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22 01:11
나는 가수다 음악감상실의 권태은 PD가, 이번 4회 양파의 '민물장어의 꿈'을 듣고,
한동안 넋을 잃다가 한 저 말에, 팬으로서 기쁘기도 안타깝기도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오늘은 가수 양파에 대한 찬양글을 작정하고 올려보려고 합니다;
양파의 오랜 팬인 저는, 1998년 2집 때까지만 해도 사실 큰 관심이 없었고, 살짝 오히려 후배인 박정현에 관심이 더 있었죠.
근데 1999년 3집부터, 양파에게서 아주 특별한 흡입력 있는 음색이 있다는 걸 - 특히 고음 부분에서 -
깨달으면서, 왜 이 가수를 외면하고 있었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2001년 4집도 그 느낌을 더욱 성숙하게 보여주다가,
그 뒤로 거의 14년이라는 어마어마한 기간 동안은 정말 빛을 발할 정도의 곡이 딱히 없었어요. 그렇게 양파는 조용히 잊혀져 갔죠.
사실 양파가 뽕끼가 많다라는 평은 2007년 즈음에 발표한 5집 사랑 그게뭔데나 그 후에 보여진 아파 아이야 따위의 곡에서 보여졌던 거고,
전 그게 진짜 양파의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렇게 과소평가 받는 것 같은 느낌도 안타까웠답니다.
근데 이번 나는 가수다를 통해, 양파의 진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곡들을 매주마다 점점 더 보여주고 있어서
팬으로서 너무 기쁘고, 나가수가 욕을 먹든 말든, 양파라는 가수를 끄집어 내어준 나가수 제작진에 전 고마워요.
갓파(GodPa) 찬양, 이번 나가수 양파의 곡 몇 개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들 몇 개 올려볼게요.
[양파 - 민물장어의 꿈] (2015) - 나가수 시즌3-4회, 신해철 곡, 정재일 피아노
양파의 나가수 무대 중 최고의 곡이었고 + 나가수 역대 무대 중에서도 노래,편곡,연주 등 완성도가 높은 곡들 중 하나이며,
양파의 역대 곡 중에서도 가장 완성도가 있었던 나가수 4회의 곡.
음역대가 아주 넓은 곡 중 하나로, 부르기 어려운 곡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주 높은 부분을 양파는 말끔한 진성으로도 부르고 가성으로도 부른답니다.
절제와 진심도 좋았고, 신해철의 좋은 가사를 전달력 있게 잘 해주었다고 생각.
이번 회의 주제는 존경하는 가수에 대한 헌정(tribute)였는데, 양파가 그 주제를 가장 잘 표현했다는 평.
반주는 피아노 하나였는데, 피아노를 연주한 정재일 씨의 혼 서린 - 정말 온 몸으로 연주하더라고요 - 연주가 함께 빛을 발합니다.
양파를 재발견했다면, 정재일 씨는 제게는 발견이었어요. - 사실 잘 모르는 분이었어서.
전주와 후주는 신해철의 다른 곡을 피처링했다고 합니다.
[양파 - 그대와 영원히] (2015) - 나가수 시즌3-3회, 이문세 곡
양파의 나가수 무대 중 민물장어의 꿈과 함께 최고의 곡이었는데, 굉장히 처절하게 불렀죠.
양파는 목소리가 정말 청명한데, 동시에 매우 슬프게 표현하는 재능이 있고, 이 곡에서 그 표현이 극대화된 것 같아요.
몸살로 몸 상태가 매우 안 좋은 상황에서 부른 곡인데, 원래 아플 때 더 감정 표현이 좋아진다고들 하죠.
그래서 오히려 곡의 슬픈 느낌이 잘 살아난 곡 같아요.
+ 역시 가사 전달력 너무 좋고, 특히 '음성' '쇠잔한' 같은 가사의 ㅅ 발음이 이쁨.
+ 뭔가 제스처나 몸동작 자체도 고급져요. 마이크 선 한 줄기 손에 끼고 부르는 것도 예술적임.
[양파 - 달팽이] (2015) - 나가수 시즌3-2, 패닉 곡
이 곡도 들을수록 매력적인 곡입니다. 미디엄 템포의 곡으로 곡을 적당히 흥겹고, 적당히 슬프게 만들었는데,
웃으면서 부르는데도 뭔가 울컥한 감성이 있는 게 양파의 특징이랄까요.
깨끗하게 떨어지는 고음, 청명함 속에 있는 와일드함 등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 곡에서도 앞부분과 뒷부분에 패닉의 다른 곡들을 피처링 했다고 해요.
마지막 부분은 로시난테를 삽입한 건데, 되게 매력적입니다.
[양파 - Listen] (2007) - 윤도현의 러브레터, Beyonce 곡
양파 팬에게서는 역대급 무대로 꼽히는 곡이긴 한데, 사실 이번 나가수에서 이 곡보다 더 좋은 곡들이 나왔죠.
그래도 여전히 좋아요. 이 때 쯤에는 - 지금은 많이 없어진 - 그 뽕끼가 약간은 남아 있긴 합니다.
