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31 12:19
[Animal Kingdom]
덤덤한 자세 아래 무슨 일이 생겼는지를 드러내는 첫 장면부터 시작해서 이 호주산 범죄 드라마는 보는 사람의 시선을 끌어 당깁니다. 마악 중독자인 어머니가 약물과용으로 사망했지만 구급요원들이 사망 확인을 하는 와중에서 17살 아들 조슈아는 그저 무덤덤하기만 합니다. 혼자만 남게 된 그는 어머니 쪽 가족과 살게 되는데, 그들은 범죄로 먹고 사는 인간들이고, 곧 그들과 경찰 간의 갈등으로 인해 조슈아는 이 야생 사회 속에서 자신의 생존이 달린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각본/감독을 맡은 데이빗 미쇼드는 이야기 시작부터 끝까지 침착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배우들은 모두 훌륭한데 특히 골든 글로브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고 여러 비평가 협회상들을 받은 중견 여배우 재키 위버(그 옛날 [행잉록에서의 소풍]의 여배우들 중 한 분이십니다)는 베티 데이비스 스타일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 뒤에 숨은 냉혹한 생존 본능과 삐뚤어진 모성애를 섬뜩하게 표현합니다. (***1/2)
[Flipped]
오랜 만에 롭 라이너 감독이 ‘소년, 소녀를 만나다’ 라는 소재를 갖고 좋은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어 내놓았습니다. 소년 브라이스가 건너편 집에 이사 오자마자 소녀 줄리는 브라이스에게 관심을 갖습니다. 브라이스는 그녀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만, 이야기가 그와 그녀의 시점을 왔다리 갔다리하는 동안 여러 일들이 생기고 그들 감정도 복잡하게 엇갈려가지요. 특별한 건 없지만 영화는 우리가 흔히 얘기하곤 하는 좋은 기성품이고 매들린 캐롤과 칼란 맥컬리프는 좋은 한 쌍입니다. 그들을 보조하는 성인배우들도 전형적인 캐릭터들로써 모범적이면서도 나름대로의 개성을 불어넣고요. (***)
[테이커스]
매끈하게 만들어졌고 배우들도 괜찮은 데 이야기나 캐릭터들이 여러 모로 떨어지는 면이 많습니다. 다음 달 국내 개봉할 [더 타운]이 훨씬 나아요. (**)
[Enter the Void]
[돌이킬 수 없는]으로 많은 논란들을 자극한 가스파 노에는 이번에도 또 보는 사람들마다 평이 제각기 다를 문제작을 만들었습니다. 일단 2시간 반 동안 넘는 상영 시간 동안 시각적으로 상당히 도전적인 작품을 만들려고 한 그의 야심을 전 인정하겠습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죽은 마약 중독자의 영혼의 붕 뜬 시선으로 카메라를 이리저리 둘러다보는 게 대부분인 이 영화는 얄팍하게 지루합니다. 참고로, 도중에 꽤 불쾌한 장면들이 간간히 있으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
[Mary and Max]
1970년대 호주의 한 마을에 사는 소녀 매리는 충동삼아 뉴욕 전화번호부에 주소들 중 하나를 골라 편지를 보내고 이는 뉴욕에 사는 중년 은둔자 맥스에게 전달됩니다. 맥스는 처음엔 무척 당황하지만 매리에게 편지를 보내고, 그리하여 이 두 외로운 사람들 간의 펜팔 우정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단편 애니메이션 [하비 크럼피]로 오스카를 받은 애덤 엘리엇이 감독한 이 달콤씁쓸한 애니메이션은 그들의 관계가 어둡고 우울한 영역으로 치닫는 게 하는 거에도 망설이지도 않지만 여전히 유머를 잃지 않고 어느덧 찡하게 다가옵니다. (***1/2)
[블랙 스완]
트위터 인용: "Black Swan(2010): Controlled as required; Overblown as demanded. A tour-de-force finale and Portman's Oscar-bound performance.” (***1/2)
[White Material]
올해 초에 봤던 [35번의 럼 샷]에 이은 클레르 드니의 다음 작품 [White Material]의 여주인공 마리아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여주인공이 슬며시 연상되는 캐릭터입니다. 그녀는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의 커피 농장에서 일해 온 사람인데, 농장을 소유하지 않았음에도(그녀의 전남편의 소유입니다) 주인인양 열심히 일하고 그것도 모자라 그 지역이 내전으로 시끌벅적해지고 상당히 위험해지는 동안에도 며칠 만 기다리면 할 수 있을 작물 수확에만 매달리고 상황이 더 심각해질수록 더 거기에 집착합니다. 그녀는 왜 그럴까요? 글쎄요, 그건 클로드 샤브롤의 [의식]에서 처음 접한 이후로 제겐 늘 모호하게 흥미진진한 여배우인 이자벨 위페르가 주연이니 영화는 굳이 답을 내놓을 필요도 없고, 그녀 못지않게 드니의 영화도 아름다움과 불안함이 공존하는 아프리카 풍경 속에서 이야기를 흥미롭게 이끌어갑니다. (***1/2)
[Joan Rivers: A Piece of Work]
현재 77세인 조안 리버스는 그 나이에도 여전히 자신의 일을 계속하려고 하고 있고 어떤 일이든 다 하는 그녀는 자신의 스케줄이 비었다는 게 가장 싫습니다. 그녀는 한 때는 자니 카슨 쇼의 공동 호스트를 맡기도 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지만,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경력과 사생활에 큰 타격을 받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꾸준히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써 별별 일들을 수락해 왔습니다. 또 다른 전성기를 가지려고 그녀 주위사람들과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엔 열정이 느끼지만, 무엇보다도 그녀는 여전히 절대 얌전하지 않은 괄괄한 스탠드업 코미디언이고, 어느 영역이든 기꺼이 웃음을 위해 씹을 준비가 되어 있고 그에 따른 위험을 기꺼이 부담할 자세가 되어 있는 그녀는 정말 웃깁니다. 그러다 보면 허스키한 목소리에 성형 수술한 티가 절로 나는 이 할머니가 멋진 사람이란 생각이 절로 듭니다. 감독 리키 스턴과 앤 선드버그는 약 1년 동안의 그녀의 일상을 포착하는 동안 여러 자료 화면들을 곁들이면서 리버스를 흥미진진한 인간으로 만들고, 리버스는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모든 걸 꽤나 솔직한 태도로 얘기합니다. 그러다 보면 그 나이에도 여전히 최선을 다하면서 인생을 여왕처럼 즐기는 그녀에게 경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어요. 그리고 우리나라엔 환경여건상 리버스와 같은 코미디언이 나올 수 없다는 게 슬플 따름이지요. (***1/2)
2010.12.3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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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31 17:07
몇몇 분들이 그런 리플도 달았던 거 같은데 어떤 답변도 하시지 않으셨더군요. 미개봉작들에 대한 소식이 궁금한 분들에겐 좋은 정보가 될 수 있겠지만, 영화제나 시사회 같은 통로가 아니라 리핑파일 보시고 감상기 꾸준하게 올리시는 것이라면 제가 보기엔 참... 그렇습니다. 개인 블로그가 아닌 곳에서 이러한 리핑파일 감상기 공유하는 것에 대한 어떤 다른 입장이나 의견 같은 것이 있으면 좀 듣고 싶네요. (다른 합법적 방식으로 감상하신 것이라면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