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0 10:44
1984년에 아스키에서 개최한 소프트웨어 콘테스트의 당선작(당시 심사위원중에 코마츠 사쿄도 있었다고 합니다)을 제품화한 퍼즐 게임입니다.
요시다 이사오라는 사람이 FM-7 컴퓨터로 작성했고, 85년 봄에 출시되었습니다.
제품화된 제목은 '더 캐슬'이고 제품 껍데기에도 '더 캐슬'이라고 써져있지만 게임의 타이틀 화면에는 '더 캐슬 앤 프린세스'라고 나옵니다. 그런걸 보면 요시다가 창작한 원래 게임 제목이 그거였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MSX로 컨버전될 때는 게임 타이틀도 '더 캐슬'로 바뀝니다) 영어 관사는 늘 생략하는 관례상 한국에선 그냥 '캐슬'이라고 하죠. 정발된 적은 한번도 없는 것 같습니다만...
마왕 메피스토에게 납치된 마르가리타 공주를 구하려고 이웃나라 라파엘 왕자가 방방 뛰며 고생한다는 지극히 심플하면서 왕도를 달리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라파엘 왕자는 높이뛰기 능력과 긴 체공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것 말고는 장기가 전혀 없는, 유리몸의 소유자입니다. 적과 스치기만 하면 사망이니 공격할 수도 없어 여기저기 널려있는 아이템을 밀어서 상대를 압사시키거나 가두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이런 제약속에서 총 100개가 있는 방들을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며 공주가 있는 방을 찾아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100개의 방은 일반적인 퍼즐 게임처럼 단계별로 넘어가는 100 스테이지가 아니라 전체가 다 하나로 엮인 퍼즐 덩어리처럼 되어있습니다. 길을 잘못든다거나 한 방의 퍼즐을 잘못 풀었다거나 소모품의 잔여관리를 잘못했다거나 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수 틀렸다는 걸 깨달았을 때를 위한 자살키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게임을 세이브할 때는 또 잔여목숨을 하나 내줘야하기 땜에... 여러모로 난이도에 자비가 없는 게임입니다.
그렇다고 못할 정도는 또 아니어서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꾸준히 도전하면 외부도움 없이 혼자서 끝낼 수는 있었습니다.
게임이 인기를 끌자 같은해 연말에 똑같은 게임에 퍼즐(맵)만 새로 갈아넣은 '캐슬 엑설런트'가 출시되었습니다. 2편은 아니고(2편은 별도로 기획되었다가 취소...) 요즘이라면 DLC로 나올 추가맵 같은 건데, 본편을 다 끝낸 애들을 대상으로 나온 거다보니 정말로 난이도에 자비가 없어서, 이건 진짜로 공략 안보고는 하는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원본인 FM-7과 X1, PC-8801까지는 하드웨어 스펙이 비슷하다보니 BGM의 음색만 좀 다른 정도로 똑같이 나왔지만 하드웨어(특히나 그래픽 해상도)가 판이하게 다른 MSX는 거기 맞춰서 고치다 보니 그냥 좀 고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맵 구성이 달라진 다른 게임이 되었습니다. MSX와 하드웨어 스펙이 비슷한 기종들(PC-6001이라든가)은 MSX와 같은 맵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캐슬'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맵 구성은 다른 두 가지 게임이 존재하고, 그점은 맵만 다른 또다른 '캐슬' 게임인 '엑설런트'도 마찬가지라, '캐슬' 게임에는 서로 다른 네종류의 맵이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거기에 게임기 버전을 또 별도로 추가해야할지도...)
-아스키가 MSX를 주관하는 회사였다보니 타버전들보다 MSX 버전에 조금 더 신경쓴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어요. 하드웨어 스펙이 더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MSX 버전 그래픽이 더 귀여워 보이는데다 PSG로 나오는 MSX BGM 음색이 타기종 FM 사운드보다 더 좋게 들려서요(물론 이건 취향따라 달라질 수도...)
