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에 한파가 왔습니다. 이런 날씨에 HBO에서는 'The day after tomorrow'를 틀어주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선정 한 게 누군지 냉소적인 유머센스를 갖췄네요. 밖은 한없이 춥지만 기름 때면서 불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라는 건가요. 제이크 질렌할이 최고로 젊고 멋졌을 때 데니스 퀘이드와 같이 부자 역할로 나왔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작품에서는 한파가 사람을 쫓아오는 장면이 기가 막힙니다. 또 도서관에서 구텐베르그 성경 초판을 들고 구조헬기 타는 장면이 나오죠. 마지막으로 미국인들이 멕시코에 국경 열어달라고 아우성하는 장면도 명장면이죠. 


올 2월에 시카고에서는 캔디스 페인이라는 여성이 호텔 방을 서른 개 예약해서 집없는 사람들이 잠깐 묵도록 했어요. 이게 시카고의 고질적인 문제인데 갑자기 한파가 다가오면 홈리스들이 얼어죽어요. 홈리스 뿐 아니라 전기 요금, 가스 요금을 감당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추운 집에서 덜덜 떨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한편 여름에 각별히 더운 도시에서는 에어컨을 켤 수 없어서 열사병으로 사람들이 죽는다고 하더군요. 


설국열차를 소개하던 영화사 브로셔를 보면, 설국열차는 원래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를 지나게 되어 있다고 기술하고 있어요. 크리스마스엔 여기를, 하지엔 저기를 지나는 식이죠. 이 설명을 보고 대단히 감탄했었죠. 왜냐하면 영국을 여행하면서 가디언을 읽었는데, 영국/유럽 부자들이 계절에 따라서 이동하면서 살고 있다는 내용이 실려있더군요. 여름에는 덜 더운 지역에서 삼개월 살고, 겨울에는 덜 추운 지역에서 삼개월 사는 식이죠. 강력한 연금 혹은 자산이 있는 사람들이죠. 계절에 따라 자기 몸이 버티기 쉬운 지역으로 옮겨 살 수 있는 계급이 있고, 같은 지역에서 머물면서 설국의 한파와 기관차의 열기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계급이 있다는 거죠. 설국열차의 세계는 공평하게 춥지요만, 기후변화로 인해서 앞으로 인간이 살기 힘든 지역과 살 수 있는 지역이 나뉘게 될 수도 있다고 하죠.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좋아해본 적은 없어요. 박찬욱 감독과는 달리 캐릭터들 사이에 유혹이란 게 없고, 보고나면 선동당한 느낌이예요. 하지만 이 사람은 시대의 징조를 잘 읽어요. 우리는 좋든 싫든 봉준호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평가가 결코 과장이 아니예요. 이 사람에게 중국으로 가서 테크놀로지 디스토피아를 그려보라고 하면 끝내주는 작품이 나올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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