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08 13:55
큰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교육에 이런 저런 관심이 생기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고, 또 알아보게 됩니다.
1.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관련된 글을 올리고, 먼산 님과 얘기를 하며서 다음과 같은 물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수능 성적 (또는 본고사, 학력고사와 같은 평가 - 미국의 경우 SAT, 일본의 경우 센터시험에 해당)으로 입시가 결정되는 경우
[서울, 특히 강남 아이들이 지방 아이들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다음 중 어떤 것(들)이 이유일까요?
1) 서울, 특히 강남 아이들이 (타고난) 학습능력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 (고소득의 이른바 성공한 계층이 강남에 많이 살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학습 능력이 탁월한 학생들이 많다.)
2) 교육에 관심 있는 부모들이 많아서 공부를 권장하는 분위기, 면학 습관이 더 낫기 때문이다 (가정 환경적인 요인)
3) 경제적으로 여유있고 교육에 관심있는 집안 출신들이 많아서 선행학습을 더 많이 받기 때문이다 (즉, 같은 공부를 이른 시기에 시작하고, 그래서 절대적인 누적 공부 시간이 많다.)
4) 대치동으로 대표되는 좋은 학원, 좋은 선생님들이 많아서 좋은 (사)교육을 받는다.
2. 제가 입시를 치를 당시가 90년대 말인데,
제가 학교를 다닐 당시에도 8학군으로 대표되는 강남의 치맛바람, 극성 교육열, 사교육, 대치동 학원이 유명했었고
100% 정시 (일부 특차가 있었지만) 였었고 수시가 없었음에도
당시의 분위기는 (저도 지방 출신이었지만) 지방 학생들이라고 강남에 비해서 입시에 불리하다는 생각을 별로 (사실은 전혀)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드는 질문이,
1) 그렇다면 80년대, 90년대에 비해서 지금의 수능 정시가 특별히 더 지방 학생들에게 불리한 것인지요?
2)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일지요? - 위의 1.1)-4)의 이유 중에서 어떤 것이 80,90년대에 비해서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일까요?
제 사적인 견해는, 만약 [서울, 특히 강남 아이들이 지방 아이들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수능이 쉽게 출제되어서 4)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요새 인터넷 강의도 얼마든지 좋은 것들이 많아서 강남 학생들이 4)의 영향으로 유리하다면 오프라인 강의가 온라인보다 확실히 낫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솔직히 저는 이 부분도 미심쩍습니다. 큰 차이가 안 난다고 저는 보는 것이지요..
2019.11.08 14:37
2019.11.08 15:02
제가 고등학고 다닐 때는 모두 야간자율학습을 했기에 제 주변에서는 학원 다니거나 과외받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 당시에 강남으로 많이 위장 전입하고 했던 것은, 제가 위에 열거한 이유 중 1-1), 2), 3), 4) 때문이 아니라 강남 8학군 고교들이 교육열이 높아서 학습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인 것이 이유의 거의 전부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특별히 그 학교 선생님들이 잘 가르쳐서도 아니고, 정보력이 더 좋아서도, 좋은 학원이 근처에 많아서도 아니고, 단지 서울대 포함 명문대 많이 가는 학교들이었기 때문에 그런 학습 분위기랄지 태도에 편승하고 싶었던 거지요.. 그래서, 그런 8학군 학교들 못지 않게, 또는 그 보다 훨씬 더 입시 성적이 좋았던 지방 명문고 학생들은 8학군 학생에 대한 부러움 비슷한 것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쨌든, 다들 기억이 다르군요..
2019.11.08 15:12
그래서 제가 너무 출중하셔서 다른분들 사정을 모른다는 겁니다.
겉으로 이야기 안해서 그렇지 다 사교육 받았어요.
공부 잘하는 애 있다 하면 그 애들이랑 묶어서 그룹과외 받으려고 치맛바람이 드셌고요.
저 비슷한 시기에 고등학교 다녔다니까요ㅎ 야간자율학습 저도 다 했고, 지방고에서도 좀 유난스러운 아이들 일부는 그거 빠지고 사교육 받고 아니면 주말에, 아니면 늦은시간에 갖은 방법으로 다 받았습니다.
물론 지방고등학교에서 전국모의고사 보면 전국 영점몇퍼센트(글쓰시는 것 보니 그러신 것 같지만) 받는 아이들은 내신도 잘 받고 수능도 잘 나오고 강남 분위기 부러울 게 없겠죠.
그렇지만 대학교 입학 후에 서울 강남 출신 애들 어떻게 공부했는지 보면 그냥 면학 분위기 교육열 때문에 강남8학군에 몰린 건 아닙니다.
어차피 지방고에서도 전교 1-2등 할 애는 어디 갖다놓아도 그렇게 하고, 정규과정만 따라갔을 때 그만한 성적이 안나오는 아이들을 사교육이다 뭐다 이것저것 총동원해서 막 최상위까지는 안되어도 꽤 높은 결과로 끌어올리는 분위기가 그 당시에도 강남쪽에는 충만했다는 이야기입니다.