-게임 패키지 일러스트는 만화가 메르헨메이커가 맡았는데, 게임의 본체와는 백만광년 떨어진 그림이라서 또 인상적이었습니다ㅎㅎ
-PC-8801등의 버전에는 불법 복제방지장치가 있는데(MSX는 롬팩이라 그런거 없음) 복제버전으로 플레이하면 정상버전에서는 안나오는 특별한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미친 구성으로 사람 기를 팍 죽이는)방이 나오고 (근성으로) 그 방을 클리어하면 '복사하면 안되용'하는 메세지가 뜨고 그대로 중단된다고 합니다.복사방지에 이정도로 공을 들이다니 오히려 해보고 싶어지는...
-재믹스에서는 세이브도 자살도 안되기 때문에 컴터로 할 때보다 난이도가 훨씬 더 높아졌다죠.
2024.03.20 23:18
2024.03.22 12:03
인터플레이 캐슬은 제가 뭐 짓는 계열이나 땅따먹기 이런데에 영 잼뱅이라 건설모드에서 그림만 몇번 그려보다 말았네요ㅎㅎ
2024.03.20 23:31
저 시절엔 저런 사기 커버 그림을 보면서도 '상상력이 발동되어 게임이 더 재밌어지는구나!' 같은 생각을 하는 착한 게이머들이 살고 있었죠.... ㅋㅋㅋㅋ
저도 한참 즐겼던 게임인데 엔딩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면 하다가 화딱지 나서 때려 치웠던 것 같기도 하구요.
검색해서 플레이 영상을 틀어놓고 한참 구경하다 보니 한동안 걸작 대접 받았던 '브레이드' 같은 게임이 이 게임의 영향을 단단히 받았구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명작은 명작이었던 듯.
2024.03.22 12:05
게임으로 뭐 대단한 걸 보여주지 못하던 시절이니 껌데기 그림이라도 근사하게 보여주자...였던 것 같아요ㅎㅎ
[더 캐슬]은 닌텐도 패미컴으로도 이식되었고, 세가의 가정용 게임기 SG-1000로도 이식 되었습니다.
나름 소수의 미국 팬도 있었을 것 같은지라, 인터넷 아카이브 등에서 일본 원판 매뉴얼 스캔본 등을 현재도 찾을 수 있을 정도이긴 한데…
캐슬의 복사 방지 카피 프로텍트의 경우도 사실 2가지 버전이 있어서, 게임 구동 시에 복사판인 경우 보스가 공주를 데리고 성 밖으로 도망쳐 버리는 그림이 나오는 게 있었고,
본문 중에 언급하신 복사판 게임을 플레이하는 도중에 답 없는 방이 나온 뒤 방 구조가 경고 메시지로 바뀌는 경우가 따로 있었습니다.
캐슬의 카피 프로텍트 1번째 영상. 재생하면 나오는데, 알아보기 힘들지만 보스가 성에서 공주를 빼돌려 도망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또 하나의 복사 방지 부분은 이 쪽 영상입니다.
일단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지만, 4분 5초 정도부터 평소와는 방 구조가 달라진 카피 프토텍트 발동 버전이 나옵니다.
뭔가 괴랄하게 어려워지고 억지로 계속 진행하면 (영상 7분 40초 넘어서 쯤부터) 방 구조 자체가 경고 메시지가 됩니다.
MSX판 캐슬은 대신 국산 대우 MSX 등에서 실행시 게임 중 요정을 구하거나 했을 때 등에서 나오는 일본어 메시지가 깨지는 문제가 있었죠.
액션 퍼즐이라 몸으로 트랩을 피하는 게임에서 메시지 힌트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종종 문제 아닌 문제가 될 때가 있었고 엔딩 글자도 제대로 안 나오는 경우엔 화가 나죠.
그런데 DOS시절 게임으로 성을 건조하는 캐슬즈가 있었고, 마이컴 등에서 공략도 나왔던 게임인지라 국내에선 이 쪽이 더 유명할지도 모르겠군요.
그러고보니, 패미컴으로는 캐슬 퀘스트란 게임도 있었지요… ㅎㅎㅎ
:D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