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곽재식 작가의 단편 ‘판단’을 읽었습니다. 훌륭하네요. 문장 하나하나가 어디서 많이 듣던 것 같이 익숙한데 새로 잡아온 것 같이 생동감 넘칩니다. 사람 갈구는 걸로 단편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다니 . 이건 시리즈가 될 수도 있겠네요.
http://mirrorzine.kr/shortstory/135899

2. 넷플릭스 ‘결혼 이야기’

윤리적인 다섯 사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혼 하려는 두 사람과 이혼변호사 세 명을 보여줍니다. 특히 이혼변호사 세 명은 직업윤리에 투철합니다. 누가 이혼 변호사 욕하려는 영화냐고 하던데 저에게는 그 반대로 보였습니다. 남자 쪽 변호사나 여자 쪽 변호사나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프로페셔널하지요. 프로페셔널하지 않은 건 의뢰인들 뿐입니다. 이혼은 처음이니까요.

남자 쪽에서 처음 고용한 할아버지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윤리적이고도 인간답고 절실한 충고를 주는데 남자 쪽은 듣질 않습니다. 소송 중에 대장암으로 죽고 자식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한 의뢰인도 봤다. LA로 타협을 봐라. 시간은 너의 편이다. 자식은 크게 마련이다. 동부로 학교를 갈 수도 있지 않냐. 아들과 보낼 시간을 뺏어오려고 하질 말고 있는 시간을 의미있게 보낼 생각을 해라. 너는 내가 두번째 이혼할 때를 떠오르게 하는구나. 이건 전부 실질적인 조언이었어요.

이혼하려는 여자는 자신에 대한 의무라는 윤리를 지키려고 합니다. 자기라는 존재를 죽이고 나의 가능성을 뺏었던 시간에 대한 값을 치르게 되죠. 남자는 ‘내가 노력했다는 걸 아들이 알아야 한다’라는 자신의 윤리에 입각해서 소송의 끝으로 달려가게 됩니다. 영화 마지막에 가면 관객들은 브룩클린에 집착하는 남자가 사실은 인디애나 출신이고, 아내가 어머니와 와인을 나눠마시고 계단을 헛딛었다고 주장하는 남자가 음주 문제가 있는 부모를 가졌다는 걸 알게 되죠.

이게 비혼을 권하는 영화라고 하던데 그렇게 생각하진 않습니다. 사랑을 하면 아픔이 따르게 되죠. 나이가 먹을 수록 사랑해서 느껴지는 아픔 조차도 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사랑의 고통조차도 나이가 들면 느끼기 힘들어지거든요. 사랑의 고통을 꼽자면, 결혼으로 인한 고통이야말로 얼얼한 것이라고 해야할 것입니다. 다만 연애의 고통이 뺨 한 대 맞는 것 같다면, 결혼으로 인한 고통은 등이 휘는 것 같다는 점이 다를까요.

출연자들이 전부 연기를 잘합니다. 아담 드라이버는 정밀하지는 않지만 파워풀하고, 스칼렛 요한슨은 완숙하고 정교한 연기를 합니다. 나머지 변호사역 연기자들도 어찌나 연기를 잘하는지 그것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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