[양파 - 애이불비] (1999) - 3집, 조규만 작곡
양파의 묻혀진 명곡 1순위로 뽑히는 곡.
절정에서 리타르단도되는 부분과 그 이후 부분은 정말 수백번을 들어도 전율이 돋는 곡.
조규만 님이 지금 뭐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양파와 언제 한 번 더 작업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양파 - 피안화] (2001) - 4집, 이승환(story) 작곡 / 양파 작사
이 곡 역시 아는 사람만 아는 명곡
[양파 - 령혼] (2009) - 방시혁 작곡
양파가 좀 색다른 창법으로 부른 곡 중 하나인데, 방시혁이 이 곡을 녹음하기 위해 양파에게 10일간 특별 레슨을 했다고 하고,
양파가 가장 힘들게 녹음한 곡이었다는 후문이 들리는 곡인만큼, 좀 더 목소리에 힘을 주고 부른 곡.
음산한 분위기의 드라마 OST였는데, 사실 이 곡을 저도 최근에 알았음. 곡 자체가 굉장히 신비롭고 좋아서 중독성이 있음.
[양파 - 나에게 온다] (2013) - 월간 윤종신, 윤종신 작곡
꽤 많은 유명 작곡가에게서 곡을 받았던 양파가, 개인적으로 받았으면 했는데 못 받은 작곡가들이 윤종신과 유희열이었는데,
최근에 윤종신이 곡을 줬었음. 풋풋하게 부르다가 아주 천천히 절정을 향해 다다르다가 절정에서 크게 질러주는 것이 매력인 곡.
[양파 - Glory of Love] (2013) - David Foster 곡, 김형석 편곡
드디어 김형석에게도 받았구나 싶었던 곡. 양파의 청명한 가성+고음이 좋은 곡.
[양파 - 불언] (2001) - 4집, 나원주 작곡/작사
빛을 발하지 못 하고 묻힌 보석 같은 곡 중 대표적인 곡.
나원주 특유의 감성과 양파의 음색이 절묘하게 맞아, 제대로 슬픈 곡 리스트에 항상 올릴만한 곡을 만들어 냄.
[양파 - 괜찮아] (1997) - 1집, Brian Min 작곡
음정이 약간 불안했던 1집 때였지만, 가장 풋풋한 음색을 들려주었던 1집.
1집에서 조용히 묻힌 명곡으로, 역시 슬픈 감성이 최고조에 달한 곡.
[양파 - 소녀가 소년에게] (1998) - 2집, Brian Min 작곡
아직 풋풋함이 묻어있던 2집 수록곡으로,
노래제목처럼, 정말 수줍게 고백했던 어렸을 적 첫사랑 느낌 같은 곡이랄까요.
양파 팬들에게는 버릴 수 없는 곡 중 하나로, 당시 비슷한 감성의 곡들을 많이 만들어주었던 Brian Min 작곡.
[양파 - 그녀안의 나] (1999) - 3집, 이상호 작곡 / 이재경 작사
가사가 슬퍼 유명한 곡. 역시나 숨어 있는 명곡 중 하나로 뽑힘.
[양파 - 본능] (2001) - 4집, 신동호 작곡 / 양파 작사
양파의 몇 안 되는 발라드가 아닌 장르의 곡. 소프트한 느낌의 락으로 곡 해석이나 표현이 매우 재밌음.
특히 마지막 부분 목이 갈라지듯이 소리지르는 부분.
[양파 - 머뭇머뭇] (1999) - 3집, 김현철 작곡
김현철이 준 재즈곡. 양파의 장점이 묻어나는 고음은 없지만, 재즈에도 잘 어울림.
[양파 - My Song] (2001) - 4집, 양파 작사/작곡
마지막으로 양파 자작곡. 타지에서 연인의 그리움을 그리며 노래한 느낌이 잘 살아남.
+ 이 외에도 애송이의 사랑, 소유, 천사의 시, 다 알아요, 알고싶어요, 믿지못할 세계, one fine day, special night 도 좋아하는 곡들이지만 생략.
+ 나가수를 보거나 평소 옷입는 것을 보면, 양파는 옷도 잘 입음.
+ 양파가 '정통 발라드 앨범을 내보고 싶다'라고 최근 인터뷰에서 말한 적이 있는데, 매우 환영.
+ 양파가 유희열의 곡도 하나 받았으면 좋겠음. 유희열이 박정현에게 줬던 '아무말도 아무것도' 같은 느낌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음.
+ 이번 나가수 시즌3은 시즌1 때의 퀄리티가 충분히 나오고 있는 것 같음.
+ 나가수 시즌3을 통해 새롭게 좋아진 가수는 스윗소로우, 연주자는 정재일, 이 분들 포스팅도 조만간 하겠음.
2015.02.22 02:40
2015.02.22 02:48
첫 마디에 오해했네요.. 고등학생 가수라는 이미지에 대한 피해가 컸죠. 고등학생이면 어때요ㅜ 갖고 있는 음색이 그 때도 좋았잖아요.
