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추웠을 때 냉기 서늘한 차에 타서 핸들을 딱 잡으니까 갑자기 생각이 나더라고요.

고등학교 때, 야자 마치고 한겨울에 막 추워추워하면서 집에 들어가면... 직장 다니고 하느라 기진맥진 하셨던 엄마, 먼저 잠들어 계시다가도


어, 왔나.. 하고는

춥냐고 엄마 배 안에 손 집어 넣으라고ㅎ


그럼 저는 막 엄마 옆에서 교복도 안 벗고 앉아서는 좋다고 담요 안에, 엄마 옷속에 파고들어서 맨살, 배, 막 조물조물하면서 손 따뜻하다고 좋아라 했던 거

그런 게 생각이 나더라고요.


엄마도 참. 그냥 담요 안에 손만 넣으라해도 됐을텐데, 뭐하러.



제가 중학교 때까진 참 독하게 공부를 "안" 했어요.ㅎㅎㅎ 식탐만 많고 이것저것 공부도 애매하게 못하고 뭐 그랬는데.

한창 변진섭을 좋아했드랬습니다.

지방 단독 공연을 왔는데 그 때 당시 표값이 7000원이었어요. 완전 비쌌지요. 인기 그렇게 많았는데도 반에서 엄마가 표 사줘 가는 아이는 저밖에 없었어요.

혼자 보면 재미없다고 친구 티켓도 같이 끊어준 센스 있는 엄마.

집 형편이 넉넉한 것도 아니었는데 딸네미 좋아하는 거, 좋아하셨죠..

그건 공평하게 해주신다고 동생 고등학교 때 아이돌 그룹 때매 한창 목 맬땐 엄마가..... 대신 줄도 서주셨어요-_- 수업 빼먹고 갈 바에 엄마가 대신!

ㅎㅎㅎㅎ 동생 친구들한테 빵도 사주시고.

악 쓰고 쫓아다니는 것도 굶고는 못한다며.



설연휴 때 앨범을 정리하다 보니

엄마가 너무 젊으셨더라고요.

열아홉살에 결혼해서(!) 한창인 엄마가, 너무 생생해서... 아프고 아리고, 아직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암 투병할 때도, 언니가 엄마 옆에서, 간병한다고 마음 쓰고 잠도 못자고 애쓴다고, 언니 몰래 언니 단짝 친구한테 문자 보내서.

언니 좀 챙겨달라고, 부탁했던 엄마였어요.



생각해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받은 사랑이 너무 많은데,

엄마가 저한테 남긴 문자나 카톡 메시지는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내 새끼 어쩌냐고 그런 말들 뿐이예요.


엄마를 보내 드리고 나니

마음이 텅 빈 것 같고 뭘로도 채울 수 없을 것 같애요.




직장 동료분의 부친상이 있어서 조문 가는데 마침, 장소가 작년 5월에 엄마 보내드렸던 곳이라 마음이 쓰립니다.

설, 명절도 어떻게 간지 모르겠어요.




저는... 이런 사랑을 다시는 못 받을거예요. 아마.








-야밤에 우울한 바낭이었습니다.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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