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들어오는데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광경을 봤어요. 현관 안쪽의 불이 켜져있는 거예요.


 현관 안쪽의 불이 켜진 게 왜 놀랍냐면 그건 동작을 감지해서 켜지는 센서등이거든요. 그리고 그 등이 켜져있다는 건 그곳에서 몇 초 전에 무언가가...또는 누군가가 움직이고 있던 중이라는 뜻이고요.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곳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으면 안 돼요. 왜 안되냐고요? 내 집이니까요.


 현관 앞에서 약간 쫄고 있었는데...센서등이 꺼져버렸어요. 그리고 몇 분 정도 계속 못박힌 채로 그곳에 서있었는데 더이상은 센서등이 켜지지 않았어요. 누군가가 현관문 안쪽에서 미동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걸까? 만약 그런 거라면 손에는 뭘 들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참 쫄아 있다가...일단 그냥 문을 열어봤어요. 


 문 안쪽에는...위험한 뭔가가 있진 않았어요. 그야 위험한 뭔가가 있었다면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지도 않겠죠. 정확히는, 그냥 아무것도 없었던 거지만요.


 일단 들어가 봤는데...누군가 숨어있을 법한 곳을 샅샅이 뒤져봐도 뭔가가 숨어있지는 않았어요. 다시 현관 복도 밖으로 나가봤는데 이유는 현관문을 지나서 좀 뒤쪽에 사람이 숨어있을 만한 곳이 있어서예요. 아까 전에 센서등이 켜져있을때 인기척을 느끼고 거기에 숨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거기에 대고 '이 XX새끼야! 거기 있는 거 다 아니까 나와!'라고 소리지르려다가...그건 너무 품위가 없는 것 같아서 그냥 직접 봤어요. 그곳에 숨어있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는 걸 상상하며 엄청 쫄렸는데...거기에도 아무도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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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지금 생각할 수 있는 건 두가지예요. 


 첫번째는 센서등의 성능이 너무 좋아서 벌레가 움직이는 걸 잡아낸 거예요. 두번째는...그냥, 말그대로 그냥 센서등이 켜졌던 거고요. 


 사실 세번째도 있어요. 이게 공포영화 속 오프닝의 장면이고 유감스럽게도 내가 그 공포영화 속에서 등장인물인거죠. 이 경우엔 듀나게시판 지식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은 문제이니 뭐 안써도 되겠죠.


 결국 어제 센서등이 켜져 있던 건, 센서등이란 건 그냥 어쩌다 켜지기도 한다...정도로 믿고 싶은데 가능한 일이긴 한가요?


 한데 문제는 가만히 있던 센서등이 그냥 켜지는 걸, 십몇년동안 본 적이 한번도 없어요. 그런데 그 센서등이...한번 켜지면 10초쯤 후에 꺼져버리는 그 센서등이 24시간 중 하필 내가 가장 공포를 느낄 타이밍에 딱 켜졌다가 꺼진다? 이게 우연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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