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24 00:00
한참 추웠을 때 냉기 서늘한 차에 타서 핸들을 딱 잡으니까 갑자기 생각이 나더라고요.
고등학교 때, 야자 마치고 한겨울에 막 추워추워하면서 집에 들어가면... 직장 다니고 하느라 기진맥진 하셨던 엄마, 먼저 잠들어 계시다가도
어, 왔나.. 하고는
춥냐고 엄마 배 안에 손 집어 넣으라고ㅎ
그럼 저는 막 엄마 옆에서 교복도 안 벗고 앉아서는 좋다고 담요 안에, 엄마 옷속에 파고들어서 맨살, 배, 막 조물조물하면서 손 따뜻하다고 좋아라 했던 거
그런 게 생각이 나더라고요.
엄마도 참. 그냥 담요 안에 손만 넣으라해도 됐을텐데, 뭐하러.
제가 중학교 때까진 참 독하게 공부를 "안" 했어요.ㅎㅎㅎ 식탐만 많고 이것저것 공부도 애매하게 못하고 뭐 그랬는데.
한창 변진섭을 좋아했드랬습니다.
지방 단독 공연을 왔는데 그 때 당시 표값이 7000원이었어요. 완전 비쌌지요. 인기 그렇게 많았는데도 반에서 엄마가 표 사줘 가는 아이는 저밖에 없었어요.
혼자 보면 재미없다고 친구 티켓도 같이 끊어준 센스 있는 엄마.
집 형편이 넉넉한 것도 아니었는데 딸네미 좋아하는 거, 좋아하셨죠..
그건 공평하게 해주신다고 동생 고등학교 때 아이돌 그룹 때매 한창 목 맬땐 엄마가..... 대신 줄도 서주셨어요-_- 수업 빼먹고 갈 바에 엄마가 대신!
ㅎㅎㅎㅎ 동생 친구들한테 빵도 사주시고.
악 쓰고 쫓아다니는 것도 굶고는 못한다며.
설연휴 때 앨범을 정리하다 보니
엄마가 너무 젊으셨더라고요.
열아홉살에 결혼해서(!) 한창인 엄마가, 너무 생생해서... 아프고 아리고, 아직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암 투병할 때도, 언니가 엄마 옆에서, 간병한다고 마음 쓰고 잠도 못자고 애쓴다고, 언니 몰래 언니 단짝 친구한테 문자 보내서.
언니 좀 챙겨달라고, 부탁했던 엄마였어요.
생각해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받은 사랑이 너무 많은데,
엄마가 저한테 남긴 문자나 카톡 메시지는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내 새끼 어쩌냐고 그런 말들 뿐이예요.
엄마를 보내 드리고 나니
마음이 텅 빈 것 같고 뭘로도 채울 수 없을 것 같애요.
직장 동료분의 부친상이 있어서 조문 가는데 마침, 장소가 작년 5월에 엄마 보내드렸던 곳이라 마음이 쓰립니다.
설, 명절도 어떻게 간지 모르겠어요.
저는... 이런 사랑을 다시는 못 받을거예요. 아마.
-야밤에 우울한 바낭이었습니다. 죄송해요.
2015.02.24 00:07
2015.02.24 00:17
오래도록 책상에 앉아 일하는 아들에게 자꾸 운동을 하라 그러시는데, 내 몸에 문제가 생길 때쯤 엄마는 그걸 못 볼테니 염려마슈, 그랬습니다. 진심입니다. 나쁜 건 하나도 보여드리고 싶지 않아요
2015.02.24 00:20
야이놈아 보게 될까봐 그러지,다 그러시죠.
나 죽은 담에 그꼴을 어찌 보냐 이놈아,그러시기도(앞뒤가 안맞죠)
2015.02.24 00:31
정말. 죽어도 눈을 못 감는다.
2015.02.24 00:21
그동안 이래와율님의 어머님 관련한 글을 나름 공감하며 숱하게 읽어온 사람으로서, 혹여 제 글 읽고 맘상하실 지... 그러나 결례를 무릅쓰고 댓글 답니다.
