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1 12:41
<샤이닝> 후속작 <닥터 슬립> 봤습니다.
처음엔 뚀잉; 했습니다. 샤이닝 속편이라니 마치 전설의 명작 <타이타닉2> 같은거 나오는거아닌가 싶어서요.
그치만 스티븐 킹이 쓴 소설 <닥터 슬립>을 영화화한 거래서 일단 안심했지요.
전작의 생존자인 꼬마 대니와 다른 샤이닝 능력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네 물론 대니....의 뒷이야기가 궁금할 순 있겠지만 영화 샤이닝은 그 자체로 거의 완결된 서사라서 (킹의 원작은 다른 내용이라고 합니다만)
약간 의문스런 기획이라 생각했어요. 그래도 제가 사랑하는 유안 맥그리거가 중년 대니역이라니 아이고 감사합니다였지요.
네 영화는 제 기대대로(?) 뭔가 요상한 길로 갑니다. B급의 향취가 은은히 풍기는 능력자 배틀물로요.
찾아보니 감독이 넷플릭스에서 유명한 <힐하우스의 유령> 감독이었더군요. 그치만 쌈마이 B급 그런건 아니고, 상당히 흥미진진한 결과물입니다.
영화 샤이닝은 오버룩 호텔이란 한정된 공간 자체가 주는 압도적인 긴장과 공포가 볼거리였다면,
이 영화에선 무대가 다양한 공간이며 어떤 어둠의 샤이닝 히피집단(...)이 나옵니다. 일단 이 설정 자체가 웃음이 삐질삐질 나와서 혼났습니다.
비웃는 게 아니라, 너무 유쾌하지 않나요? 뱀파이어 집단마냥 샤이닝(그들은 '스팀'이라고 부릅니다) 능력자들이 옹기종기 모여살며 인간의 정기를 쪽쪽 빨아먹는 거예요.
아이구 우리 너무 굶었구먼, 하면 어디선가 인간을 공수해와서 그의 스팀을 흡흡 하고 흡수합니다.
이 부분의 묘사가 좀 기분나쁠 수도 있겠습니다. 특정 장면의 묘사는 좀 과했다는 생각입니다.
<스타워즈>에서 어릴수록 포스가 세상에 물들지 않는다는 설정처럼, 이 세계에서도 스팀은 어릴수록 강한 것 같으니까요.
게다가 그들의 리더는 레베카 페르구손 (퍼거슨)이란 매력넘치는 배우가 연기하는 일종의 마녀입니다. 자칭 세상에서 젤 이쁜 마녀예요. ㅋㅋㅋ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라는 명언을 남긴 퍼거슨옹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듯합니다. 이 마녀와 샤이닝집단의 모양새나 행동거지가
이 영화에 <트와일라잇>이나 기타 수많은 서브컬쳐 장르물의 색채를 담뿍 더해줘서, 전작과 별개로 이 영화의 흥밋거리를 만듭니다.
<스타워즈> 덕후인 저에게 이 서사는 에피소드 3 이후 비탄에 빠진 오비완 케노비가 새로운 포스 능력자 꼬마를 찾아내
제다이 오더를 재건하는 이야기로 보여서, 혼자 내적인 웃음폭탄 안은 채 봤습니다. 대체로 영화 초중반부는 그렇게 능력자 배틀물로 가다가,
후반부에 전작 샤이닝의 오마주 폭탄을 투척합니다. 이 부분이 좀 올드팬들에겐 '야 너무 울궈먹는거 아니냐?? 근데 재밌긴 하구먼' 스럽구요.
두서없이 적었습니다만, 생각보다 상당히 성의있게 엮어낸 영화이고 감독과 각본은 이걸 여러 사람들 입맛에 맞추느라 머리 깨나 싸맸겠다 싶어요.
충분히 볼만한 영화입니다. 장르물로서나, 샤이닝의 속편으로나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요. 다만 전작은 꼭 보시고 이걸 보셔야겠다 싶습니다.
새 주인공인 꼬마역의 카일리 커란의 연기도 매우 주목할 만합니다. 유안과 레베카의 카리스마에 전혀 밀리지 않더군요.
저는 이 영화가 너무나 웃기고 재밌어서, 한번쯤 더 볼것도 같습니다. '포스가 너와 함께 할거다, 영원히.'