2019.11.08 14:45
전 90년대 중반....에 입시를 치룬 사람입니다. 지방 소도시였음에도 입시 때문에 중, 고등 시절에 서울로 이사, 전학 간 아이들이 꽤 있었습니다. 물론 집이 아주 잘살거나, 부모님의 제가 살던 도시의 대학 교수거나 하는 아이들이긴 했죠. 제가 본 케이스는 주로 4번이었습니다. 사교육 받으러.
2019.11.08 15:33
인터넷과 실강이 아무 차이가 없다면 실강을 들으려고 굳이 새벽부터 줄을 서서 대기할 이유가 없죠. 90년대 후반에 입시를 치르셨으면 인터넷 강의라는 개념이 거의 전무하던시절에 입시를 치르신건데, (메가스터디가 2000년 7월에 설립)내가 경험해보지도 않은걸 아무차이 없다고 그렇게 쉽게 단정하시는건가요? 대치동 학원이 정확히 어떤점에서 유명한지에 대해서 아예 파악 자체를 안해보신 티가 나네요. 그걸 인터넷하고 비교하시다니..
수강생 수만명을 타켓으로 공급되는 인터넷 강의와, 소규모 정예로 정확하게 그 학생의 필요에 맞춰서 맞춤으로 소규모 강의를 해주는 대치동학원은 비교대상이 아닙니다.
대치동학원가가 유명한 대형학원이 많아서 유명해진게 아닌데요. 소규모로 온갖 종류의 학원들이 학생의 수요에 맞게 다 존재하고 있어서 유명한거죠.
내가 지방출신이지만 딱히 불리한게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 본인이 보고들은 범위안에서만 아시니까 그런거죠.
더 좋은걸 경험해봐야 전에 내가 하던게 사실 별로 안좋은거라는걸 알죠. 그 더 좋은것에 대한 경험이 없으면 사실 비교는 무의미한 이야기구요.
저도 재수를 하지 않았자면 물리는 원래 그렇게 어려운건줄 알았을겁니다.학교에서 아무리 집중해서 들어도 이해가 안되더군요. 재수 종합반 학원에 가보니까 학교 선생이 개판으로 가르쳐서 그모양이라는 사실을 알았죠.
그런 강의를 일찍접한애들은 진작에 물리를 마스터하고 다른과목에 시간을 썼겠죠.
2019.11.08 15:56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해서 "아무차이 없다고"한적도 없고 쉽게 단정한 적도 없습니다. "요새 인터넷 강의도 얼마든지 좋은 것들이 많아서 강남 학생들이 4)의 영향으로 유리하다면 오프라인 강의가 온라인보다 확실히 낫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솔직히 저는 이 부분도 미심쩍습니다. 큰 차이가 안 난다고 저는 보는 것이지요.."라는 말에 단정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님의 경험도 역시 N of 1이라는 점에서 다를 바 없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경험을 모아서 판단하고 (또는 판단을 바꾸고) 싶은 거고, 그래서 제 생각을 제시하되, 여러가지 질문을 해서 다른 사람들 경험과 생각을 알고자 글을 올린 것입니다.
2019.11.08 15:41
2019.11.08 15:45
2019.11.08 15:51
2019.11.08 16:50
강남 8학군에서 초중고 나오고 지금은 지방에서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고른다면 절대적으로 3번입니다. 선행학습, 과외 많이 받고 공부외에 다른 것에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방학때 입시 전문 학원 끊으려고 새벽에 줄도 서보고, 동네 소규모 학원도 다녀보고, 영어, 수학은 1:1 개인과외도 받아봤고요.
제가 다녔던 학교는 전원 야자가 아니라 반에서 10~15명 정도만 모아서 따로 냉난방 빵빵히 나오는 교실에서 야자 시켰습니다. 이것도 들어가냐 못 들어가냐로 자존심 상해 하는 아이도 있었고, 들어갈 등수가 안되는에 윗등수 애들이 과외나 학원으로 부모님 확인서 끊어와서 아에 빠지면 들어가는 행운(?)도 있었지요.
저도 고1,2때는 영/수 개인과외 받고 방학때 유명 입시학원 끊어서 다녔는데 그나마 제가 덜 하는 편이었습니다.
고3 들어가면 개인과외나 소수정예학원 주 5~7일 하느라 야자에서 빠지는 상위권 친구들이 늘어나기도 했고요.
반친구중 하나는 야자도 안하고 맨날 졸았는데, 집에 가서 새벽 4시까지 줄줄히 과외받고 2시간 자고 학교와서 내내 존다고 하더군요.
(심지어 고2 담임이 수학이었는데, 학교 끝나고 밤 12시까지 개인과외 돌고 집에 간다고 하더군요. 그중 한명이 우리 학교애라 소문이 났지만 대충 덮고 쉬쉬..)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 저희는 집에 돈이 많으면 애가 바보라도 인서울은 보낸다. 라고 이야기 하고는 했습니다. 매일 6~8시간씩 개인 선생님 붙여서 공부 하게 하는데, 왠만큼 성적이 안나올 수는 없으니까요.