... ... 4살때 엄마 돌아가셔서, 엄마의 기억도 사랑도 무엇이었는지 단 서너 컷의 정지된 화면같은 기억 말고는 아무 것도 모른 채로 자라고 나이 먹고, 그리고 이 나이 먹고도 모성이 뭔지 모른 채로 국어책 읽는 게 아니라면 '엄마' 라는 단어를 입밖으로 내 본게 **년 넘어 살면서도 열 번이 안 된 사람도 근근히 살아갑니다. 그래요. 기억과 추억이 전무한 채로 느끼는 결핍과, 행복하고 따뜻한 추억이 넘쳐나는 시절을 다 보내본 사람이 어찌 같은 상실감을 갖겠는가만...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못했으니 아예 그 영원한 결락을 몰라서 입 다물고 성인 아니라 중년이 되어 가는데도 그 도저히 메꿀 수 없는 상실감을 어디다 말도 못하고 살아가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왜, 하나님이 천사같은 아이들을 다 돌볼 수 없어서 지상에 엄마를 보냈다는 이 따위 얘기를 들을 때마다 어리벙벙 하며 그게 뭘까 한참을 상상하며 종국엔 감을 잡을 수 없어 빈손을 내젓는 사람도 있단 말입니다.
결국, 극복의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더욱이 그렇게 극진하고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을 같이 보내고, 이렇듯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갖고 계신 분이라면 말입니다.
2015.02.24 00:24
받은 만큼의 사랑을 누군가에게 전해줄 수 있다면 지금의 텅 빈 마음이 조금씩 채워지지 않을까요, 라고 감히 말해봅니다.
2015.02.24 00:56
2015.02.24 01:11
2015.02.24 01:32
2015.02.24 01:18
저희 어머니도 무지 다정한 분이시라서 이레와율님의 쓰라린 마음에 대해 조금은 짐작이 가요.... 좀 무뚝뚝하고 이기적인 어머니셨다면 덜 슬펐을까요? 그건 또 그것대로 함께 한 시간이 너무 없어서 후회만 가득할지도 모르겠어요. 어찌해야할지 모르겠고 슬프기만 한 밤들이 지나가요. 이레와율님. 이렇게 지나가고 아주 조금씩 계절이 바뀔 때마다 추억과 망각이 자리할 거예요. 부디 크게 숨쉬는 날들이 점점 많아지길 바랄게요...
2015.02.24 01:53
엄마가 돌아가시고 5년쯤 지났던 어느 날 문득
내가 이제부터 아무리 날고 기어도 결국 '엄마가 더는 없다'는 것 하나, 딱 하나 때문에 결국 내 생이 조금 가여워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로 날이 갈수록 그게 떨쳐지지가 않네요. 그냥 조금 가여운 채로 생에 더께가 쌓이고 굳어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어요.
순리대로라면 결국 누구나 언젠가는 가여워지는 것이 숙명이잖아요. 견디도록, 견딜 수 있도록.
모든 엄마 잃은 분들에게 초라하고 궁색한 이 손이나마, 잠시 내밀어 어깨를 토닥이거나 꼭 안아드리고 싶습니다.
젠장, 6년이 지나도 아무 떄나 문득문득 생각나고 보고 싶으니 이제는 내게 엄마란 신화나 환상이나 그런 것, 잘 만들어진 개뻥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그래도 믿을 수 없을 만큼 흠뻑 사랑받았던 기억이 저를 지금처럼 살아가게 만들어주는 연료라서, 결국 지금의 저를 믿는 것이 엄마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처럼, 되어 있네요.
엄마, 나는 오늘도 잘 지냈어. 내일도 잘 지낼게.
2015.02.24 07:50
2015.02.24 08:10
2015.02.24 09:22
아이공 눈물이 쪼르륵 흐르네요
2015.02.24 09:34
2015.02.24 10:12
애들 대신 줄 서주시는 엄마라니! 세상에. 짧은 글로도 얼마나 좋은 어머니셨을지 짐작이 가요..
2015.02.24 11:55
더 애닯은 마음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