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4 01:24
* 아래 ‘오뎅’에 관한 글을 보고 떠 오른 생각들
1. 펜케이크
팬케이크라는 존재를 처음 알게 된것은 아주 아주 어릴적 KBS의 ‘명화극장’ 같은 데서 방영해준 ‘어떤 영화’였습니다.
너무 어릴때여서 제목도 기억 안나고 줄거리도 거의 기억이 안나요.
그런데 너무도 뚜렷이 기억 나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 대충 영국이었던거 같고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주인공이
다니는 남자기숙학교에 대대로 내려오는 축제속 이벤트가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펜케이크 많이 먹기였어요.
대충 그 나이 사내아이 또래들이 흔한 허세와 만용의 대결장이었던 셈인데 여하간 결승에서 상대가 먹다 기절했거나 포기했음에도
주인공이 발굴한 전생에 펜케이크 못 먹어 죽은 귀신 같은 친구가 결국 우승을 해버립니다. 딱 이 부분만 기억이 나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전까지 한번도 먹어 본적 없던 ‘펜케이크’를 먹고 싶어졌죠.
그래서 펜케이크 가루를 사다가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은 적도 있어요. 초딩이 말이죠.
이 소울 푸드를 한참 잊고 살았는데, 직접 만들어 먹기 여간 귀찮음 한가득 이기도 하고 (반죽 음식이란게 다 그렇죠....)
요즘은 조금 생겼지만, 한국에 살고 있을 적만해도 펜케이크 전문점은 고사하고 팬케이크가 메뉴에 있는 그런 카페나 비스트로는 홍대 같은데도
찾아보기 쉽지 않았거든요.
2년전에 상해에서 다시 만났지 뭡니까. 수입식품 코너에서 냉동 펜케이크를 팔더라구요. 전자렌지에 2분 정도만 돌리면 바로 그 팬케이크가!!
잘 알다시피 펜케이크의 완성은 메이플 시럽과 버터 한 조각 입니다.
갖 구운 듯한 펜케이크 석장에 버터 한 조각 얹고 메이플 시럽을 술술 뿌리고 좀 진한 커피 한잔 곁들이면 아침이 모자람 없이 행복하죠.
이렇게 영화로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지는 첫번째 소울 푸드입니다.
2. 호떡
하지만 비 오는 날이면 꼭 떠 오르는 음식은 따로 정해져 있어요.
역시 초딩, 어릴적 살던 동네에는 어둡거나 칙칙하지 않은 골목길이 아기자기 미로처럼 사방팔방 뻗어 있었고
이상하게 비만 오면 우산을 들고 집에서 시장통 가는길 중간 즘에 땅콩을 넣어 고소하고 계피까지 넣어 향긋하고 쌀과 밀가루를 적당히 믹스하고
반죽을 알맞게 숙성까지 시켜 식감이 끝내주던 호떡만 파는 조그만 리어커가 있었어요.
딱 두개를 사다 들고 우산을 잡은 채로 미로 같은 골목길을 걸었어요. 호떡 두개를 오물 오물 다 먹을 동안 말이죠.
비가 너무 심하게 내린다 싶으면 골목으로 삐져 나온 처마 아래에서(한옥도 적잖이 있던 동네였어요) 잠시 쉬었다 가기도 하고
어릴적에 생겼던 어떤 추억? 기억? 느낌? 으로 오래 잊혀지지 않고 좋게 간직하는 그런 감각들 중 하나에요.
비 오는 날 골목 여행을 하며 먹던 호떡
3. 순대와 오뎅
그런데 가끔 한국에 들어가거나 상해에서 아주 가끔 코리안 타운에 가게 되면 꼭 찾는 음식은 따로 있어요.
