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2 18:42
어제는 둥근 달이 보였는데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보름달이 보일지 모르겠네요.
정월 대보름 분위기를 내려고 달을 노래한 한시를 몇 편 찾아봤어요.
(한자맹이 다 된 제가 베껴온 거라 맞게 해석된 건지 장담 못하니 고쳐야 할 부분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
月下獨酌 (월하독작) 달빛 아래 홀로 술을 마시다 / 李白 (이백)
花間一壺酒 (화간일호주) : 꽃나무 사이에서 한 동이 술을
獨酌無相親 (독작무상친) : 아는 이 없이 홀로 마시네
擧杯邀明月 (거배요명월) : 잔 들어 밝은 달을 맞이하고
對影成三人 (대영성삼인) : 그림자를 대하니 셋이 되었구나
月旣不解飮 (월기부해음) : 달은 본래 술 마실 줄 모르고
影徒隨我身 (영도수아신) : 그림자는 부질없이 나를 따라하네
暫伴月將影 (잠반월장영) : 잠시나마 달을 벗하고 그림자를 거느리며
行樂須及春 (행락수급춘) : 봄이 가기 전에 즐겨야 하지
我歌月徘徊 (아가월배회) : 내가 노래하니 달이 서성이고
我舞影零亂 (아무영령난) : 내가 춤을 추니 그림자가 흥청이네
醒時同交歡 (성시동교환) : 깨어서는 모두 같이 즐기고
醉後各分散 (취후각분산) : 취하면 각자 흩어지는 거
永結無情遊 (영결무정유) : 정에 매이지 않는 사귐을 영원히 맺어
相期邈雲漢 (상기막운한) : 은하수 저쪽에서 우리 다시 만나세
??
把酒問月 (파주문월) 술잔을 잡고 달에게 묻다 / 李白 (이백)
青天有月來幾時 (청천유월래기시) : 푸른 하늘에 저 달은 언제부터 있었나
我今停杯一問之 (아금정배일문지) : 나 술잔을 멈추고 한번 물어보노라
人攀明月不可得 (인반명월불가득) : 사람이 밝은 달을 기어오를 수는 없으니
月行卻與人相隨 (월행각여인상수) : 오히려 달이 항상 사람을 따라다니네
皎如飛鏡臨丹闕 (교여비경림단궐) : 날아다니는 거울처럼 흰 달빛 붉은 문에 비치고
綠煙滅盡清輝發 (록연멸진청휘발) : 푸른 안개 다 사라지니 맑은 빛을 내는구나
但見宵從海上來 (단견소종해상래) : 밤이면 바다에서 떠오르는 것을 볼 뿐이니
寧知曉向雲間沒 (녕지효향운간몰) : 어찌 새벽에 구름 사이로 지는 것을 알리요
白兔搗藥秋復春 (백토도약추부춘) : 흰 토끼는 봄이고 가을이고 약을 찧고 있는데
嫦娥孤棲與誰鄰 (항아고서여수린) : 항아는 외로이 누구와 이웃하여 살고 있는가
今人不見古時月 (금인불견고시월) : 지금 사람은 옛날의 저 달을 보지 못하지만
今月曾經照古人 (금월증경조고인) : 지금 저 달은 옛사람들을 비추었으리
古人今人若流水 (고인금인약류수) : 옛사람 지금 사람 모두 흐르는 물과 같지만
共看明月皆如此 (공간명월개여차) : 다 같이 달을 보고 모두 이와 같았으리라
唯願當歌對酒時 (유원당가대주시) : 오직 바라노라, 노래하고 잔을 들 때에
月光長照金樽裡 (월광장조금준리) : 달빛이 오래도록 술잔을 비추어주기를
??
