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초딩이 그렇듯이 저도 셜록 홈즈를 엄청 좋아했습니다.


...라고 쓰기엔 제 친구들은 좋아한 애가 하나도 없었어요.

여자애들은 추리소설을 아예 안 읽었고 추리소설을 읽는 소수의 남자애들은 그냥 여러 탐정 중 하나,로만 생각하더라구요.

그래서 전 홈즈를 유명하긴 해도 인기는 없는 탐정인 줄 알고 있었고, 홈즈를 좋아하는 사람은 저밖에 없는 줄 알았죠.

전집을 다 갖고 싶었는데 한국출판공사에서 나온 40권짜리 책은 엄두도 못 냈고,

정전 전체가 60권이라고 들었는데 마흔권짜리 전집에 빠진 책이 뭔지도 몰라서 괜히 속상해했어요.

암튼 계림문고랑 해문문고로 한권씩 모으면서 참 행복해했죠ㅎ


근데 나이가 들면서 한동안 안 읽다가 20대의 어느날 다시 읽어보니 뭐랄까, 정말 실망스러운거에요.

성차별적인 건 차치하더라도 완전 제국주의자에 인종차별주의자.

게다가 이런 저런 다른 추리소설을 읽다가 홈즈 시리즈를 다시 읽으니

설정은 어설프고 우연에 기댄 해결 과정도 많고, 골상학 얘기를 하는 부분에서는 완전...

마치 망가진 첫사랑의 남자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구요. 

이래서 어렸을 때 좋아하던 거 다시 보면 안 되는고나, 이러면서 한동안 홈즈를 멀리하고 있었죠.


그러다 다시 관심이 생긴 계기가 주석달린 셜록 홈즈가 나왔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관심없는 척 하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땡겨서 읽었는데 정말 재밌더라구요ㅋ

주석이 무조건 원전을 찬양하는 분위기였다면 다시 관심이 없어졌을텐데,

원전의 오류같은 걸 꼬집는다던가 당시의 제국주의적인 용어를 비판한다던가 하는 내용이 많아서 

저두 낄낄거리면서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올해는 드라마 셜록이 나와서 그것도 정말정말 재밌게 봤고,

셜록이 시체를 때리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엄청 웃었어요.

제가 갖고 있는 주홍색의 연구는 앞부분 다 잘라먹고 사건이 시작하는 부분부터 바로 시작하는데,

전집의 주홍색의 연구를 빌려 읽어서 이렇게 중요한 부분을 잘라먹다니! 하고 분개한 적이 있었거든요.

거기 딱 한 마디 나온 대목을 갖다 쓰다니, 드라마 정말 재밌더라구요.


주석 2권도 나와서 그것도 정말 재밌게 봤고

전집의 장편을 빌려서 읽다가 베스커빌의 개가 제가 갖고 있는 책이랑 결말이 달라서 너무 허무하기도 했고


근래 몇년간 연말은 반지전쟁을 다시 읽거나 다시 보면서 지내는데

올해 연말은 셜록홈즈를 다시 읽거나 다시 보면서 지내는군요.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꼬옥 생기시기를 바라구요. (인사말로 급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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