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24 17:33
초등학교 저학년 크리마스에 어머니께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동생과 제 머리 맡에 간단히 포장한 선물이 있어서 깜짝 놀랐죠. 산타가 왔어!가 아니라 아니 엄마가 어쩐 일로!!
뼛 속까지 구한말 사람이셨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셨기에 크리스마스에 특별히 기분을 내거나 하지 않았어요. 아마 두분은 크리스마스의 존재 자체를 잘 모르시지 않으셨나 싶어요. 그냥 공일(공휴일)이라고 생각하셨을 듯. 크리스마스 전 동지날을 심하게 챙기셨죠. 팥죽 꼭 잡수서야 하신다고.
제 선물을 <사랑하는 아빠가>란 책이었습니다. 언젠가 라면 받침으로 사용해서 표지에 냄비 자국이 남은 걸 빼고는 아주 깨끗하게 지금까지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34900726
저 책을 보고 개가 열심히 뛰면 개 몸의 벼룩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몇 년 전까지 굳게 믿고 있었어요.
동생은 크리스마스 캐롤 테이프를 받았지요. 동생이 선물을 아주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틈이 날때마다 크리스마스 캐롤을 틀어놓고 가만히 눈을 감고 감상하는 걸 즐겼거든요. 다음 해 초여름 어머니가 동생 생일 선물로 동요 테이프를 사주기 전까지 하루도 안 빠지고 쭉.
분명 겨울에는 밝고 경쾌하고 즐거운 캐롤이었는데 다음 해 여름 무렵에는 노래가 엿가락 늘어지 듯 쭉쭉 늘어나서 살짝 괴기스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동생은 가만히 눈을 감고 노래를 듣는 것이 그대로 취미가 되어버려 지금도 시간이 나면 죽은 듯.... 그러고 있어요.
(심하게 죽은 척을 할 때면 개가 앞발로 동생 아이팟을 박박 긁어서 동생을 깨웁니다. 어떤 방법보다 효과가 좋더군요 ㅋㅋ )
이후로도 친구나 연인에게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적이 많지만, 어쩐지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 선물은 저 두가지입니다.
받은 다음날 놀이터에 두고와서, 하루 종일 울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