2019.11.11 13:31
2019.11.11 14:44
샤이닝 베이스의 능력자 배틀물!!! 이라니 꼭 봐야겠는데... 극장에 가는 게 자유롭지 못 한 몸이라. ㅋㅋㅋ
아쉽네요. ㅠㅜ
2019.11.11 16:53
극장관람을 놓치면 좀 아쉬울 부류의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2019.11.11 16:57
전 딱 한 장면 공중부양(텔레파시?)시퀀스 때문에 극장에서 보길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2019.11.11 17:00
그 장면 보고 옛날 <판의 미로> 때처럼 포스터 폰트를 아동판타지물인양 뻥쳐서 관객몰이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2019.11.11 17:02
되게 아름다워서 좋았는데...손가락 아야 장면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신거죠?...
2019.11.11 17:08
2019.11.11 17:10
저도 영화로 아주 훌륭하지는 않다고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그 장면은 정말 좋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투박하다 싶을 정도로 간단한 묘사를 뚝심 있게 밀어붙인 게 아주 근사했어요.
2019.11.11 17:11
저랑 비슷하게 보셨네요 전 초반에 지루해서 자다 일어났어요....
2019.11.11 17:15
저는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초반부는 확실히 '이럴 거면 차라리 넷플릭스 시리즈로 만드는 게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마이크 플래너건이 전에 각색했던 [제럴드의 게임]이나 [힐하우스의 유령]과는 다르게 시공간의 규모가 큰 장편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데에서 비롯한 어려움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2019.11.11 17:21
저도 감상 자체는 비슷한데 아침부터 조조로 신의한수를 보고 곧바로 이어서 보니까 피곤했어요 근데 중후반부부터 이야기가 흥미로워지니까 신기하게 잠이 확 깨더군요...
2019.11.11 17:46
어쨌든 이 감독이 킹과 뭔가 주파수가 잘 맞는거 같습니다. ㅋㅋ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줬으면..
2019.11.11 17:49
그럴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제럴드의 게임은 저랑 안 맞아서 보다 말았고... 이번 영화도 킹의 이야기를 잘 살려서 좋았던 것은 아닌 것 같아서 아닐 수도 있는 듯 하여요.
2019.11.11 16:19
저도 매우 재미있게 보기는 했는데 냉정하게 따지면 영화로서 만족스럽기보다는 그냥 이야기에 대한 만족감이 컸어요. 세상에는 눈부신 빛을 발하는 아이들이 있고, 고통과 공포로 그 아이들의 빛을 빼앗으면서 연명하는 괴물 같은 어른들이 있고, 그렇게 잡아먹히지 않고 살아남기는 했지만 평생 자신의 빛을 억누르고 숨고 도망치는 데에만 익숙해져 버린 어른이 있고, 그와는 반대로 자신이 빛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감출 생각도 없이 세상과 마주하려는 아이가 있고... 그런 원초적인 이야기가 주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초능력을 그냥 초능력이라고 하지 않고 "shining"이라고 표현한 것이 이제야 본연의 의미를 되찾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솔직히 스탠리 큐브릭 영화 보고 나서 '그래서 왜 샤이닝인데?' 하면 별로 할 말이 없잖아요. 스타워즈를 말씀하셨는데, 저는 스타워즈 팬이 아닌데도 그런 원형성 때문인지 스타워즈 생각도 났습니다. (그런데 전작 "샤이닝"의 의미는 살아난 반면 정작 이번 작품의 제목인 "닥터 슬립"이 주는 울림은 약했네요.)
아무튼 그렇게 재미있었지만 영화로서 아주 훌륭했느냐면 꼭 그렇지는 않았고 특히 여러 인물과 장소를 오가며 병렬적으로 에피소드를 제시하는 초반부에서 소설 속의 사건들을 나열하는 데에 그친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소설에서 한 챕터를 마무리하고 다음 챕터로 넘어갈 때 마지막 문장이나 문단이나 편집을 통해 방점을 찍어주는 것에 상응하는 영화적 표현이 부족하더라고요. 개별 에피소드들의 감정적 울림도 스티븐 킹의 소설이 틀림없이 더 낫겠구나 싶었고요. 야구 소년 이야기나 대니의 병실 근무와 고양이 아지에 얽힌 에피소드 같은 거 말이죠. 그래서 냉큼 도서관에 가서 지금 [샤이닝]부터 읽고 있습니다.
2019.11.11 16:54
네 맞습니다. 닥터 슬립.......은 정말 두 시퀀스 정도만 설명이 되는데 굳이 그게 뭐,,, 그런 느낌입니다. 러닝타임도 너무 길어서 20분정도 줄였음 했고요. 그래도 묘한 매력이 있는 영화고, 이정도로라도 뽑아낸 걸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레베카 페르구손의 첫 등장은 흑백영화 프랑켄슈타인에서 괴물이 소녀와 만나는 장면을 그대로 따왔더군요. 샤이닝 말고 이렇게 다른 고전 공포영화 오마쥬 장면도 더 있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