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사모님' 소리 들은 날

2010.12.2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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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삼십년 넘게 살아오면서 학생, 아가씨, 저기요.. 등으로 주로 불리웠던 생명체입니다.

2~3년 전부터 갑작스레 신분에 변동이 발생하여 신부님, 새댁, 어머님 등으로 불리우기 시작해서 

이젠 애기엄마! 아줌마! 라는 호칭에도 서서히 적응해 갈 즈음 어느 날.. 


한 인상 좋은 아저씨께서 단지 내에 주차하고 차에서 내리던 저에게 접근하시더니 쾌활하게 말을 거셨습니다. 


"사모님, 중앙일보 하나 보시죠!" 

헉. 사모님이라니?? 게다가 중앙일보라니? 나를 뭘로 보고!(뭘로 보긴, 평범한 동네 아줌마로 봤겠죠;) 


"조중동 안 봅니다~"

나름 시크하게 응수해 봅니다. 


"아니~ 왜요???" 

아저씨 정말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습니다.

중앙일보 정도면 젊은 새댁이 볼만한데?? 


"신문이라고 할 수가 없쟎아요"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정성스레 답변해 드립니다. 


"아니 왜요.. 요즘 조중동도 얼마나 잘 나오는데요.. "

아저씨 옹색한 변명하시며 목소리 기어들어가십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제 짐을 내리고 있었어요. 


그러나 이제사 고객의 성향을 파악한 아저씨께서 다시 한번 회심의 한 방을 날리십니다. 

"그럼, 한겨레 보실래요??" 


아이쿠, 고객의 니즈를 잘 꿰뚫어 보시는 분이시군.. 

"전 경향신문보니까 됐어요~ 안녕히 가세요~" 하고 집으로 올라왔습니다. 


"아니, 신문 두 개 보셔도 괜찮은데! 서비스 많이 드릴게요~" 하며 안타까이 외치시던 아저씨를 뒤로 하며..  



엥?? 근데 조선일보랑 한겨레를 같은 영업소에서 취급하나요? 기분이 묘하더군요. 

이 동네가 사람들이 띠엄띠엄 사는 동네도 아니고 말이죠. 


여튼 생애 처음으로 사모님 소리를 들은 날이었습니다. 기분 정말 묘했어요. 

 

앞으로 사모님 소리도 종종 들으며 살아가겠죠.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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