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잠을 딱히 깊이 못 잔것도 아닌데 오늘 새벽에 이상하게 부스스 잠이 깨더랍니다.

눈을 가늘게 뜨고 방안을 바라보는데 음… 너무 고요하다, 싶은거에요. 물론 겨울밤은 대체로 고요하지만, 이상할만치의 그 적막감.

잠이 더 안 왔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 일어나서 읽던 책을 마저 더 읽을까. 아니면 그냥 이대로 누워있을까 하다가 갑자기 '밖에 나가볼까' 싶은거있죠.

 

잘 때는 뜨끈한 방바닥에 등을 베고 자서 몰랐는데 몸을 일으키니 우풍이 확 끼치더군요. ^^;;

더워서 벗어두고 잤던 츄리닝 상의를 주섬주섬 껴입고는 무슨 정신인지 모르게 방문을 벌컥 열고는 밖을 내다보았어요.

보고는 이야아… 소리가 나왔어요. 함박눈이 내리고 있더라군요. 이사 오고 나서 눈이야 몇번왔지만 전부 싸락눈, 진눈깨비였는데.

새벽이어서 그런지 굉장히 센치해쳐버린거 있죠 ㅎㅎ

 

아 이래서 그렇게 조용했구나… 눈이 오고 있었네.

눈이네…  하면서 한참을 중얼중얼거렸네요.

내가 눈 오는 소리에 깼네…

 

그 누구도 밟지 못할것처럼 새초롬하니 쌓인 눈을, 삼선슬리퍼로 살살 문대면서 문턱에 앉아서는

눈 오는걸 한참 보았어요. 동네는 깜깜하니 가로등 몇개만 밝혀져서는 어슴프레한 그 조명 속에서 포슬포슬 눈이 내리는데

아무 생각이 안 들기도 하고, 아니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것도 같고…

추워서 쿨쩍쿨쩍 거리면서 발이 시려워 부르르 떨면서도, 계속 보고 있었네요.

 

문득

아 이건, 올해가 가기 전… 마지막 선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누가 줬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읽다가 잔 소설이 하필 로맨스소설이어서 그런가,  그렇게 유치하고 유치해진 마음과 기분으로 새벽의 눈을 맞다가

어느 순간 주섬주섬 이불을 끌어안고 자버렸네요. ㅎㅎ

 

자고 일어나니 창 밖이 하얗더라구요. 열어보니 세상에 눈부시게 하얘서 감탄을 했네요.

집도 높은 곳에 있고 제 집 창문이 하필(?) 산 쪽으로 나서 그런가, 정말 창을 닫으면 밖이 하얘요. 눈만 있어요.

혼자 괜히 기분 좋아져서 찰칵찰칵 찍어보았습니다만, 결과물이 너무 초라해서 그냥 지웠네요 끙 --;;

 

눈 오는 소리라. 언제 또 이렇게 예민한척 할 수 있을려나요.

 

 

2.

 

지금은 아니지만, 중고등학교때까지 로맨스 소설을 꽤 자주자주 읽었드랬습니다.

그때 분위기에 휩쓸려서(?) 지금까지도 읽는 소설이 하나 있어요. 그런데 정식(?)소설은 아니고, 이성팬픽이에요.

평상시에는 그럭저럭 잊고 살다가 연말이 되면 불현듯 너무너무 그리워지는 희한한 소설이에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되면… 꼭 그 소설을 읽고 있더라구요, 제가.

오늘도 지하철 타고 집에 오면서 txt 파일로 넣어둔거 읽으면서 왔네요 ^^;

 

중학교때 처음 이 소설을 읽었으니 거진 10년째가 다 되어가네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1학년, 그 다음해, 어쩜 그때마다 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지요.

특히 무경험자일때와 유경험자일때 읽는 느낌이란, 정말 천지차이네요ㅋㅋㅋ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소설을 만약 '지금 내 나이'때 알게 되었다면 어땠을까?

 

그 소설은 참 신기한게, 독자들의 감상평중에서도 주옥같은 글들이 많았더랬죠.

그 중에서 아직도 기억나는 감상평이 있어요.

이 소설을 읽기 전에, 자신의 사랑을 정립하고 읽으라고…

 

저는 그때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그땐 사랑을 몰랐고, 하지도 않았으니깐요.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요. 왜 그런 '조언'을 했는지…

 

가끔, 가끔 생각하거든요. 난 어쩌면 그 소설 속, 그 주인공들의 연애를 꿈꾸는게 아닐까…하는.