저도 나는 가수다 3가 다시 시청률이 좀 올랐으면 좋겠어요. 근데 사실 시청률이 적은 이유가 또 있긴 해요.
현재 방영되는 본이 대부분 가수의 노래를 들려주는 것 외에 특별한 것이 없어요. - 음악감상실 코너 정도 외에는요.
시즌 1에는 가수들끼리 모이기도 하고 얘기도 하고 순위도 뽑고 곡도 선정하고 등 노래 외적으로 재미요소가 쏠쏠했는데,
이번에는 1시간으로 줄어들면서, 사실상 본방 끝나고 몇 시간 후면 나오는 네이버의 동영상을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졌거든요.
시간을 20분 정도 더 늘려서 만들면 시청률이 올라갈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조기 종영은 안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묻혀진 가수 끄집어주는 좋은 프로라고 생각해요.
2015.02.22 07:54
2015.02.22 17:11
2015.02.22 18:14
2015.02.22 14:17
정재일은 그 분야에서 다들 인정하는 뮤지션이죠.윤상 콘서트 음악감독도 하고 함께 공연도 여러번 했고 앨범에 참여도 많이 했죠.
엠넷인가요? 몇년전에 음반 나왔을때 윤상과 함께 나와서 협연도 하고 노래도 부른 방송에 있는데 정말 좋습니다.유투브에도 영상이 많을 겁니다.
2015.02.22 17:09
2015.02.22 18:17
2015.02.23 12:54
2015.02.23 17:35
특유의 알박는듯한 창법이 좀 거슬려서 좋아하진 않았는데,
저도 민물장어의 꿈 듣고 감탄했습니다.
올려주신 곡들 감사히 잘 들어보겠습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 DJUNA | 2023.04.01 | 34330 |
공지 |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 엔시블 | 2019.12.31 | 53623 |
공지 |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 DJUNA | 2013.01.31 | 364048 |
110853 | 원빈 새론 [6] | 가끔영화 | 2010.10.30 | 3817 |
110852 | [TV동물농장]의 '투견'을 본 우리 개의 리액션! [18] | 재클린 | 2011.11.20 | 3817 |
110851 | 결혼했다는걸 숨기고 싶을때 [13] | 무비스타 | 2011.01.28 | 3817 |
110850 | 보아 찬양 찬양 찬양 [7] | 꼼데가르송 | 2010.08.07 | 3817 |
110849 | [기사펌]결국 기상청..말을 뒤집었습니다 [6] | 라인하르트백작 | 2011.04.04 | 3817 |
110848 | [바낭] 먹부림 [29] | 세호 | 2013.01.06 | 3816 |
110847 | 얘 때문에 지구가 망했단 말이죠? [13] | 가끔영화 | 2011.11.14 | 3816 |
110846 | 객지에서 고생중인 우리 한글 [14] | 무비스타 | 2011.09.09 | 3816 |
110845 | [아기사진] 저는 제 딸이 무척 부럽습니다. [20] | 비네트 | 2011.06.03 | 3816 |
110844 | 옛날부터 클래식을 듣는 것으로 태교하는 것에 회의적이었죠. [24] | 스위트블랙 | 2010.09.03 | 3816 |
110843 | [질문] 캐리비안베이 효율적 이용 팁 [3] | 엠 | 2010.06.29 | 3816 |
110842 | '86 월드컵 아르헨티나전 [6] | 도너기 | 2010.06.14 | 3816 |
110841 |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려면 영어가 어느 정도로 필요한가요? [6] | 블룸 | 2013.03.06 | 3815 |
110840 | 조조로 <도둑들> 보고 왔어요. [6] | 교집합 | 2012.07.25 | 3815 |
110839 | MBC, KBS 출연금지 연예인 명단 공개 [7] | 닥터슬럼프 | 2011.09.27 | 3815 |
110838 | 오늘 나꼼수 호외편 2탄 [7] | 초콜릿퍼지 | 2011.08.29 | 3815 |
110837 | 닐 암스트롱 사망 [4] | 기타등등 | 2012.08.26 | 3815 |
110836 | 거의 사기(?) 수준의 포스터 [4] | amenic | 2011.04.16 | 3815 |
110835 | 약을 먹었는데요 [27] | bebijang | 2011.01.07 | 3815 |
110834 | 여성이 군대에 가지 않아야 하는 이유..(또는 보호해야 하는 이유) [23] | 협 | 2010.11.26 | 3815 |
뭔 양파야...양파는 고등학생가수 딱지 떼고 바로 퇴물...이라고 생각했다가 나가수보고 좀 놀랬던 케이스 여기도 있습니다.; 상당히 괜찮은 가수였고, 나가수를 빛내주고 있는것 같아요.
사실 목소리나 창법이 전혀 제 취향은 아닌데 굉장히 호소력이 있더라고요.
그러나저러나 저도 나가수3가 참 좋은데...시청률보니까 조기 퇴장하지 않을까 싶어서 안타까워 죽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