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8 19:06
예전에 누가 그런 글을 썼더군요. '타이타닉'을 처음 봤을 때는 부잣집 딸이 거렁뱅이에게 빠진다는 스토리가 말이 되느냐 하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까 이건 한 소녀가 여행을 떠났다가 천사를 만난 이야기라고. 왜냐하면 상대가 전성기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거든요.
처음 '노팅힐'을 봤을 때는 이런 황당한 이야기가 있나 하고 생각했지요. 헐리웃 스타가 안팔리는 서점 주인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죠. 그런데 다시 보니 여러가지로 이해가 되요. 왜냐하면 상대가 휴 그랜트예요. 물론 작중에서 '한 때는 잘생겼는데 지금은 얼굴이 둥글어졌다. 앞으로는 삭을 일만 남았다'는 평가를 받긴 하지요. 의상 선정한 사람이 휴 그랜트의 매력을 잘 알고 있어요. 휴 그랜트의 눈동자 색에 맞춰서 파란색 스웨터를 입힌다든가, 핑크색 셔츠를 입히고 단추를 두세개 풀게 한다든가 한 설정이 그렇네요. 파란색 스웨터 사진은 아래 링크에 있습니다. 일단 보면 '의상 디자이너가 관객들의 심장을 노렸군'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휴 그랜트가 연기를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건 그렇지 않아요. 이 사람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연기를 합니다. 엄청나게 열심히 하는 건 아니지만 못하진 않아요. 예를 들어 노팅힐 막판에 여 주인공 애나 스콧과 같이 레드 카펫을 밟는 장면이 있죠. 여기서 이 사람은 헐리웃 스타이면서도 마치 레드 카펫을 처음 밟아보는 사람 같은 연기를 해요. 또한 출중한 외모를 갖고 있으면서도 마치 아무것도 아닌 런던의 정물 같은 연기를 하죠. 이 사람의 'A very English Scandal'을 봐도 연기를 못한다는 말은 결코 할 수 없겠죠. (시기적으로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휴 그랜트의 인터뷰를 좀 찾아보니, 휴 그랜트는 이 영화의 플롯은 있을 법한 일이다 라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어요. '자기가 말할 수 없는 어느 누군가'와 대본 작가가 만났는데... 뭐 이런 이야기를 흘립니다. 알고보니 이 영화의 작가이자 '네 번의 결혼식 한 번의 장례식'의 감독이었던 리처드 커티스는 에마 프로이드라는 유명인과 결혼했군요. 지그문드 프로이드의 증손녀네요.
애나 스콧은 왜 윌리엄 대커를 선택했을까요? 윌리엄은 황당한 상황에서 상식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인간이죠. 애나의 남자친구가 팁을 던져주며 무례하게 쓰레기통을 맡길 때에도 젠틀하게 상황을 수습해요. (물론 이 상식적인 인간은 휴 그랜트의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줄리아 로버츠는 이 영화에서 제가 아는 여배우와 꼭같은 표정들을 짓습니다. 영업용 표정이예요. 같이 사진 찍자고 하는 사람들 앞에서 웃어주는 모습, 오버해서 달려드는 사람들을 부드럽게 떨쳐내는 모습. 죽어간 여배우들이 생각 났어요.
2019.11.28 19:16
2019.11.28 19:41
루시안 프로이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작품이 참 좋네요. 대상을 철저하게 관찰하고 그리는군요.
2019.11.28 19:51
엘리자베스 여왕 초상화 참 좋네요. 오른 눈은 총명해보이고 왼 눈은 아둔하면서 애수에 차 보이고. 남성적이고 고집스러운 입 주변 근육과 여성적으로 보이려고 부풀린 흰 머리를 숨김없이 그렸네요. 화가가 저렇게 잔인하게 그렸는데도 여왕의 남은 이미지가 강렬하게 존재감을 뿜어대는 걸 보면 대상에 대한 경외감도 충분히 나타냈네요.
