 오히려 평범하게 많이 읽혀서 열등감이 있는건지..

 

아무튼 대충 그렇습니다. 이 배려심 많고, 좀 떨어지지만 재치와 웃음도 있고

 

마음을 치유하는 능력도 있던 이사람의 소설들과 제가 거리가 멀어져서 돌이킬 수 없다는걸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온다. 그녀가 날 조금도 사랑한적이 없기 때문이다.

 

OTL크흐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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