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이라든가 척추의 문제로 다운 받아놓은 걸 이틀에 걸쳐 보았습니다. 
극장 상영이 끝나면 유료 결제 가격이 내려가는 게 아닌가 했는데 그런 건 아닌가 보네요. (만원)
 
영화는 좋았습니다. 여운이랄지 후유증이랄지 그런 게 좀 심하게 남았어요.
후반부에 아델이 엠마에게 버림받은 후 틈틈이 눈물을 흘릴 땐 감정이입이 심하게 돼서 힘들기까지도... 그게 무슨 공식 같은 건 아니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첫번째 관계가 끝날 때, 굳은 살도 없이 무방비의 상태에서 겪는 고통은 누구에게나 아픈 게 아닐까 싶어요. 
 
리뷰들을 뒤져보면 대체적으로 아델의 '찌질함'에 대해 말씀하시더군요. 
맞는 말이지만 저는 '미숙함'이라는 말로 대신하고 싶어요. 아델에게 엠마는 첫사랑이었고 그래서 적당한 거리 조절에 대한 감각이나 연애에 대한 자신감 같은 게 없었던 거라고요.
 
아델이 바람을 피우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헤어지지 않았을까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엠마의 마음은 이미 식어있었고, 아델이 계속 엠마의 눈치를 살피고 주눅든 모습을 보이는 데서 관계가 지속되긴 힘들어보였거든요. 신형철 님이 씨네21에 엠마가 아델이 잘못하기를 기다렸다가 때가 되자 아델을 내친 것으로 보인다는 식으로 쓰셨는데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세상에는 이런 인간들이 정말 많으니까요.
 
저는 엠마와 비슷한 방식으로 이별을 조각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꽤 많이 봤어요. 저도 겪어보았고, 친구들 중에도 이런 사람을 만나 힘들어하는 경우도 보았고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사랑이 식었음을 온 몸으로 표현해요. 정말 무디고 느린 사람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그런데도 절대로 '헤어지자'는 말은 하지 않죠. 그 말을 상대가 해주길 원하고 자신이 피해자의 포지션에 놓임으로써 죄책감에서 자유로워지려 해요. 그런 경우엔 그쪽에서 원하는대로 헤어지자 말해주고 털어버리는 게 가장 낫습니다. 아델처럼 바람을 피우는 건 좋지못한 대처법이죠. 결국 가장 힘들어지는 게 본인이 돼버리니까요.

그렇다고 엠마를 나쁜 연인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네요. 자기 입으로 이별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 역시 저는 '미숙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제 시간이 꽤 지나 미움 같은 것도 많이 흐려진 마당이라 말할 수 있는 거지만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제 첫사랑은 마음 속에 개**으로 남아있었습니다) 뭐....사랑이 식은 게 잘못은 아닌 거죠. 잘못이라면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상대를 고문했다는 정도?
그게 또 그 입장에서는 고의가 아니었을 수도 있고. (물론 "이렇게까지 눈치를 주는데 알아서 떨어져주는 센스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인간들도 있겠죠. 그거야 말로 비겁하고 무례하고 유아적인 태도일 테고요.) 
 
결말에 대해서 
 
듀나님이 리뷰에 이렇게 쓰셨네요.
 
".....그냥 어떤 여성의 일생에서 한 덩어리를 별 계산 없이 칼로 썩 잘라내 피를 흘리며 꿈틀거리는 채로 관객들 눈앞에 들이미는 것입니다. 과연 제가 그 뒤의 이야기를 알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
 
저는 뒤의 이야기가 왠지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이런 식의 열린 결말이 지독하게 미완의 인상을 주기는 하지만 또 묘하게 매력적이지 않나요? 
 
 
p.s >
쥘리 마로의 <파란색은 따뜻하다>를 주문할까 생각 중이에요.
근데 제가 만화를 본지가 오래돼서 적응이 될지 걱정이라...
보신 분들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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