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와서 정신없는데 그래도 글을 쓸 힘은 있느냐는 말씀을 들을지도 모르겠어요

너무 걱정되고 무서운데 어디라도 털어놓고 싶은 맘이 커서 그러는 것이니 이해해주셔요

 

내일 저의 아기랑 20시간이 넘는 긴 비행을 하게 됩니다

아기 아빠에게 가는거예요.

저는 그전부터 아기랑 비행기라는 닫힌 공간에서 정말 아기와 저 딸랑 둘만 남겨진다는 것이(가까운 가족 없이) 무서웠어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가야하니까.

그런데 일단 국적기를 타면 좀 안심이 될것 같았는데,아기아빠가 성수기 좀 지나서인지 국적기비행기표가 너무 비싸다고(비싸긴 했어요)

 

1. 외항사로 항공권을 끊었어요.

 

경유하는 공항이 좋기는 한데 중동권이에요.

(이따 얘기하겠지만 비상시를 위해 아기의 질환 증상을 아랍어로 옮겨 적고있습니다. 거의 그림그리고있는 수준)

아무래도 국적기보다는 훨씬 불편할 듯해요. 혹시 제가 실수를 저지를까 두렵고.

그리고 아기돌보기에 있어서는 국적기 승무원들이 아무래도 우리나라 관습이나 정서를 잘 알아서 말도 잘 통할 것 같은데,

외항사 비행기에 울나라 승무원분이 한명 이상은 탑승한다고는 하지만

국적기보다는 안심이 안되죠.

 

그래도 여기까진 괜찮았는데

 

2.제가 생리를 해요.

 

출산후 생리량이 많아지고 힘들어졌는데

천우신조로 그나마 피크데이는 피하고 그 다음날쯤에 출발하는 셈이 되었으니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았어요,

 

그런데 결정적으로

 

3.아기가 감기에 걸린 것 같아요.

 

지금껏 생후 단한번도 감기를 앓은 적이 없는 아인데(지금 생후 6개월)

어제아침부터 목감기 걸린 이들이 가래를 뱉어내는 소리마냥 "칵 칵" 소리를 내고 어딘가 수상해서

병원에 갔더니 걍 건조해서 그렇다며 약도없이 돌려보내더라고요.

그래서 하루종일 가습기 돌리고 아기를 꽁꽁 싸매다시피 따뜻이 하고 지냈는데

그도 보람없이, 오늘 아침에는 맑은콧물이 줄줄 흐르고 눈가가 벌겋고 한눈에도 아픈 티가 나서

아기를 안아들고 얼른 병원에 다시 갔더니

 

이번엔 정말 감기초기래요.

그래서 제가 내일 비행기 긴 여행을 해야하는 사정을 설명하고

어떻게 약 좀 잘 지어달라고 부탁했더니,

의사선생님이 단호하게 "아기가 감기에 걸리면 앓는 수밖에 없다. 증상을 낫게 해주는(치료하는)약은 없다.(아마 완화시키거나 현상유지;;정도 해주는 정도로밖에

효과가 없단 말을 하고 싶으셨던 듯해요)"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너무 걱정이 되어, 아기가 감기가 심해지면 폐렴이 올수도 있다는데, 긴 비행으로 몸이 고달파 혹 폐렴으로 번지면 어떡하냐 물었더니

그것도 어떻게 막을 수가 없대요.

의사의 어조가 너무나 단호해서 더 속이 상하고 눈물이 났어요.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고요. 바로 내일인데.

 

제가 진료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부끄럽게도 엉엉 울었더니

간호사가 "정말 아기의 상태가 심각하면 선생님도 어떻게서든 비행을 말리셨을 거다"며 저를 위로해주셨어요.

목감기약 코감기약 안약 등속을 받아들고 집에 돌아와,

아기에게 분유를 빨리며 중간중간 약을 먹이는데

아기가 약을 먹기 싫어해서 진땀을 뺐어요.

아기는 울고, 약을 흘리고, 먹어야 할 약은 많고.

 

이 노릇을 비행기에서도 해야 한다니 너무 두렵고 걱정스럽습니다

게다가 기내는 건조하잖아요. 감기에 쥐약인데.

기내에서 일회용 젖병을 일일이 젖꼭지 세척하며 손 두개인 것이 모자라게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것도 걱정스러웠는데(아기를 일단 내내 옆에 두어야 하는 상태에서),

약까지 몇 개씩 여러 번 먹이고 약 투여기 닦고  할 일까지 생각하니 너무너무 걱정스럽습니다.

이래서 별탈없이 간다면야 그래도, 그래도 괜찮겠어요.

그런데 혹시라도 정말 제가 우려한대로 아기가 더 아프거나 할까마 너무너무 두렵습니다. 정말 두려워요.

제 몸도 요즘 제몸이 아닌데(출산이후로 쭉잠을 자본적이 없으니까요. 아기가 밤에 종종 깨어서. 이건 출산해 엄마가 되신 분들이라면 대부분 그러시겠지만)

저는 이런 일들을 저혼자 모두 감당하기에 너무도 나약해요.

저와 아기가 무사하게 아기아빠가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제발 그럴거라고 용기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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