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조금 오래된 동네아파트입니다.

 

 아파트 1층 대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일주일에 한두번 꼭 마주치는 고양이가 있어요.

 하얀색의 우아한 털을 갖고 있는 고양이인데....아마도 버려진 고양이일까요?

 

 대부분 이 동네 고양이들은 아파트 단지안에 터를 잡고 있는 길고양이들입니다.

 동네사람들이 길냥이들에게 우호적이어서 (대부분의 상해사람들이 다 그럽니다) 아주 평화롭고 자유롭게 살아요.


 그런데 이 고양이는 언제부터인가 1층 현관 언저리에서 자주 눈에 뜨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따라 들어가요.

 이 동네 길냥이들이 절대 하지 않는 행동이죠. 아마 최근까지 집고양이었나 봐요.

 

 그런데 오늘 아침 출근길에 1층 현관문 앞에 이 고양이가  누워 있더군요. 

 저도고양이를 키워봐서 아는데....대게의 고양이가 잠자리로 삼지 않는 그런 위치에

 그것도 매우 뻣뻣한 자세로 누워 있어서 전 순간 죽은줄 알았어요.

 비오는 아침이라 챙겨든 우산으로 살짝 건드려보았더니..... '응...뭐야?' 하는 졸린 표정으로 힐긋 처다 보더군요.

 그러더니 아침에 되어 그 현관에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많아질거라는 것이 생각이 났는지 비틀거리며 일어나더군요.

 

 방금 늦게 집으로 들어오는데 1층 대문앞에서 비를 피하고 있더군요.  문을 최대한 천천히 열고 들어가려면 들어가라고 기다려줬더니 들어가더군요.

 그러다니 오늘 아침에 쓰러저 있던 그 위치에 눕더군요.  확실히 병색이 완연해 보였어요.

 한 참을 자세히 지켜보았는데....한 달전에 보았을 때보다 많이 수척해저 있고 빛나던 털도 윤기가 없어지고 (아마 기운이 없어서 털정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듯)

 

 이 동네 사람들 분위기를 봐서 이 고양이가 제대로 먹지를 못해 이렇게 되었을 것이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워요.

 길고양이들에게 고양이가 먹을만한 것이면 너도 나도 잘 챙겨주거든요.

 

 아무리 봐도 집고양이었던거 같은데 집을 잃고 사람을 잃고 적응을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상실감에 좌절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길고양이었는데 늙고 병들어서 더 이상 동네고양이들과 부대끼며 삶의 경쟁을 하기 어려워서 아파트 안과 밖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일까요?

 

 사람으로 치면 중년을 넘긴 나이정도의 고양이가 이 더운 여름에 감기라도 걸린것일까요? (지금도 생각나면 먹먹해지는 제 고양이도 감기로 7년전에 ㅠ.ㅜ)

 

 월드컵 핑게로 산더미처럼 쌓인 일들 처리하느라 파김치가 되어 집에 들어오니 생각만 많고 무엇을 어찌해야할지 엄두도 안나네요.

 이미 선을 넘어선 조용히 불씨가 사그러 들어가는 생명이 가까운 곳에 있다는 생각에 참 우울하군요.

 때마침  집에 비축해놨던 길고양이용 먹거리도 다 떨어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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