2019.11.28 19:57
아 이건 정말 어려운 작품이네요... 교황을 그렸는데 사실주의적으로 그린 것도 아니고 마치 지옥에 빠져드는 사람처럼, 권위에 갇혀서 고통스러워하는 시체처럼 그렸다는 거죠...
2019.11.28 19:59
요한 바오로 2세가 임종 전까지 교황직을 지켰던 걸 생각하면 아예 말이 안 되는 것 같지 않아요. 후에 교황이 되는 베네딕트 16세는 <스타워즈>의 시스 로드같다고 조롱받기도 했고요.
2019.11.28 20:07
어쩐지 화풍이 확 다르다 했어요. 피카소 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한 사람이 저렇게 화풍을 변화시키기 어렵겠죠.
2019.11.28 19:26
전 이 영화에서 하나 남은 디저트를 먹기 위해 줄리아 로버츠가 자신의 비밀을 고백하는 장면을 좋아해요.
2019.11.28 19:43
저는 냉장고 앞에서 꿀에 절인 살구갖고 헛소리하는 윌리엄을 참아내는 장면이 좋더군요. 딱 저런 표정으로 사람들을 참아내는 여배우를 알아요.
2019.11.28 19:34
2019.11.28 19:39
켄 러셀의 <백사의 전설>보면 말씀하신 캐릭터대로 나옵니다 ㅎㅎ. 그래서 한편으로는 그 창녀와의 스캔들이 그 이미지를 깨 준 것도 있다고 봅니다.
2019.11.28 19:42
2019.11.28 19:40
2019.11.28 19:54
저는 'The very English Scandal'에서 그 사람이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해요. 잘생긴 얼굴이 삭아지니까 오히려 연기력이 빛나는 것 같기도 하더군요. 벤 위쇼하고 'The very English Scandal'과 '패딩턴 2'에서 둘다 같이 출연하더군요.
2019.11.28 19:44
2019.11.28 20:02
이 사람 영국인 역할을 잘합니다. (?)
2019.11.28 20:49
2019.11.28 21:02
영국인으로 태어나 영국 최고의 교육을 받은 덕택 아니겠습니까. 영국인 역할만 해도 할 역할이 많으니... 이런 사람이 의외로 연극 '프랑켄슈타인'하면 재미있을 거 같지 않나요.
2019.11.29 01:03
2019.11.29 09:29
저는 딸기 와플 님과 같은 이유로 반대의 결과가 나오네요.ㅋㅋ 가방끈 긴 얼간이 ㅋㅋㅋㅋ 그 느낌입니다.
남성 특유의 공격적인 느낌이 별로 없어요. 너무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천박하다고 흉보는 분위기 (책에서 빌린 표현이에요)에서 성장했을 것 같죠.
엠마 프로이드는 토크 쇼도 진행했었을 거예요. 프로이드의 후손 중에서 루시안이야 워낙 유명하고 벨라 프로이드는 디자이너로 존 말코비치가 좋아하는 디자이너입니다.
저는 휴 그랜트가 당신 이런 걸 저런 걸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하니까 줄리아 로버츠가 그건 어시가 작성한 거고 난 모른다고 말했던 걸 기억합니다. 그래서 제가 연예인들 기사와 인터뷰를 잘 안 보는 이유기도 해요.
콜린 퍼스는 가볍기 때문에 과소평가되고 있는 재능이 휴 그랜트라고 말한 적 있어요. 로맨틱 코디미 이전에 나온 <모리스>,<남아 있는 나날들> 보면 계급에 갖힌 인간의 모습을 잘 연기하죠.
휴 그랜트는 옷 잘 입어요. <어바웃 어 보이>에 입고 나온 옷이 디젤 옷으로 알고 있어요. 스타일리스트를 잘 고용했을 수도 있죠.
드류 배리모어하고 그렇게 잘 지내지는 않았는데 배리모어는 전형적인 LA여자고 자신은 그냥 영국 남자라고 말한 적이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