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페이스북을 보며

2020.01.29 05:53

어디로갈까 조회 수:1161

1. 은사님이 십여 년 간 운영하던 페이스북을 접으셨네요.  활발한 활동은 아니었으나, 가끔 올라오는 글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던 계정이었기에 시무룩해집니다.
마지막 공지글로 봐서는 온라인 속성에 염증을 느끼신 듯해요.  페이스북에서 유난떠는 몇몇 지식인에게 질려버리신 듯. 
그래서 해보는 생각. '소통하고 싶다'는 말, 그건 짐짓 전적인 개방의 제스처인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죠. 어떤 코드로 소통하고 싶다는 단서같은 게 있는 셈이고, 그게 또 이상한 일이 아닌 것입니다.
다만 당신이 가졌던 희망 때문에 갖는 당황감이나 약간의 환멸로 우울해하시는 모습은 안타깝습니다. 식사 대접을 할 시점인가 싶어요. 뭐 그런 자리 때마다 거절은 않으시고 "건방진 놈~" 쥐어박는 소리만 하시지만. - - 

2. 며칠 잠이 부족했기에 깊이 잘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툭 끊기고 말았어요. 어제 종일 커피를 끊었는데 카페인 결핍 때문에 불안해서 그런 걸까요. 
삶을 도모하는 방법이란 게  원하지 않더라도 나쁜 평가를 받는 외부의 물질도 유입해야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생존의 이런 조건을 의식에 적용하면, 무엇인가에 눈길을 주는 일이 관건이 되죠. 무엇이든 눈 속으로 들여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바라보는 겁니다. 그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죠. (듀게질하는 이유. - -)

3.소중한 것은 단념하기 어려워요. 그러나 때로는 소중한 것에 대한 집념이 단념의 형식을 띠기도 합니다.  "그렇게 살았다..."고 말하려면, 수십 년쯤의 인생 서사는 들먹일 수 있어야 한다, 고 생각해요.  선생님이 언급한 몇몇 지식인들 - '이렇게 살아야지'라고 가르치는 글들- 을 떠올리노라니 더 그런 마음입니다. 
문득 시 한 편이 떠올라서...

때때로/ 헤르만 헤세

때대로 한 마리 새가 울 때,
혹은 바람 한 점 나뭇가지에 불거나
개 한 마리 아주 먼 농가에서 짖을 때
그때 나는 오래 귀기울이고 침묵해야 하리.

내 영혼은 되돌아 날아가
수천 년 전 잊혀진 그때,
새와 바람이 나와 비슷하고 내 형제였던
그날로까지 날아간다.

내 영혼은 한 그루 나무가 된다.
한 마리 짐승과 구름떼가 된다.
모습이 변하고 낯설게 되어 돌아와
나에게 묻는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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