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반찬;간장 고추 장아찌

2010.10.03 19:11

메피스토 조회 수:3850

* 여러 블로그들, 혹은 제가 올린 글들에서 많은 식당 얘기들, 음식 얘기들이 있지만 돌이켜보건데 집밥을 능가하는 것은 많지 않을꺼에요. 아침 저녁 점심 밥때되서 먹는 집밥도 있지만, 한밤에 출출할때 밥솥을 열어 밥을 박박 긁고 소리나지 않게 냉장고를 뒤적거리며 한두가지의 반찬만으로 허기를 달래는 것도 분명 집밥의 하나죠. 누구 눈치 안보고 얼마나 속편하게 먹을 수 있습니까.


* 엄니가 담아둔 간장 고추 장아찌를 본격 개봉했습니다. 언제 담았는지도 잊어버렸지만 대략 작년초~재작년쯤. 어디서 고추를 잔뜩 가지고 오셔서 일부는 썰어서 겨울용으로 냉동실에, 일부는 젓갈에 묵혀두고 나머지 소량을 간장에 묻어둔걸로 기억해요.  간수를 잘해서인지 변질되지 않았어요. 장류음식이나 된장 위에 곰팡이 살짝 피는것만 생각하고 변질이 어디있냐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간장뿐만 아니라 물엿, 설탕, 식초, 물 등의 '잡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장아찌 역시 변질의 우려가 있다고 합니다. 

(사진이 썩은건...1. 사진의 달인 메피스토가 아니거니와, 2. 폰카거든요)

* 색깔이 어둡다 못해 거무튀튀하기까지 합니다만, 맛이 아주 좋습니다. 원래 집반찬에 이렇게까지 열광안하는데 이건 예외에요. 엄니도 먹어보고 내가 담았지만 맛있다고 하시는군요. 물엿 간장 식초 설탕의 비율이 아주 좋았나봐요.
장은 묵으면 묵을수록 맛이 좋다던데, 장아찌도 마찬가지인가봐요. 푸릇푸릇하고 매운 고추의 맛이 간장과 함께 숙성되었어요. 푸른 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을때의 아삭거림과 신선함은 없지만 고추 특유의 알싸함을 간직한채 농밀하면서도 깊은 맛을 냅니다. 시간의 힘인가봐요. 보통 장아찌에선 이정도의 깊은 맛은 안나는데.

썰어서 먹지 않고 통째로 가져와서 먹습니다. 간장속에 오래 담겨있던 고추인지라 간장이 속을 채웠어요. 짜글짜글 오그라들었는데도 한입 베어물때 간장이 비집고 나올정도로요. 잘못먹으면 짤수도 있으니 밥에 꾹 눌러 간장을 살짝 뺀 뒤 먹으면 안성맞춤입니다. 사실 저희 집안 요리가 좀 짜게 간을 맞추는지라 이정도는 그냥 먹기도 합니다만, 먼저 개봉했던 젓갈에 박아둔 건 너무 짜서 다소 부담스러웠는데 이건 괜찮습니다. 고추에는 간장의 향이 배어있고, 간장에는 고추의 맛이 빠져나와 있어요. 숟가락 끝으로 간장을 살짝 찍어먹어보면 매콤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맛이 느껴지죠. 장아찌도 맛나지만 급히 차릴 밥상 반찬이 마땅치 않다면 이 간장도 훌륭한 찬이 될것같습니다.   


* 요거말고 할라피뇨던가요. 굵고 작은 외국고추요. 그걸로 담근 간장 장아찌도 기가막혔어요. 그건 저희집에서 담근게 아니고 예전에 이모집에서 담은걸 얻어와서 먹어봤는데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팍! 쏘듯 입안을 자극하지만 우리나라 매운고추만큼 입을 오래 괴롭히는 타입은 아닌 것같더군요. 물론 그것도 장아찌 인지라 매운성질이 변한 탓일지도 모르지만. 얻어와서 며칠동안 그것만 먹었죠. 비싸긴 오지게 비싸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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