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03 21:43
_집에서 입을 옷 등 기본템이 좀 필요해서 처음으로 탑텐 옷을 구매해봤습니다. 가까운 매장이 없어서 티셔츠, 플리스 조끼, 추리닝 바지 등을 온라인 주문했지요. 입어보니 일단 사이즈도 그렇고 옷이 몸에 착 맞는 느낌이 넘 만족스러워요. 저만 그런 건지 유니클로는 바지나 상의 어깨 같은 데가 어딘가 좀 벙벙하고 그랬거든요. 단지 다니는 길에 대형 매장이 있어서 편의성 때문에 이용하던 게 유니클로였는데, 이참에 한국 표준 사이즈대로 출고되는 국산 브랜드를 알게 되어서 잘됐다 싶네요.
_기생충이 북미에서 점차 개봉관을 확대하며 순항 중인 모양입니다. 유럽, 아시아 등 거의 전역에서 대중영화로서도 반응이 좋은데, 확실히 기생충은 봉준호의 전작들에 비해 보편적인 코드인 것 같습니다. 전작들이 더 취향인 입장에서는 기생충을 처음 봤을 때 뭔가 아쉽다는 인상이 있었는데, 다시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만듬새가 조금의 산만함도 없이 경지에 오른 솜씨라는 거였어요. 딱 맞게 짜인 프레임, 낭비 없는 기승전결, 대중성과 예술성의 균형, 로컬과 보편의 균형, 예측 불가능한 개성, 정의할 수 없는 장르성, 고급 퓨전요리 느낌. 아마 ‘봉준호인데 너무 세련되니까 섭섭해’가 제 아쉬운 인상의 근원이 아니었을까 되짚어봅니다. 일본 영화감독들의 기생충 평이 손발이 오그라드는 극찬이던데, 같은 업계 사람이라면 진심으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포스터나 홍보 아이디어도 재미있는 게 많더라고요. 캐나다에서는 광고도 기생 컨셉인 게 제일 인상적이었네요.ㅋㅋ 남의 광고에다가 눈에 검은 줄 쳐놓고 밑에 패러사이트. 몇월 며칠 어느 극장.ㅋㅋ
_영화를 비롯한 한류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홍콩이나 일본이 그랬듯 언제 갑자기 쇠퇴함을 맞이할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동남아 국가들도 경제 성장과 함께 그 문화 수준이 높아지고 있고, 다양화 된 매체와 자본에 의해 협업의 기회도 늘어나고 있고요.
최근에 오랜만에 일본영화, 드라마를 찾아보고 있었는데, 2010년대 이후에는 볼만한 작품이 상당히 드문 분위기라 당황스럽더라고요. 한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일본 대중문화 전반이 선진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유행하기도 했던 기억이건만, 쇠락은 참으로 순식간에 이루어진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일본 영화계가 망하고 있는 건 결국 제대로 투자가 안 이루어지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대형 영화사들이 당장 안전한 돈이 되는 내수 시장용 작품에만 투자하고(만화 실사 등), 오리지날 창작 시나리오에는 투자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며(원작 판권료가 엄청 싸기 때문), 상업영화도 한국 돈 5억 내외로 찍는 일이 태반이랍니다. 수익 배분은 50%가 극장, 10%가 배급사, 40%가 출자자에게 돌아가며, 제작자(감독, 스탭 등)에게 돌아가는 건 0%. 아베 히로시 정도의 배우도 영화 출연료가 많아봐야 5천만원 수준이고 러닝 개런티 같은 건 없다고 하니, 영화감독 해서는 못 먹고 산답니다. 투자자 입김이 세서 감독한테 권한도 별로 없고, 때문에 인재들이 애니, 게임 쪽으로 다 빠져 버리니 스탭 구하기도 힘든 현실이라네요. 그나마 만들어진 일본 영화들도 정치와 사회가 부재하다는 평이 따라다니는데, 조금이라도 예민한 소재에는 투자가 안 되니 도전을 안 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어느 가족>도 영화사가 아닌 후지TV 투자로 힘겹게 찍은 작품인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같은 감독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그 다음 작품은 아예 프랑스에서 찍었고(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구로사와 기요시 등 감독들이 프랑스나 유럽 쪽 투자를 받아서 찍는 것도 하나의 기류로 형성된 모양입니다. 미이케 다카시(‘고로시야 이치’), 모토히로 카츠유키(‘춤추는 대수사선’) 같은 감독들은 이제 실사 작품이나 애니만 주로 찍는 형편이 됐고, 아예 푹 쉬고 계신 분들도 있고. 소노 시온 감독의 경우 일본 시스템에 질리고 질렸다는 말을 남긴 채 중국 찍고 헐리우드 영화사와 계약한 뒤 미국으로 가버렸는데, 니콜라스 케이지랑 영화 찍는다더니 올해 초 심근경색 수술을 했다는 소식이군요. 배우들도 연기할 곳을 찾아 중국, 한국 등 아시아 전역으로 시야를 넓히는 추세인데, 중국 쪽이 어차피 더빙을 하고 돈도 많이 주니 배우들에게는 유리한 시장인 것 같습니다.
