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떼쓰는 사람들의 문제점은 누군가가 자신을 건드리기만 하면 즉시 상대를 박살낼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에게는 찍소리도 못 한다는 거예요. 상대를 굳이 박살낼 마음이 없는 사람, 신사적인 사람들을 붙들고 세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알아달라고 떼를 쓰는 게 그들이 하는 일이죠. 그들의 헛소리를 받아 주는 사람들만 붙들고요.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모임에 굳이 나가는 남자들을 보면 참 이상해요. 사실 그런 모임에 스스로 공부하겠다고 시간 쪼개서 나갈 정도의 남자들이면 그냥 살던 대로 살아도 여성들에게 무해한 대상이거든요. 문제는 호기심의 대상도 아니라는 거지만.



 2.나는 게이나 트랜스젠더를 싫어하는 사람일까요? 그건 영원히 알 수 없는 일이죠. 내가 성소수자들과 엮일 일이 없는 동안에는요.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건 불가능하거든요. 뭐, 잘 모르는 존재들을 경계하는 건 가능할 수 있겠죠.


 하지만 사람들은 성소수자나 뭐 그런 문제를 무슨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써먹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아무한테나 그런 이슈들을 던진 다음에, 리트머스에 시약을 떨어뜨리는 실험을 해본 과학자처럼 상대를 판단하려고 들죠.


 그런 걸 보고 있으면 그 사람들이야말로 사실 성소수자들을 혐오하는 게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요. 마치 리트머스 시험을 하는 과학자처럼 굴기 위해 성소수자들을 도구로 이용하는 것 같거든요.


 

 3.요즘 sns를 보면 페미니스트들도 불쌍하고 페미니스트가 강화해나가는 규범을 지켜야 하는 남자들도 불쌍해요. 왜냐면 잘나가는 남자들은 애초에 규범을 안 지켜도 되거든요. 규범이란 건 '규범을 따라야 하는 남자들'만을 상대로 유효한데 문제는 그런 남자들만을 상대로 여성에 대한 언행의 기준, 에티튜드의 기준이 점점 높아져만 가고 있으니까요.


 사실 한동안 페미니즘 이슈에서 멀어져 있었는데 sns를 해보니 아직도 페미니즘이 유행중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들은 무한히 자기검열을 하면서 여성을 대하는 기준을 무한히 에스컬레이트시키고 있었더라고요.  



 4.휴.



 5.여기서 안타까운 점은 이거예요. '규범을 따라야만 하는 남자들'은 늘 그 생태계 안에서 살고 있거든요. 그런 남자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높은 기준이 적용되고, 걔네들은 그걸 거스르면 인생이 매우 피곤해지기 때문에 지켜야만 한다는 거죠.


 문제는, 집단의 특성상 굽히는 상대에게는 더욱 엄정한 기준과 감시가 적용되거든요. 어느날 그런 남자들이 별 생각 없이 하는 한마디, 행동 하나가 싸잡혀서 삿대질을 당해도 그런 남자들은 반발할 수가 없다는 거죠. '그런 의도로 한 말 아니었는데.'도 통하지 않고요. 왜냐면 넘어선 안 될 선이란 건 모두가 합의한 지점에 그어지는 게 아니라, 문화와 규범이 편들어주는 사람들이 자의적으로 정하니까요. 나는 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집단을 매우 많이 알죠. 남자들은 말을 한번 잘못 하면 한남 소리를 듣고, 여자들은 대놓고 '난 돈많고 자지 크고 앞자리 2인 남자애들이 좋아요.'라고 외치면 걸크러쉬 소리를 듣는 곳이요.


 한데 그런 규범이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벗어난다는 선택권이 없는 남자들만이 끝없이 괴롭게 되고 마는 거예요. 남성으로서의 특권은커녕 남성으로서의 책임만을 지고 살아가게 되는 거니까요. 



 6.그런 생태계 안에서 살아가지 않는 사람들은 그 생태계 안의 규범이 아무리 강화되든, 아무리 비이성적이 되든 전혀 상관이 없거든요. 어차피 영원히 따를 일 없는 규칙이니까요. 그야 세상살이란 게 그렇게 딱 떨어지듯 나뉘는 건 아니예요. 그런 생태계 안에 속해있지 않은 남자들도 가끔은 그런 생태계 안의 남녀들과 마주치죠.


 한데 가끔 걔네들을 만나는 동안만 걔네들의 규범을 존중하는 척 하는 연기를 해주면? 개념남이라거나 깨시민 소리를 듣곤 해요. 이건 이상한 일이예요.


 정말로 개념남, 깨시민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건 그 생태계 안에서 24시간 살아가면서 24시간 그 규범을 따르며 살아가는 남자들이어야 하잖아요? 한데 그들은 그런 대접을 받지 못하는거예요. 왜냐면 사람들은 원래 잔인하니까요. 도덕을 외쳐대는 놈들조차도 자신들보다 잘나가는 사람들만을 존중하죠. 



 7.가끔씩 그런 곳에 가서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다짐하곤 해요. 열심히 살아야만 한다고요. 열심히 살지 않으면 이상한사람들과 엮이게 되는 인생을 살아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이 무섭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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