 

크리스마스 때 남자친구가 제가 그렇게 아기다리고기다리던 '편지'를 주더라구요.

제가 너무 좋아서 팔짝팔짝 웃으니깐 그러는거에요. 아이고, 그렇게 좋아…? 왜 그렇게 편지를 받고 싶어했어?

그때 전 별 생각없이 그…냥! 받으면 좋잖아! 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헐김빠져, 하는 표정으로 절 쳐다보더군요ㅋㅋ)

 

근데 오늘 읽으면서 새삼 포착한건데요. 그 로맨스소설 속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한테 편지를 쓰는 장면이 참 많이 나와요.

심지어 그녀를 위해 따로 일기를 써두기까지 하지요. 할머니 오면 줄거라면서…

 

그 생각이 나니깐 문득… 아 어쩌면 나는 그 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이렇게 십년째 꼼꼼히 봐오고 있기 때문에,

저는 지금 제 옆에 있는 사람까지 포함해서, 앞서 만난 사람들에게

그렇게 편지를 줬고, 또 받기를 원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모르게 어느 새 제 연애방식의 '모범'적인 케이스가 되어버린거죠. 그 장면, 장면들이.

 

나 혹시 지금껏…그 소설 속 그 여자처럼 굴었던게 아닐까…

내 남자친구에게 그 소설 속 그 남자처럼 해주길 바랬던건 아닐까…

 

이거 정말 무시무시한거죠? ㄷㄷ;;  애인이 알면 너 그래서 그딴 히스테리를…하면서 부들부들 떨지도;ㅋㅋ

(따, 딱히 안 써준다고 쌍심지…까지 켠적은 없습니다. 쪼끔 서운해는 했지만)

 

그리고 저 생각에 연이어 그 어느 독자의 감상이 떠오르는데,

아 그때 그 말이 그런 말이었구나! 싶더라구요. 혹여나 미련스레, 소설에 끌려가지 말라던 말이 아니었을까요.

내 사랑은 내 사랑일뿐인데. 내 사랑의 방식은, 나만의 것일뿐인데 말이지요.

그때 생각하면 웃겨요. 그 감상평 보고 나서 저는 무슨 짓(!)을 했냐면, 다이어리에다가 내 사랑은 어쩌고저쩌고라고 적어놨드랬지요.

아니 풀벌레같은 사랑이라니.. 이거 대체 무슨 의미로 적어둔건지. 해충약 칙 뿌리면 훅 가는 사랑 아닙니까-_-;;;

참 뭣도 모르니 그렇게 써놨겠지요. 진짜 지금 생각해도 웃겨요.

 

전 그때 사랑…을 대체 뭐라고 생각했을던걸까요.

그게 그렇게 글 몇줄로 쉽게 남겨질만한것이라고 생각했던걸까요.

아니아니, 그렇게 '써진 대로', '내가 꿈꾸는 것 처럼' 흘러가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던걸까요. 감히…

 

3.

 

그 팬픽 제목은 '어떤사랑'이에요. 참 그럴듯한, 제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직 미완이어서일까요…어떤, 이라는 의미가 더욱 의미있게 다가옵니다.

 

내가 꿈꾸었던 사랑… 어떤사랑이었는지.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사랑…어떤사랑이었는지.

그리고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사랑…그건 정말 '어떤'사랑인지. 혹은 '어떤' 사랑이어야 할지. '어떤'사랑을 주어야 할지.

 

은근히 생각해보게 되는 밤이네요.

이따 전화해서 물어봐야겠어요. 자기야, 나랑 '어떤' 사랑을 하고 싶어…?

…………술먹었냐고 할지도 -_-;;;;

 

 

4. DJ okawari

 

 

 

제가 요즘 훅- 빠져 있는 작곡가에요 ㅠ 

새소리, 나무느낌, 풀 느낌 이런거 너무 좋아하는데..

이 음악 듣고 삘받아서는 이천일아울렛에서 얼마전에 포인트벽지로 새나무벽지까지 사다붙였네요 -_-;;

혹시 이런 느낌이 좋아하시는 분 계실까요…? 그러면 무지무지 반가울듯! 

 

와 써놓고 보니 진짜 제대로 바.낭. 글이네요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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