중국은 아무래도 국가 통제가 있다는 점이 가장 걸림돌인 것 같은데, 그래도 거대 자본의 힘은 대단한 것입니다. 최근 자국에서 큰 흥행을 한 <유랑지구>같은 SF영화의 경우, 들인 돈에 비해 혹평도 많지만 생각보다 ‘중뽕’도 덜하고, 나름 헐리우드 스탠다드를 목표로 열심히 하고 있는 인상이라는 평이 많더군요. 신인 감독들도 100억대 영화로 데뷔하는 게 드문 일이 아니고, 그 정도는 저예산 축에 든답니다. 대만의 인재들도 많이 넘어가고 있고, 대만에서는 그 빈자리를 자신들이 상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타 동남아 국가들의 인재 영입으로 채우려고 하며, 중국도 이에 지지 않고 싱가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근데 신진 작가들은 아무래도 제작환경이 더 자유로운 대만을 좀 더 선호한다고 하네요. 대만은 평소 영화관에 걸리는 영화들도 한국처럼 편중되지 않고, 다양성 면에서는 거의 영화제 느낌인 것 같더군요. 최근 자국 영화계가 다소 침체되어 있다고는 하나 부러운 점입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같은 나라들도 요즘 분발하는 것 같고요.
2019.11.03 23:17
2019.11.04 08:02
그래서 송강호 같은 직업적인 영화배우는 존재가 불가능하고 주로 TV드라마, 광고가 수입원이래요. 영화는 곁다리.. 근데 일본은 특이하게도 대부분 소속사의 월급제 연예인들이라고ㅋㅋ 탑 연예인들이야 월급이어도 억대이고 그렇긴 하지만. 암튼 배우들이 자기 출연료도 잘 모르거나 작품 선택권이 그닥 없는 경우도 많대요. 드라마 보다 보면 주조연 가리지 않고 거의 공무원 급으로 나오는 중견배우들도 많고.. 전반적으로 배우들이 한국보다 돈을 적게 버는 건 맞는 듯.
문화는 결국 경제력에 좌우되는거니.. 일본은 버블경제가 무너지는 시점에 1차적인 문화적 정체가 왔고, 극우 정권이 장기집권 하면서 결정타를 맞은 것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돌 경우는 실력을 보고 뽑지를 않고 거대 소속사 사장들이 자기 취향대로 뽑는다는 소문이라, 그래서 애들 상태가 음.. 1억이 넘는 인구 중에 정말 니들이 아이돌이란거니..? 하는 생각이..
2019.11.04 00:44
2019.11.04 08:15
'돈이 많아도 영화를 만들 줄을 모르면 이렇게 된다'와 '그래도 이제 영화 못 만든다고 놀리지는 못하겠다'의 상반된 반응이 존재하더군요.ㅋㅋ 이렇게 앞으로 인프라와 경험치가 쌓이면 어느 순간 계단식으로 확 도약할지도 모른단 생각도 들고요. 물론 그 반대도 가능..
흠 소재 면에서 좀 그런가보네요. 아직 본격 입어보지는 않아서 눈치 못챔..
2019.11.04 00:57
안 그래도 요즘의 일본문화는 완전히 관심 밖이 되었는데 일본문화의 쇠락이야기는 공포스럽네요... 한국도 그런 전철을 밟을까봐... 좋은 쪽으로 계속 발전하길 바랍니다..
저는 반대로 이전의 봉준호 감독 영화들은 재밌게 여러번 보면서도 항상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가 이번에는 꽉 짜여진 느낌이 들어서 만족감이 들었습니다.
물론 마더 같은 영화는 아쉬울 것도 없지만 이번에는 봉준호 세계의 재밌는 조연 캐릭터들이 더 극대화되어서 나온 것 같네요. 그리고 공간적으로도 제한된 장소에서 여러 캐릭터를 다루며 벌어지다보니
더 꽉찬 느낌이 들었던 것 같네요. 다만 아무래도 찜찜 불쾌한 내용의 영화다보니 극장에서 여러번 봤음에도 시간이 지난 뒤에 좋아하는 영화에 넣기에는 기분이 안 좋더라고요.
봉준호 영화 중에는 역시 괴물이 가장 마음에 드네요.
2019.11.04 08:45
한국의 경우 그래도 제반 시스템이 조금 더 나은 점은 있는 것 같아요.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문화 산업을 국가적으로 키웠고, 대학 위주로 전문 인력 육성이 가능하다거나. cj 이미경 부회장의 경우 본인이 문화사업을 좋아해서 하는 걸로 알아요. 사실 사업적 측면에서 보면 문화사업은 별로 돈이 안된다고 하거든요. 하지만 이 모든 것도 어느 순간 어찌될지 모르죠.. 망하는 건 무식한 단 몇 명에 의해 순식간에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본은 영화가 내리막길을 걸은 게 이미 TV 상용화 시절 부터라고 진단하는 경우도 많아서.. 영화 종사자들이 체계적으로 길러지는 시스템도 아니고, 이만큼 버틴 성과가 오히려 투자에 비해 대단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봉준호라고 하면 그냥 영원히 살인의 추억일 것 같아요. 봉 이즈 살추.. 그의 나이 만 서른셋에 만든 마스터피스
2019.11.04 11:47
저는 플란다스의 개가 제일 최애입니다.
