喪主

2010.12.28 10:29

시간초과 조회 수:1776

안녕하세요. 시간초과입니다 :)

 

지난주말 喪主(상주)가 됐습니다.

폐암을 앓고 계셨던 장인이 11월 중순부터 상태가 급속하게 나빠지기 시작하셨어요. 

지난주 22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위독하시더니, 23일 새벽 2시 30분에 눈을 감으셨어요.

저와 제 와이프, 장모님 세 명이 아버님 손을 꼭 잡고 임종하신 순간을 지켜봤습니다.

 

와이프가 집안에 남자형제란 아무도 없는 외동딸인지라, 제가 자연스럽게 '喪主'가 됐습니다.

와이프와 장모님이 서로 부둥켜 우는 가운데서도, 혼자 감정을 억누르고 병원서 퇴원 수속, 사망진단서 받기, 금액 계산 등 포함해서 모든 일을 했습니다.

미리 알아놓은 장례식장으로 이동해서도 - 나 역시 정신이 너무나 없음에도 불구하고 - 어떻게 그렇게 정신이 빠딱  들고 일을 처리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장례식장으로 몰려드는 조문객들.

앉았다 일서섰다를 수백번을 반복했네요. 몸에 맞지도 않는 상복(양복)을 입고, 설잠을 자고, 향이 꺼지지 않게 지켜보고, 옆의 와이프를 위로해 주고.

시간은 그렇게 지나가더군요. 장인께서 평소 꽃을 너무나 좋아하셨는데, 지인들이 너무나 화환을 많이 보내주셔서 얼마나 기뻤는지.

 

그렇게 시간은 지나갔습니다. 입관, 발인, 삼우제까지 치르고 8일 만에 회사에 출근하니,  정말 폭풍 같은 일주일을 보낸 듯 합니다.

아직까지 시간관념이 없고, 회사일은 잘 안 잡히고 그래요. 와이프도 어느 정도 안정이 돼서, 오늘 아침에는 자기 피부가 너무 푸석푸석해졌다며 화장품 사달라고 조르네요.

장모님은 혼자 계신데, 워낙에 씩씩하신 분이라 걱정이 덜 되면서도, 더욱더 잘해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요.  갑작스럽게 喪主가 되고, - 32살이라는 나이에 - 큰일을 치루고나니, 정말 이제 내가 어른이 됐구나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와이프를 정말 사랑하지 않았다면, 이일을 어떻게 했을까 싶기도 하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90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95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2360
110818 2010년대 동안 제가 본 좋은 영화들.... [1] 조성용 2019.12.23 646
110817 2019년 동안 제가 본 좋은 영화들.... [1] 조성용 2019.12.23 665
110816 이상 야릇한 영화를 두편 봤는데 [1] 가끔영화 2019.12.23 518
110815 [바낭] 일단 글쓰기를 누르고. [10] 가라 2019.12.23 538
110814 오늘의 둘리 카드(3) (스압, 약간 더러움 주의) [5] 스누피커피 2019.12.23 264
110813 그리고 조국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2] 휴먼명조 2019.12.23 543
110812 신임 문체부 차관에 최윤희 전 수영선수 [6] 휴먼명조 2019.12.23 803
110811 조국, 정봉주, 김의겸, 그리고 이인영의 제안 [11] 겨자 2019.12.23 865
110810 [바낭] 올해도 선물은 노동집약적 [6] skelington 2019.12.23 444
110809 백예린 square [2] 어제부터익명 2019.12.23 456
110808 [바낭] 화제의 영화였던 '미드소마'를 이제사 봤네요 [16] 로이배티 2019.12.23 878
110807 카르투시오 봉쇄수도원 [7] 보들이 2019.12.23 987
110806 [만달로리안] 컨셉 아트 [4] 파이트클럽 2019.12.23 618
110805 [디즈니 플러스] 만달로리안 대박이네요 [3] 파이트클럽 2019.12.23 879
110804 캣츠 논란이 많은데 전 극장에서 보려구요 [7] 얃옹이 2019.12.22 923
110803 이 와중에 새 스타워즈 트릴로지 오디션 얘기가 나오네요 [4] 부기우기 2019.12.22 564
110802 인공 고기는 육식인가? [3] 분홍돼지 2019.12.22 675
110801 피아노와 고양이 [1] sogno 2019.12.22 345
110800 지난 주 정경심 재판 기사 몇 개 [7] 양자고양이 2019.12.22 903
110799 학교급식에서의 채식 이슈, 채식주의자를 조롱하는 평론가 등 [31] 김실밥 2019.12.22 155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