友人會宿 (우인회숙) 친구들 모여 잠자다 / 李白 (이백)
滌蕩千古愁 (척탕천고수) : 천고의 시름 씻어보자고
留連百壺飲 (류련백호음) : 연달아 백병의 술을 마신다
良宵宜清談 (량소의청담) : 이 좋은 밤, 이야기나 나누세
皓月未能寢 (호월미능침) : 휘영청 밝은 달, 잠 잘 순 없어
醉來臥空山 (취래와공산) : 취하여 빈 산에 누우니
天地即衾枕 (천지즉금침) : 하늘과 땅이 바로 내 이불, 내 베개로세
김희겸, 야주취월 (밤배에서 달빛에 취하다)
井中月 (정중월) 우물 속의 달 / 李奎報 (이규보)
山僧貪月色 (산승탐월색) : 산중에 사는 스님이 달빛을 탐하여
竝汲一甁中 (병급일병중) : 병에 물을 담을 때 달도 함께 담았네
到寺方應覺 (도사방응각) : 하지만 절에 이르면 응당 깨닫게 되겠지
甁傾月亦空 (병경월역공) : 물을 쏟으면 달 또한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이경윤, 월하탄금도
問劉十九 (문유십구) 눈 내릴 것 같은 저녁 / 白居易 (백거이)
綠螘新醅酒 (녹의신배주) : 새로 담근 술 익어 거품 오르고
紅泥小火爐 (홍니소화로) : 작은 화로에는 숯불이 이글이글
晩來天欲雪 (만래천욕설) : 눈이 내릴 것만 같은 이 저녁
能飮一杯無 (능음일배무) : 술 한 잔 하지 않으려는가
최재순, 겨울 풍경
마지막 시는 내일 눈이 올지도 모른다고 해서 날씨에 맞춰 추가했어요.
그런데 다 쓰고 보니 달을 노래하기보다는 술을 권하는 시들 같군요. ^^
(오늘 밤 달님이 얼굴을 보여주면 한 잔 쭈~욱 ^^)
혹시 멋진 한시를 알고 계시면 혼자 몰래 읽지 마시고 같이 읽어요.
김원섭, 달맞이
2016.02.22 18:53
2016.02.22 19:04
낭만을 아시는 가끔영화 님께 달 그림 하나 ^^
(구글 이미지에서 찾았는데 화가와 그림 제목이 안 나와있어요. orz)
찾았어요. ^^ 이무성, 정월 대보름 달맞이
2016.02.22 19:15
저렇게 큰달 처음 봐요.
2016.02.22 19:18
시보다 그림 가져오는 게 더 재밌네요. ^^
가끔영화 님께 커다란 달 그림 하나 더~~
2016.02.22 19:52
술에 취해 달 까지 가서 달님한테 한잔 권하고 있네요.
2016.02.22 20:25
가끔영화 님께는 커다란 달만 골라서 드려요. ^^
김천두, 산에 비친 달
2016.02.22 21:04
좋아하는 달은 세일러문하고 에스카플로네에 나오는 달입니다
2016.02.22 22:02
김전일 님께는 선녀님이 나오는 그림을 드리고 싶어서 아까부터 찾고 있는데 도저히 못 찾겠네요.
어쩐지 포기가 안 돼서 조금 더 찾아보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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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미상의 민화에서 <선녀도>를 찾긴 했는데요... 이렇게 생기셨네요. orz
달과 선녀님이 들어간 그림을 찾고 싶었는데 선녀님만 찾기도 힘들어서 달은 포기
(선녀라는 증거 => 발 밑에 구름, 바구니의 천도복숭아)
2016.02.22 22:21
맹꽁이 서당 누군가가 여장했음-아니면 오성과 한음 누군가가
2016.02.23 00:34
백묘도군요. 이런 기법의 그림은 일본화에서만 봤었는데, 한국화에도 있군요. 익살스럽고 정겹네요. 따뜻한 이웃집 아주머니같은 선녀님.
2016.02.22 21:05
2016.02.22 23:00
확실히 신선이 나오는 그림은 선녀도보다 찾기가 쉽군요. ^^
Bigcat 님께는 신선 한 분 보내드려요. ^^
김시, 仙麓翫月(선록완월, 신선과 사슴이 달을 구경하다)
2016.02.23 00:31
확실히 제가 나이가 들었구나 싶은게, 요즘은 이런 수묵화들이 넘 좋단 말이죠;; 오색 찬란한 서양화만 보다가 이렇게 여백의 미 가득하고 여유있는 붓의 한 자락을 보노라면 맘 한구석이 편해집니다.
2016.02.22 23:20
소동파의 '수조가두'입니다. 마지막 구절이 참 멋져요.
여러 중국가수들이 노래로 부르기도 했죠. 전 왕페이가 부른 것을 좋아해요.
明月幾時有
밝은 달은 언제부터 있었을까
把酒問靑天
술잔을 들고 하늘에 물어본다.