2019.11.04 06:35
2019.11.04 08:50
2019.11.04 07:46
+) 소노 시온 감독이 영화제 출품과 관련해 재미있는 말을 했길래 덧붙여봅니다.
한국의 클래식 음악 전공자들이 외국 콩쿨 입상에 거의 목숨을 거는데, 그것과 겹쳐보여 웃픈 기분이 들었거든요.ㅋㅋ 동양인에게는 콩쿨이 거의 유일한 등용문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이런저런 기회가 많은 서양 연주자들은 그렇게 콩쿨에 집착하지도 않지요.
─일본 영화 업계에서 감독님께서 싸우고 계시는 건 어떤 부분인가요?
소노: 지금은 이미 싸움도 안 하고 있어서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리지만(웃음). 일본의 프로세스에 질릴 대로 질려버려서 미국에 간다는 것도 있지만. 일본에서 영화를 만들면 영화제에 가서,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그 반향으로 히트를 노리는. 그런 사이클을 평생 계속해야 한다니 지치고 싫어서. 미국에 가버리면 영화제 같은 거 안 내도 되니까(웃음). 유통적으로 할리우드에서 영화제에 기대는 영화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대로 개봉할 뿐이라.
─영화제는 중시되지 않는 건가요?
소노: 그들의 사회에서는 유럽 영화제 따위는 가치가 없으므로 아무런 무기도 못 됩니다. 예를 들면 '셰이프 오브 워터'라는 영화는 베네치아에서 대상을 땄지만, 미국에서는 그건 세일즈포인트가 못 되니 포스터에 전혀 실려있지 않습니다. 그보다 아직 상을 받기 전이었지만 골든 글로브나 아카데미상 같은 국내에서 노미네이트 된 걸 포스터에 싣고 있죠.
그들은 유럽 영화제나 콩쿨에서의 평가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거꾸로 말하자면 일부러 출품하지 않아도 프레스의 힘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세계 영화제는 프레스의 힘이 없는 약소국을 위한 것이거든요. 작은 나라가 세계에 알릴 때 세계 영화제에 출품하는 것을 통해 겨우 좀 퍼지는, 그러한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축구도 비슷한 구석이 있죠(웃음).
2019.11.04 08:38
2019.11.04 08:52
탑텐이 잘 맞으신다니 부럽습니다. 탑텐이 전반적으로 요즘 유행(?)하는 체형에 맞춰 슬림핏이 대부분이고 스탠다드나 루즈핏은 아에 안나와서... 저는 한사이즈 크게 입어야 하는데, XXL은 잘 없더군요. ㅠ.ㅠ
옷을 잘 안사는 아저씨라, 동선상에 있는 패스트패션이 탑텐이랑 유니클로였고, 그래서 유니클로 주로 들리다가 유니클로 불매하고 탑텐은 사이즈 없어서 자라를 서울 간김에 일부러 찾아갔는데..아...
아무리 패스트 패션이라지만... 이 옷은 1년.. 잘해야 2년 입겠구나 싶었습니다. (비즈니스 캐주얼 바지 하루 입었는데 가방 닿는 곳에 하루만에 보풀이..)
유니클로나 탑텐은 그래도 3년은 입었거든요.
2019.11.04 09:18
지오다노 괜찮은 거 같더라구요. 저도 급격히 체중이 늘어서... 탑텐이나 8세컨즈는 사이즈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각종 인쇼와 홈쇼핑;;까지 기웃거리다 기본템은 지오다노로 정착할까 하는 중입니다
2019.11.04 09:59
자라는 진짜.. 품질이 좀 너무한단 느낌이에요. 디자인에 혹해서 샀다가 후회하길 여러번.. 유니클로가 xxs 부터 사이즈 다양하게 나오는 거 하나는 장점이더군요. 이번 참에 국산 브랜드도 그런 부분이 개선되면 좋겠구만..
2019.11.04 09:55
애니 동화가들 착취해서 갈아넣는 거 보고 아! 저게 내지와 조선의 차이구나 했었죠.
2019.11.04 10:06
일본 영화판 망해가는 건 알았지만 이런 디테일은 몰랐는데 문자 그대로 장난이 아니군요. 아베 히로시급이 출연료 5천만원이라니 예술 혼에 불타는 게 아니면 안 찍는 게 이득 아닌가 하는 느낌적인 느낌...;
근데 영화만 그런 게 아니라 일본 대중 문화 상품들이 대체로 좀 함께 쇠락해 가는 느낌이 강해요. 아이돌 장사도 90~00년대 초반과는 영 다른 느낌이고. 일본 문화 개방하면 한국 문화 산업 다 망해 없어진다고 사람들 절규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사실은 엄청 오래 전이죠. 그냥 제가 늙어서 기분이 그렇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