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웨더 vs. 파퀴아오 감상평

2015.05.03 21:02

Egg 조회 수:3804

1.

결과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경기는 만족하나 흥행 스케일, 돈값은 못하는 경기였었습니다. 왜냐, 두 복서는 제가 볼 때 너무 잘 했는데 해프닝을 못 만들어냈어요. 어느 누구든 경기를 치를 때는 자기에게 유리하게 돼 가게 만드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서도, 스포츠의 시장성을 의식해 어느 정도의 드라마를 유도해 내는 역할도 프로 스포츠계에선 필요하다고 봐요. 그런데 둘에게서 관중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퍼포먼스가 나왔어야 했는데 그러지는 못했어요. 그게 개인적으로 아쉽습니다. 복싱이 그래도 그 아름다움을 존명하길 바라는 입장에서 말이죠.




2.

하지만 둘 다 잘 했습니다. 메이웨더는 평소처럼 잘 했고요. 파퀴아오가 살짝 기대 이하였어서 아쉬울 따름 (이게 1.의 궁극적인 이유이기도 해요). 메이웨더가 스텝백하거나 페인트 모션같은 걸 취할 때 카운터 타이밍이 몇 번이고 있었는데, 크로스든 훅이든 옛날같으면 내질렀을 법한 게 나오지를 않았어요. 그만큼 요즘 기량이 떨어진 것과 동시에 메이웨더의 카운터를 의식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 옛날 진짜 프라임타임 팩맨 시절이었으면 꾸역꾸역 들어가면서 펀치를 퍼부었을텐데, 메이웨더는 이를 허용하게 되면 또 그에 맞춰 대응해 나가고... 결과적으로 이게 한 5~6년 전에 성사된 매치였으면 정말 재밌는 경기가 나왔을 겁니다. 이번 경기는 메이웨더가 이미 다 리드를 점하는 게 보이는 경기라서 대중성은 떨어지는 경기가 되지 않았나 싶네요. 물론 순수 복싱팬들은 두 고수가 이 수, 저 수 물리고 내고 하는 재미에 취해서 봤겠지만요.




3.

그리고 해설 듣고서 느끼는 거지만, 스포츠 중계할 때 코멘테이터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종목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지고, 경기를 한없이 이상하게 저평가하고, 편파적으로 중계하고 하다 보니 복싱의 재미를 못 찾게 됩니다. 어느 스포츠든 해당 종목의 룰, 플래이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그 재미가 더해지듯, 복싱도 마찬가지예요. 복싱은 얼마나 피칠갑하며 싸우느냐로 제단하는 스포츠가 아닙니다.


해설자라면 적어도 경기를 읽고, 어떠한 상황인 건지 설명해서 보는 사람 이해를 도와야 할텐데... 복싱의 문외한이 하루치 기사만 읽어도 할 법한 오판 범벅의 해설을 보여줬어요. 쓸데없는 말만 주구장창 했었죠. 최소 어떤 상황인지는 이해는 해야 설명을 해 줄텐데 그러지를 못해서 오히려 더 재미가 반감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냥 제가 하는 말인데 (맞는 비유는 아니에요), 복서는 간단히 말해 그냥 맞으면서 내지르는 복서는 3류, 자기가 맞더라도 잘 맞추는 복서는 2류, 안 맞고 잘 맞추는 복서가 1류... 2류, 3류 경기는 많아요. 옛날엔 로컬단위 경기만 봐도 이런 경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메인이벤트 언더카드, 타이틀 매치 중에도 이런 경기는 자주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1류 중에서도 완전 1류들 간의 경기를 그런 식으로 해설하는 걸 보고 해설이라 할 수 있을까요? 그냥 동네 아저씨들 효도르, 크로캅 경기 보면서 훈수 두는 거랑 똑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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