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9분. 스포일러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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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편의 미국 영화와 한 편의 캐나다 영화에 이어 이번엔 프랑스 영화입니다!)



 - 먼저 본 세 편의 영화들과는 설정부터 결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프레디'는 그냥 이민을 간 게 아니거든요. 아기 때 프랑스로 입양되어 갔습니다. 그 곳에서 좋은 부모 만나 프랑스인으로서 한국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잘 살았던 듯 한데, 특별한 이유 없이 어쩌다 보니 한국, 서울에 왔어요. 그래서 충동적으로 이것저것 해 보며 놀다가 게스트 하우스 친구의 제안을 듣고 얼떨결에 입양 기관을 찾아가 생부, 생모를 찾아달라고 합니다. 생모는 만남을 거부하지만 생부는 아주 격하게 반가워하며 자신이 사는 곳으로 초대를 하구요. 내친 김에 찾아가 생부와 가족들을 만난 프레디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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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기준으로 생각할 때 참으로 자유로운 영혼... 이라는 걸 보여주며 스타트를 끊습니다. 캐릭터가 좀 독특하고 그걸 배우가 잘 살렸어요.)



 - 먼저 꼭 말하고 싶 것은, 이게 제겐 굉장히 보기 힘들었던 영화였다는 겁니다. ㅋㅋㅋ 맨날 범죄물 아니면 호러만 보며 살다 보니 보통의 '견디기 힘든' 영화들엔 어느 정도 역치가 높아져 있는 상태입니다만, 이 영화는 다른 방향으로 힘들었어요.


 그러니까 이 영화는 주인공 프레디를 계속해서 극도의 '불편함'의 상태로 몰아 넣습니다. 자길 보고 꺼이꺼이 통곡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생부와 가족들은 매우 한국적인 정서로 프레디를 얽어매려 하고 프레디는 그게 정말 불편하고 괴상해요. 프랑스에서 온 자유로운 영혼답게 그걸 당당하게 물리쳐 보려 하는 프레디입니다만... 불행히도 프레디는 한국어를 못하고 가족들은 불어를 못하고 프레디의 말을 번역해주는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프레디의 그 당당한 지적과 거부 표현을 계속해서 완곡하게, 심지어 아예 다른 이야기로 전달을 해서 상황을 더욱 더 불편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래서 프레디는 극한의 고통에 시달리게 되고, 그걸 지켜보는 저 역시 극한의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ㅠㅜ 보다가 이토록 꺼 버리고 싶어지는 영화는 정말 드물었어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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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누가 감독님에게 오광록 아저씨를 추천한 겁니까!!? 맨날 하던 비슷한 캐릭터를 또 하시는데도 정말 후덜덜합니다. ㅋㅋㅋㅋ)



 아마도 제가 특히나 고통 받았던 이유는 이야기의 디테일 때문이었을 겁니다. 프레디의 생부 가족들은 저엉말 리얼리티가 살아 있어요. 정말로 한국의 친부모, 가족이라면 저렇게 행동하겠다... 싶은 행동들을 계속 하거든요. 근데 한국산 통속극에 등장했다면 애절한 부정과 가족애가 되었을 그런 행동들이 이방인이 만든 이방인에 대한 이야기에 등장하니 정말 보기 심란하고 불편해져요. 참 신기한 경험이었는데...


 알고 보니 감독님이 한국인이 아니시네요? ㅋㅋㅋ 프랑스로 입양된 분이었던 건 맞는데, 자기 이야기와 감정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지만 진짜로 자기 모국을 소재로 하면 너무 직설적인 이야기가 되어 버릴 거라는 걱정을 했대요. 그래서 친한 한국계 입양 출신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이 양반 이야기를 소재 삼아 디테일은 조사해서 만들어 넣었다는군요. 디테일 천재이신 듯. 전 영화 보는 내내 당연히 한국인이 만든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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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한국식으로 사람 불편하게 만드는 디테일도 엄청난데, 그걸 또 주인공 캐릭터와 배우가 잘 살려냅니다. 그냥 순둥 캐릭터가 아니어서 매번 긴장감이 쩔어요.)



 - 그런데 이야기가 그런 불편한 체험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는 대략 런닝 타임의 절반 밖에 안 돼요.

 스포일러성이 될 테니 자세히 말은 안 하겠지만 이후로 시간대를 건너 뛰어 가며 전반부의 그 체험 이후로, 그 체험의 영향으로 프레디가 겪게 되는 삶의 여정을 보여주거든요. 여기에서부터 갑자기 영화가 다루는 주제가 확 넓어진달까... 깊어진달까 뭐 그렇습니다.


 여기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이 후반부 전개를 통해 이 영화가 또 제가 전에 본 세 편의 영화들과 전혀 다른 방향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는 거였어요. 과거와는 대략 뜨겁게 안녕 하고 새 터전에서의 삶을 걸어간다! 도 아니구요. 흔들흔들 위태로운 삶을 살다가 자신의 뿌리를 찾고 희망을 얻게 된다는 식도 아니구요. 우리가 대략 이렇게 살아왔지... 라는 회고담은 더더욱 아니구요. 

 

 역시 자세히 언급은 않겠지만 뭔가 프랑스 영화답더라구요. ㅋㅋㅋ 철학적이랄까, 지식인스럽달까 혹은 좌파스럽달까(...) 뭐 그런 시각과 태도를 바탕에 깐 결론을 향해 나아가는데 다 보고 나면 대략 납득하게 되고, 아 왜 이런 생각은 못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던 걸 보면 설득력 있는 메시지였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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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 대충 정리하자면... 제가 대략 몰아서 본 네 편의 영화들 중 가장 '아트하우스스럽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ㅋㅋ

 뭔가 유럽 영화들 특유의 감성과 질감이 느껴지구요. 제가 이전에 본 세 편이 다 북미쪽 영화였다보니 더 차별화되는 느낌이 강했네요.

 근데 그게 막 관념적인 이야기가 아니고 되게 생생하고 설득력 있고 그래요. 이게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두 나라에 걸쳐서 결국 이쪽도 저쪽도 아닌 정체성을 갖게 된 사람의 각성 & 성장담'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 '이쪽도 저쪽도 아닌'의 느낌을 가장 잘 살려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그냥 교포가 아니라 아기 때 입양된 사람의 이야기이다 보니 그랬던 거겠죠. 아무튼 이전의 세 편 영화들과는 또 다른 이야기와 또 다른 결말을 보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암튼 그래서 잘 봤습니다만. 전반부의 그 고통스러운 시간 때문에 다시 볼 생각은 영원히 안 할 것 같습니다. 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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