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23 18:56
오늘자 중앙일보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joongang.joins.com/article/566/1561556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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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네 살 때다. 열이 오르는데 해열제를 먹여도 내리지 않았다. 처음엔 그저 감기인 줄만 알았다. 그러다 아이 눈에 초점이 없어지고 말을 시켜도 알아듣지 못했다. 덜컥 겁이 나서 아이를 들쳐 업고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체온은 어느새 40도를 넘나들고 있었다. 의사 선생은 흔한 열 경기라고 했지만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이는 큰 눈망울에 총기를 잃고 인형처럼 멍한 상태로 있었다. 귀에 대고 소리를 질러도 반응이 없고, 몸을 꼬집고 때려도 아무 반응 없이 입맛만 다셨다. 아내 앞에서 겉으론 침착한 척 하고 있었지만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왔다. 태어나서 이보다 무서운 순간은 없었다. 병원의 처치 방법도 물찜질뿐이었다. 애 온몸을 닦고 또 닦았다. 신앙을 가져본 적이 없는 주제에 누구일지 모를 절대자에게 하염없이 기원했다. 제발 살려만 주십사고.
열이 내리고도 한참을 반응 없이 자던 딸애는 갑자기 거짓말처럼 눈을 깜박이며 엄마, 아빠를 찾았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보다 더 기뻤다. 호두껍데기 속 엄지공주의 세계 같은 혼자만의 세계에서 걸어 나와 엄마, 아빠에게 돌아와 준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며 떠올린 이야기가 있다. 인도의 한 왕이 숲으로 사냥을 갔다가 예쁜 아기 사슴을 발견하고는 활을 쏴 명중시켰다. 그런데 활을 맞지도 않은 어미 사슴이 죽은 아기 사슴 옆에서 슬피 울다가 갑자기 쓰러져 죽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왕이 어미 사슴의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조각조각 잘라져 있었다. 왕은 모녀 사슴을 고이 묻어주고 다시는 사냥을 하지 않았다. 단장(斷腸)의 슬픔이라는 말의 유래가 된 불교 우화다. 어릴 때 읽은 이야기다. 이 이야기의 뜻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그 날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2014.08.23 20:06
2014.08.23 20:19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유족들의 마음을 얻고 설득하기 위한 노력들이 더 있었으면 좋겠네요.
2014.08.23 20:50
잘 읽었습니다.
자식 잃은 애비의 분노는 지치는 눈들을 다시 새롭게 합니다.
2014.08.23 21:08
아...이 글을 읽으면서 저 자신에 대해 많이 반성하게 되네요. 사실 요즘 들어 세월호 피해자들에게 몇달 전보다 관심이 덜 가던 중이었거든요... 제 일상에 바빠서라고 이유를 대봐도 결국 변명이죠.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던 순간의 그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어요. 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4.08.23 21:40
일반인들과 달리 이런 글 기고하기 쉽지 않으셨을텐데..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유민이 아빠가 목숨을 잃는다면.. 전 이나라에 대한 일말의 희망도 잃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죠. 나라라기 보다는 이웃들. 생각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재산과 기득권이 다른 이웃들에 대한 모든 선의를 잃는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될거예요.
2014.08.23 21:48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014.08.23 21:54
2014.08.23 22:49
감사합니다.
2014.08.23 23:44
2014.08.23 23:59
용기내어 쓴 글인것 같네요. 잘 읽었고 감사합니다.
2014.08.24 00:12
2014.08.24 02:34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4.08.24 11:07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2014.08.24 20:25
2014.08.24 21:03
물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