不知天上宮闕
모르겠네 하늘의 궁전에서는
今夕是何年
오늘 밤이 무슨 날인지
我欲乘風歸去
바람 타고 하늘 궁궐에 돌아가고 싶지만
又恐瓊樓玉宇
경루옥우가 있는
高處不勝寒
저 높은 곳 추울까 두려워라
起舞弄淸影
일어나 춤추며 그림자와 노나니
何似在人間
인간세상에 어찌 이런 곳 있으랴
轉朱閣低綺戶
붉은 누각을 돌아 든 달빛이 비단을 드리운 창에 내려와
照無眠
잠 못 이루는 사람을 비춘다
不應有恨
달님은 나하고 원한도 없을 터인데
何事長向別時圓
어이하여 이별할 땐 항상 둥근 것인가
人有悲歡離合
사람에겐 기쁨과 슬픔, 만남과 헤어짐이 있고
月有陰晴圓缺
달은 밝고 어둡고 둥글고 이지러짐 있으니
此事古難全
이는 예로부터 완전하기 어려워라
但願人長久
내 다만 그대가 오래 살아
千里共嬋娟
천리 먼 곳에서도 저 아름다운 달빛을 함께 보길 바랄 뿐.
2016.02.23 00:54
아, 역시 달을 보면 그리운 사람이 떠올라야죠. ㅠㅠ
(이백 시인은 연애는 안 하고 술만 먹었나...)
좋은 시와 노래 감사합니다.
좀 전에 한시 한 편 발견해서 붙여 보아요.
望月 (망월) 달을 우러르며 / 宋翼弼 (송익필)
未圓常恨就圓遲 미원상한취원지 : 안 둥글 젠 더디 둥금 늘 안타깝더니
圓後如何易就虧 원후여하이취휴 : 둥근 뒤엔 어이해 저리 쉬 이우는가.
三十夜中圓一夜 삼십야중원일야 : 서른 밤 가운데 둥근 것은 하룻밤뿐
百年心事總如斯 백년심사총여사 : 백년 인생 마음 일도 모두 이와 같구나.
김두량, 월야산수도
2016.02.23 13:54
2016.02.23 17:17
Bigcat 님이 수묵화를 좋아하신다니 그림 하나 더 ^^
네이버에서 그림 서비스 하네요. 한국화 링크는
http://terms.naver.com/list.nhn?cid=46702&categoryId=46739
이경윤, 관월도
2016.02.23 17:58
2016.02.23 03:53
2016.02.23 09:20
스트레스로 온몸이 뻣뻣할 때 술을 마시면 몸이 흐물흐물해지고 마음도 느슨해져서 좋아요. ^^
혈액순환도 잘 돼서 피부도 고와지는 것 같고 ^^
현진, 釣魚圖 (조어도, 낚시질)
2016.02.23 21:05
어제 못 본 둥근 달이 환하게 떴네요. ^O^ 달님이 나오셨으니 그림 몇 개 더 붙여봐야겠어요.
신윤복, 井邊夜話 (정변야화)
신윤복, 월야밀회
신윤복, 월하정인
이징, 高士望月(고사망월)
이정, 문월도 (달에게 묻다)
이정, 문월도
정선, 小岳候月(소악후월)
정선, 長安烟月(장안연월, 안개 낀 서울의 달)
김규진, 월하죽림도
정선, 겸헌신품첩 - 관월도
이도영, 게
김득신, 출문간월도
김희겸, 篴聲來歸 (적성래귀)
이경윤, 고사탁족도
왕소, 月下撫琴 (월하무금) 중국
어몽룡, 월매도
이흥효, 추경산수도
진재해, 월하취적도
정선, 이십사품첩 - 綺麗 (기려)
정선, 洞庭秋月 (동정추월)
작가미상, 산수도
이수문, 묵죽화첩 - 3폭
김홍도, 疎林明月圖 (소림명월도, 성긴 숲에 걸린 밝은 달)
山居謾吟 (산거만음) 산에 살며 생각나는 대로 읊다 / 金弘道 (김홍도)
文章驚世徒爲累 문장경세도위누 : 문장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들 도리어 누가 되고
富貴薰天亦謾勞 부귀훈천역만로 : 부귀가 하늘에 닿아도 역시 그저 수고로울 뿐
何似山窓岑寂夜 하사산창잠적야 : 어찌 같으리오, 산 속으로 찾아오는 고요한 밤
焚香黙坐聽松濤 분향묵좌청송도 : 향 사르고 말없이 앉아 솔바람 소리에 귀 기울임만
2016.02.25 23:52
김환기 화가께서 달 그림을 무지하게 많이 그리셨군요. O.O
새와 달
무제
사슴
달과 매화와 새
달과 매화
영원의 노래
나무와 달
나는 새
산과 달
달과 항아리
매화와 항아리
새와 항아리
항아리
정원
달 두 개
야상곡
영원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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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안보이는 보름이네요 술 없어도 낭만이 어디 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