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8 14:19
족보니 가문이니 하는 것에 의구심이 늘 있습니다. 비율적으로 상민이나 천민이 훨씬 많아야 할 것 같은데 서로 말은 안해도 우리 집이 백정 집안이네 하는 사람은 본적이 없거든요.
그 많던 상민이며 천민은 다 어디로 갔는가?? 뭐.. 알아서 뭐하겠습니까. 그러려니 해야죠.
일년에 한번 묘사 혹은 시제라고 하는 행사가 있습니다. 가문의 종손이 주관하는 통합 제사 같은 건데 문중의 사당(?)에서 지내죠. 여기는.. 한 50대쯤 되어야 젊은이 취급을 받습니다. 그 아래로는 핏덩이고.
아버지 모시고 왕복 700킬로미터 다녀왔는데 피곤한 건 둘째치고.. 오가는 시간 동안 일년치 대화보다 더 많은 양의 대화가 오고 갑니다. 느낀점 : 남자는 나이가 들어도 애랑 비슷하다. 아버지나 저나..초딩인 저희 아들이나 뇌의 구조, 생각하는 것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느낌적 느낌이 들었습니다.
얼마전에 선산에서 방화한 할배도 있었지만.. 문중의 일에는 항상 땅이며 돈 이야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가난한 문중이라.. 큰 다툼이 없어 다행입니다. 제사 지내러 갔다가 휘발유 냄새 맡기는 싫거든요.
일년에 한번.. 낯선 어르신들이며 친척들 보고.. 절 몇번하고 제삿밥 먹고 돌아옵니다. 이거 마치고 나면 꼭 숙제 하나 큰걸로 해치운 기분이예요. 올때는 지역 명물인 단감도 두박스 사옵니다. 확실히 현지에서 사는 게 맛있어요.
가족들과도 친척들과도 정치나 종교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쌈날게 뻔하니까요. 그냥 맘속으로 생각이나 해두고 있다가 나중에 투표나 제대로 하는게 답이죠. 사실 이웃집 아저씨보다 더 낯선 것이 문중 제사에 모이는 일가 친척들입니다. 팔구촌 정도되면 생판 남이죠.
지난번 김장 김치는 시원하게 익어가고 있고 무김치도 맛이 잘 들었습니다. 알타리도 라면이랑 먹으면 꿀맛이구요. 시간되면 깍두기하고..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액젓 냄새 풀풀 나는 경상도식 김치나 담으면 되겠습니다.
한가로운 월요일이네요.
2019.11.18 14:50
2019.11.18 14:55
시간이 지날수록 차례나 제사를 약소하게 하는 편이긴 해요. 그런데 그마저도 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2019.11.19 09:27
유교식의 제사라는 의례가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합니다.
2019.11.18 15:10
2019.11.19 09:27
닉네임이 칼리토인데 말이죠. ㅎㅎ
2019.11.18 18:57
저희 시댁 문중제사는 아직 집집마다 돌아가며 여자들이 하는 분위기인데 칼리토 님 문중은 어떻게 식사를 해결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항상 누가 저걸 다 차리는가.. 그게 궁금하더라고요. 남자들은 대체로 궁금해하지 않고요. ㅎㅎ
2019.11.19 09:28
종가를 중심으로 아마도 친척이실 아주머니들이 노력 봉사를 하시더군요. 얻어 먹는 입장에서 좀 미안해지는 장면입니다.
2019.11.18 20:44
저희 집은 그다지 끗발 없었던 성씨라는 점을 근거로 족보를 구입한 건 아닐거라고 추측들 하곤 해요. 이왕 살거면 김가나 이가 등을 선호하지 않았을까 하는.. 제사와 상관없는 어머니에게도 종종 어머니 성씨 쪽에서 편지가 옵니다. 'ㅇㅇ ㅇ씨 종친회' 발신으로 주로 회비 내달라는 내용인 것 같더라고요.
2019.11.19 09:30
마땅히 재산이 없는 문중은 회비가 중요하죠. 안동 김씨, 경주 최씨.. 빵빵한 문중은 가지고 있는 재산도 어마어마하다더군요. 예로든 성씨는 그냥 많이 들어본 성이라 적어 본거지.. 실제로 재산이 얼마인지까지는 저도 모릅니다.
2019.11.18 22:23
2019.11.19 09:32
재산이 많은 문중의 전통은 잘 지켜지겠죠. 어렸을때부터 학습 시키고 재산까지 같이 물려주니까요. 젊은이들이야.. 종교도 제각각이고 유교식의 제례에 별 관심이 없지만 물려줄 재산을 가진 부모, 조부모가 지켜보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거죠. 게다가.. 친인척들 모인 자리에서 유익한 정보와 편의가 오간다면 더 하지 않을까요?? 결국 이것도 돈 문제인가 싶습니다.
2019.11.19 12:59
저는 장손이지만 저희 부친은 장손이 아니라서
굳이 제사를 이어나가고 싶지 않네요
고생하셨어용~
2019.11.19 15:17
제가 물려 받는다면 해외에서 지낼까 싶어요. 조상님도 이국의 풍경을 좀 즐기십사 하고..
문중제사 20대 때 딱 한 번 가고 안 갔어요. 불편한 자리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