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대한민국에서  범죄자가 잡히지 않는다는 건 아직 경찰이 충분히 진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정도로 곳곳에 눈들이 있죠. 화성살인범은 말할것도 없고 전성기의 조디악이 돌아와도 한국에서 연쇄살인범 짓을 하기는 불가능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점점 감시카메라와 블랙박스가 늘어나는 이 상황은 현실에서는 만족스럽습니다. 나쁜 사람들이 자신이 법을 어기고도 안 잡힌다고 낄낄거리는 일이 점점 없어져가니까요.

 

 하지만 창작물에선 좀 다르죠. 연쇄살인범이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고 배경이 지금의 대한민국이라면 너무 불공평한 게임 같군요. 동료를 가지지 않고 권력을 가지지 않고 혼자만의 힘으로 사회에 맞서 초인성을 시험하는 그런 살인범들에게 말이죠. 그야 그런 놈들은 현실에 존재하면 끔찍하지만 창작물에서의 연쇄살인범, 살인, 수사관 같은 건 그냥 게임의 도구가 바뀐 거니까요.  경찰은 실수를 여러 번 해도 되고 범인은 실수 하나만 하면 잡히죠. 5년 전만 해도 실수라고 부를 수 없을 행동 하나 때문에 잡히는 게 지금의 대한민국입니다. 경찰이 없는 곳에서도 24시간 열심히 일하는 카메라들이 모든 곳에 깔려 있고 그걸 어떻게 해 보려고 해도 사설감시카메라나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 있는 감시시스템까지 모조리 동원되면 잡힐 수밖에 없거든요.

 

 강호순은 정말 유능했습니다. 초월적으로 유능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잡히지 않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은 다 해두었고 자동차 명의까지 이중으로 되어 있어서 어지간하면 추적이 불가능했죠. 그가 90년대에 활동했고 약간의 운만 따랐다면 죽을 때까지 잡히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2000년대의 대한민국 경찰이 한번 잡기로 마음먹고 감시카메라에 지나간 수천대의 자동차를 일일이 추적하자 순식간에 관광당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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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살인범 드라마가 나오고 철저히 현실의 대한민국을 반영해서 만들면 범인이 얼마나 유능돋아야 할지 모르겠네요. 이젠 곳곳에 있는 카메라+자동차 블랙박스까지 합세해서 모든곳을 감시하니까요. 반대로 말하면..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범죄물들은 이런 면을 제대로 묘사하지 않으면 짜증만 날 거 같네요. 한국은 정말 범죄 저지르기 힘든 곳이거든요.

 

 

그래도 자동차 블랙박스는 정말 좋은 발명품 같습니다. 목소리 큰 사람이 잘못해놓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거에 맞설 필요 없이 조용히 카메라 까면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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