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조화)

2019.12.08 14:00

안유미 조회 수:392


 1.pgr에 소모임 이야기가 올라와서 읽다보니 소모임 특유의 정글같은 분위기가 상기됐어요. 사실 그 글에 묘사된 걸 보면 정글 정도가 아니라 양아치를 만난 것 같지만요. 


 소모임은 작년에 매우 열심히 했던 앱인데...이제는 좀 시들해졌어요. 또 쿨타임이 차면 소모임이나 네이버밴드같은 걸 할지도 모르겠지만...역시 일반인들은 거슬리는 점이 많거든요.



 2.인터넷을 하다보면 어린 친구들이 '반말쓰는 어른 싫다. 언제봤다고 초면에 반말이냐.'라거나 '나는 내게 반말 쓰는 개저씨 있으면 바로 반말로 대답해 ㅋㅋ.'뭐 이런 말을 하곤 해요. 나도 한떄는 그랬긴 하지만 글쎄요. 


 처음 보는 아저씨가 반말을 할때 '너 왜 초면에 반말질이냐?'라고 꼽주는 건 쉬워요. 하지만 이 점을 생각해 봐야 하죠. 우리나라는 나이가 서열의 주요 요소 중 하나고 대체로 그걸 인정하면서 사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데 처음 보는 아저씨가 내게 반말을 한다고 해서 즉시 면박을 주는 건 좋지 않다고 여기게 됐어요. 왜냐면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내가 관습을 존중하지 않는 건지 아니면 눈앞에 있는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건지 알 수가 없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거기다 대고 '당신 왜 반말이슈?'라고 하는 건 상대를 너무 상처입히는 행동이예요.


 만약 푸틴이 그의 근육질 부하들과 함께 나를 찾아와서 반말을 쓴다고 쳐요. 그때 푸틴에게 즉시 '너 왜 반말짓거리 하는 거야?'라고 대답할 수 없다면, 모임에서 만난 아저씨에게도 그러면 안되겠죠.



 3.하지만 소모임이 좋은 점도 있어요. 위에 썼듯이 정글같다는 점이요. 좀 거슬리는 놈이 있다면 그놈의 기를 죽이는 건 매우 쉽거든요. 돈을 많이 쓰면 되니까요. 여기서 중요한 건, 사람들이 그들의 돈으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그들의 돈으로 갈 수 없는 곳을 쏴야 한단 점이예요. 이건 내게도 부담이 있는 일이지만...좆같은 놈들의 기분을 좆같이 만들어 주고 싶을 때, 좆같은 놈들과 똑같은 수준이 되어선 안되는 거니까요. 멕이고 싶어도 품위있게 멕여야 하죠.


 위에 '매우 쉽거든요'라고 쓴 건 실제로 쉽다는 뜻이 아니라 원리 자체는 간단하다는 뜻으로 쓴 거예요. 



 4.휴.



 5.뭐 어쨌든...자뻑에 취해 있다고 해도 일반적인 모임에 가서 그러면 안되는 거예요. 위의 모임처럼 쏘려면 쏠 수 있는 모임이 아니라 모두가 동등하게 뿜빠이하는 모임 말이죠. 모임에 따라서는 쏘면 욕먹는 모임도 있으니까요.



 6.휴...미친듯이 한식이 먹고 싶네여. 내일 낮에 신도림 경복궁에서 밥이나 먹을 분 없나요? 오실분은 쪽지주세요 더치페이하죠.


 사실 무언가를 먹고싶은 것엔 그냥 먹고싶다가 없어요. 먹고 싶지 않거나 미친듯이 먹고싶거나. 둘 중 하나밖에 없거든요. 문제는 번개를 너무 일찍 때리는 것 같기도 해요. 이러다가 내일이 되면 한식을 먹고싶지 않을 수도 있는데...뭐 그럼 양식을 먹죠.


 아 아니다...생각해보니 애프터눈티와 빙수를 먹고싶기도 하네요. 겨울에는 냠냠쩝쩝...맛있는 빙수를 먹고싶다 이거죠. 여러분도 그렇죠?


 

 7.알겠지만 나는 '사실은'이나 '냉정하게'라는 말을 앞에 붙이곤 해요. sns를 보면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놈들이 그걸 가지고 딴지를 걸곤 하더라고요. '말하기 전에 '사실은'이라고 운을 떼는 건, 그때까지 한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는 거야? 하여간 꼰대들이란!'뭐 이렇게요.


 뭐 그래요. '사실은'이라는 말로 운을 떼는 건 평소에 하는 말은 사실도 거짓말도 아니기 때문이죠. 왜냐면 대부분의 사람들의 현실은 좆같잖아요. 이 좆같은 사회에선 상대와 대화할 때 정보의 전달이나 교환이 목적이 아니예요. 그냥 최대한, 나와 같이 있는 상대의 기분을 해치지 않고 가능한한 좋은 말들만 하다가 자리를 끝내는 거죠. 내가 늘 말하지만 진지한 이야기나 심각한 문제를 들먹이며 상대의 현실을 상기시키는 건 아무런 도움도 안되거든요. 세상의 대부분의 문제들은 오직 돈으로만 해결되고, 조건 없이 현금을 건네주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상대는 세상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대화를 나누다가 어떤 문제에 대해 말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그냥 다른 주제로 전환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문제점을 입으로 말해야 할 때는 '사실은'이나 '냉정하게'같은 말을 붙이는 거예요. 그 전까지 했던 말이 거짓말인 건 아니지만 '표면적인 범위에서' 거짓말이 아니었던 거니까요. 물에 돌을 던져넣고 수면을 일그러뜨려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사실은'같은 말을 앞에 붙일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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