바로 순대와 오뎅이죠. 순대는 그.... 뭐 이거 저거 넣은 비싼 순대 말고 시장통에서 파는 찹쌀순대! 그리고 간은 꼭 있어야 하고
소금은 고추가루가 살짝 뿌려져 있어야 해요. 그리고 제 아무리 커피 마시는 하마지만, 순대 만큼은 오뎅 국물이 있어야 해요.
그리고 오뎅국물이 가장 맛있는 순간은 순대 3개 먹고 간 한조각 먹고 목이 살짝 막힌다 싶을 적이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오뎅국물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글을 쓴 것을 격렬히 후회 중입니다.
지금 한 밤중이고 상해거든요;
2020.01.14 01:26
2020.01.14 01:33
상해에도 서양애들 많이 돌아 다니는 동네에는 펜케이크 가게들이 있고 꽤 잘해요.
그런데 객단가를 맞추려다 보니 대부분 이것 저것 토핑을 정신 없이 해서 팔더라구요. 그리고 팬케이크에는 꼭 바디감이 쎄지만 깔끔한 그런 커피가 있어줘야 하는데..... 지금까지 밖에서 먹어본 펜케이크들 중에서 정말 순수?하게 버터 바른 팬케이크와 메이플 시럽 병째로 서빙 해주는 곳은 딱 한 곳이었고 역시나 커피도 펜케이크에 잘 어울리게 나오더군요. 소개해주신 곳도 왠지 그런 곳일거 같아요.
2020.01.14 01:39
2020.01.14 01:49
1. 어라 어떤 영화인지 드라마였는지 아무튼 그 '팬케이크 많이 먹기 대회'는 정말 기억에 남아 있어요. 결국 한 녀석이 우승하니까 친구들이 전부 거리로 뛰어나가면서 "공짜 팬케이크!"하면서 소리소리지르고 다음 장면이 엉망이 된 팬케이크 가게에 사장 내외가 앉아 있던 장면이었나. 기록경신을 해서 공짜팬케이크를 돌리는 그런 이야기였던 거 같은데요 워낙 옛날에 본거지만 이 부분만큼은 또렷하네요. 어쨌든 그 드라마인지 영화인지에서 저도 팬케이크라는 음식이 각인되었습니다. 팬케이크에 버터인지 뭔지를 바르고 아주 마셔(...)대며 먹는 게 정말 문화충격이었던. :)
2020.01.14 02:25
어? 왠지 같은 영화인거 같아요! 우승하면 가게 털리는게 아니라 아마 시합과 별도로 가게 주인장과 내기를 걸었을거에요. 그 내기마저 이기고 가게는 털리고 ㅎ
2020.01.14 02:34
같은 영화일 듯 합니다. :D
근데 그 영화의 다른 장면은 전혀 기억 안 나는 것도 신기하네요; 정말 옛날에 티비에서 본 영화인 것과 '팬케이크'관련된 대목만 기억나고ㅎㅎ
2020.01.14 04:29
언젠가 모 TV 프로그램에서, '소울 푸드'를 추억과 기억의 음식의 뜻으로 쓰고 있으나 어원이 슬픈 단어니까 '위안 음식'으로 순화해서 쓰자는 주장을 하던 게 생각납니다. ㅎ
할머니 살아 계실 때는 일 년에 두 번 돼지 잡은 후 직접 순대를 만들어서 주변 사람들 먹이곤 하셨어요. 요즘 시중에 파는 동전 만한 크기가 아니라 와인잔 받침만큼 커다랗고 색도 예뻤던 찹쌀 순대. (꿀꺽)
제 소울푸드는 어머니가 구워주시던 바게트 빵. 프랑스에서도 고렇게 만난 바게트는 찾아 보기 힘듦. ㅋ
2020.01.14 06:31
2020.01.14 11:04
2020.01.14 12:21
2020.01.14 15:52
닭 육수에 라면이나 밥을 넣어 먹거나, 콩나물국밥, 짬뽕, 선지해장국요. 참깨라면 뺴놓을 수 없죠.
2020.01.1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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