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29 22:38
제가 우주선, 외계인 나오는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라는 건 아실 거고. 하여간 그런 입장에서 이 기사의 이야기가 사실여부를 떠나 맘에 별로 안 듭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우선 명왕성 궤도라는 표현입니다. 물론 거기서 우주선이 다가올 수도 있죠. 하지만 이게 사람들의 선입견에 의존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얼마 전에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했는데도 대부분 사람들은 명왕성 궤도를 태양계의 공식적 변경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니거든요. 사실 명왕성의 궤도는 아주 불안정해서 종종 해왕성 안쪽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지금도 그렇던가? 잊어버렸습니다. 하여간 명왕성 궤도는 천문학적으로 별 의미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라기보다는 대중을 설득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티가 납니다. 저라면 그렇게 안 씁니다.
HAARP와 SETI를 연결한 것도 너무 손쉽습니다. HAARP는 아마 이 단체가 음모론자들에게 인기가 있기 때문에 선택한 것 같고, SETI는 외계문명 탐사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선택했겠죠. 하지만 두 단체가 이런 식으로 정보를 교환할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음모론 안에서도 성격이 달라요. 심지어 SETI는 더 이상 국가지원 프로젝트도 아닌걸요. 게다가 이들이 명왕성 궤도 근방의 지름 240킬로미터 물체를 광학적으로 확인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최근에 발견된 명왕성의 두 위성들도 허블 망원경으로 찾은 겁니다. HAARP가 허블을 썼다면 기사가 밝혔겠죠.
디테일이 너무 약합니다. 이 정보가 정말 전문가에 의해 유출된 것이라면 최소한의 형식이 있어야죠. 지름 240킬로미터짜리 물체가 인공물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면 그 이유를 밝혀야 합니다. 라마를 읽으신 분들은 알겠지만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근데 그 기사는 막연히 우주선이래요. 그걸 도대체 어떻게 알아냈다고. 하긴 명왕성 궤도에서 화성 궤도까지 2년이라면 속도가 조금 애매하긴 합니다. 하지만 우주선 속도로 봐도 애매하죠. 크기도 애매합니다. 240킬로미터라면 명왕성 지름의 10분의 1인데, 스케일로 기를 죽이기엔 좋을 것 같지만, 상식적으로 이 정도 크기의 물체를 보고 단번에 인공물이라고 주장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이 크기라면 중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구형이 되거든요. 물론 구형이 아니라면 우주선이라는 증거는 되겠지만 그랬다면 이미 밝혔겠죠. 하여간 정보의 질이 너무 나빠요.
결론지어 말한다면 이렇습니다. 사실이라면 이건 정말로 괴상한 사건을 다룬 나쁘게 쓰여진 기사입니다. 가짜라면 그냥 성의가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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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 기사 보고 그냥 여느때처럼 구라 기사였구나 하고 생각 중입니다.
그래도 잠시 설레긴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