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두 영화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라는 작품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해요. <제인 에어>는 순전히 제인 에어의 입장에서 쓰여진 얘기죠. 다른 방에 감근된 로체스터 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터무니 없이 불편한 얘기란 거예요. 그런 지점에서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는 날카로운 지적을 하고 있죠.


<비포 선셋>은 유부남이 바람을 피는 얘기에요. 나는 결혼했지만 행복하지도 않으며 자식 때문에 사는 거라는 둥 지금 부인은 사랑하지도 않는다는 둥 전형적인 유부남의 바람형태가 인상적이죠. 거기에 불쌍한 샐린느는 유부남의 유혹에 그만 넘어가서 불륜녀가 되고 말죠.


<비포 미드나잇>은 그 불행을 잘 보여주고 있어요. 그럭저럭 애정이 있어서 살고 있지만 여러가지 문제가 많죠. 샐린느가 제시에게 가지는 불만은 영화에서 충분히 말해주고 있으니 자세히 말하지 않을게요. 다만 샐린느는 결혼식도 제대로 못 올렸고 육아에서 자기 멋대로인 남편때문에 희생이 컸죠. 육아나 가사에서 제시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심지어 전부인과의 아들때문에 미국으로 이사하자는 제안을 뻔뻔하게 해대죠. 


제시가 셀린느에게 했던 것 처럼 하룻밤을 보냈던 또다른 여자와 살겠다며 다시 이혼하는 일은 없었으면 바람만 있어요. 제시가 첫 번째 와이프에게 했던 것처럼 셀린느를 사랑하지도 않지만 자식때문에 살고 있는 와이프라고 설명하지 않는단 보장이 어딨죠? 두 영화를 볼때는 반드시 제시의 첫 아내의 입장을 생각해봐야 해요. 제시나 셀린느에게 감정이입하는 건 낭만적이지만 폭력을 눈감는 거예요. 현실에선 아름다운 하루를 보낸 상대가 유부남이라면 적당히 선을 긋는 게 현명하죠. 내 남편이 전에 만났던 여자와 일주일동안 섹스하느라 안 돌아오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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