지금 지방소도시에서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서울에 사는 조카나 친구들의 아이들을 보면 초등 입학전에 이미 영어유치원이니 개인영어수업이니, 구몬 수학이니 이런거 돌리더군요. 조카나 친구 아이들은 이미 4~5세에 삐뚤빼뚤하지만 아빠, 엄마한테 카드 쓰고 구구단외고 영어 노래도 부르고 하더라고요. 반면 아무것도 안시키는 저희 아이나 아이 친구들은.... (....)
학원이나 과외를 하고 싶어하는 주변 이야기를 들어봐도 이 동네에서는 개인과외를 하고 싶어도 만족스러운 강사가 없다거나, 학원을 보내도 퀄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불만도 많습니다. (서울보다 싸지도 않고요.)
지방에서 과외나 학원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면, 그냥 그 동네에 고등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수준의 대학생이나 전문 강사가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 같습니다. (서울, 강남, 목동, 노원은 수준 높은 강사가 계속 공급되지요)
그냥 앞으로 4차 산업 혁명 시대라는데 공부 잘하고 SKY 나와서 뭐하겠냐. 그냥 너 하고 싶은대로 놀아라.. 라고 하지만, 불안한건 어쩔 수 없습니다.
2019.11.08 18:50
10년 후에는 어떻게 될까요? 정보의 불평등이 심화될지 ... 요즘 역사에 흥미를 느껴 공부중인데 전혀 예상이 안되네요.
2019.11.08 19:02
예를 들자면
영어유치원 조기유학 어학연수 원어민 과외를 받은 대치동 아이와
성문종합 달달 외운 시골 아이가
영어 시험으로 경쟁하는 격입니다.
어지간한 중소도시에는
물리나 화학 학원도 없습니다.
작은 규모의 시골 학교는 교사가 자기 전공이 아닌 다른 과목을 가르치는 경우도 흔합니다.
재수를 한다고 해도 재수학원이 없어 도시 유학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돈이 두 배로 들지만 소득은 적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만족하고 재수를 포기합니다.
지방도 학원이 있지만
유능한 학원 선생은 서울로 가죠.
시골 바닥에 있는 학원은
인서울 대졸자라면 감지덕지인 경우도 흔합니다.
인강은 대체재가 될 수 없습니다.
서울 애들은 인강과 현강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 가능하지만
시골 애들은 인강만 가능하죠.
공부를 하려면
제대로 이해했는지 맞는 방법으로 하고 있는지 점검해주는 사람이 필수입니다.
선생이 앞에 없으면
무슨 과목을 어떤 순서로 어떻게 공부해야하는지
혼자서 맨땅에 헤딩하듯 알아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악으로 깡으로 전교 1등 내신 3년 내내 전과목 올1등급 찍은 애들이 학종으로 스카이 같은 명문대를 갑니다.
수능은 당연히 대치동 애들보다 부족하죠.
하지만 얘네들이 대치동 애들보다 훨씬 능력 있는 애들입니다.
농어촌이나 저소득층 전형 서울대 애들이
대학 학점은 평균보다 높다고 합니다.
시골 애들 이야기가 극단적인 케이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많던 적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강북 수도권 대도시 중소도시 읍면지역까지
층위가 존재하겠죠.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는 말은
실제 어떤 통계이건 틀렸습니다.
실제로 학종 덕분에 시골 지방 애들이 이익을 보고 있고
대치동 애들이 피해를 보고 있죠.
지금 그걸 줄이겠다고 발표한 겁니다.
(저는 지방에 삽니다.
시골 사는 애들 사정을 잘 아는 편입니다.
몇년전 하도 답답해서 시골 고등학생 몇 명 무료로 영어 가르쳐 대학 보낸 적 있습니다.
대치동 사는 조카가 셋 있습니다.
정시로 간 대학생. 재수생. 영재고 학생입니다.
저도 정시로 대학 간 아들이 있습니다.)
2019.11.08 19:48
2019.11.09 00:05
흠 저 90년대말 입시를 겪었는데
서울 와보니 확실히 강남8학군 애들은 다르던데요ㅎ 주로 사교육 때문에 그렇고요.
그 당시에도 맹모삼천지교처럼 엄마랑 둘이 대치동으로 이사가고 그런 애들 있었습니다ㅎ
그리고 제가 고등학교 가던 시절에 특목고붐이 엄청나서 지방특목고인데 고속버스 대절해서 서울 강남 애들이 무진장 많이 지원했고 실제로도 많이 붙었고 그랬어요.
예전에 안그랬는데 지금은 왜그러냐..고 하시면 입시 치르실 당시에 능력이 너무 출중하셔서 다른 사람들의 피터지는 사교육 경쟁을 못보셨다고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