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씨의 롤모델은..

2010.12.31 02:53

주근깨 조회 수:4320

심형래씨의 상황을 얘기할때 비교되며 자주 거론되는 인물은 일본의 희극인 겸 영화감독,배우인 '기타노 다케시'더군요.


영화스타일이나 상황이 전혀 다른 두사람인데 선상에 오르는 이유는 다름 아니라 영화가 좋으면 희극인이든 정치인이든 관객은 상관하지 않는다.라는 점을 말하다 보니 엮이는것 같아요.

심형래씨가 항상 하는 얘기인 '내가 코메디언이라 내 영화는 저평가 받고 있다'는 말에 반론하며 따라붙는 인물이죠.


사실 기타노 다케시는 포커페이스로 유명하고,그의 유머들도 상당히 엄숙한 편이지 않나요.영화 또한 굉장히 비장하고 진지하며 비관적인것들이 많죠.

여러면에서 심형래씨와 같은 선상에 두기 어려운것 같아요.


제가 생각했을때 심형래씨가 롤모델로 삼으면 좋을듯 싶은 왜국의 인물은 '마츠모토 히토시'인것 같아요.

이사람은 가키노츠카이등 성인취향의 일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는 유명한 코메디언이죠.

심형래씨는 슬랩스틱으로 그의 전성기를 이끌었고,마츠모토는 만담으로 지금의 명성을 쌓아왔으니 본업이 코메디분야에서 둘의 기교는 상당히 다를거에요.

그럼에도 만담 파트너에게 매번 맞는 역할을 맞는 마츠모토는 심형래의 어떤 이미지와 상당히 비슷한 구석이 많다고 느꼈어요.

약간 바보스럽고 엉뚱한 말들을 자주 하는 캐릭터인것도 그렇고,나사 풀린듯 조금 쉽게 보이는 사람이라 심형래씨가 간직한 어떤 접근하기 쉽고,동정도 가는 정서들에 가까운게 있죠.


심형래씨는 영화쪽으로 완전히 자신의 진로를 전향하면서 코메디를 그만두었지만,마츠모토는 몇십년간 계속 방송을 하고 있고,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도 꽤 많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요즘 심형래씨의 감.이라는게 얼마나 날이 서있는지 모르겠어요.가끔 티비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여전히 재밌긴 한데 레파토리는 반복되고,특별히 80~90년대와 달라진건 없어 보였거든요.

반면 방송의 끈을 놓치 않은 마츠모토의 방송을 보면 정말 촉이 좋고,시류에 걸맞는 유머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츠모토도 영화에 관심이 있었는지 영화를 찍었었었죠.

07년도에 '대일본인'이라는 황당한 sf영화.

특별한 유전자를 지닌 주인공은 전기충격을 받으면 거대해져서 지구로 공급해오는 거대 외계인들에 맞서서 끊임없는 전투를 벌인다는 얘기였습니다.

페이소스로 가득한 영화인데 지구를 지키는 히어로는 현실세계에서 남루하기 그지없고,거대 외계인이나 거대해진 주인공이나 그 생김새나 전투나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기 떄문에요.

내용에 걸맞지 않게 생각보다 cg가 괜찮은 영화이기도 했죠.


구박받고 바보스러워서 슬픈 소시민에 대한 이야기와 어떤 b급 취향의 황당한 상상력이나 sf적 세계관.은 심형래씨의 그것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마츠모토가 두번째로 만든 영화는 레슬러에 관한 영화로 알려져 있던데 이역시 황당한 스토리와 황당한 효과로 가득한 서글픈 느낌을 간직한 영화라고 하는군요.


마츠모토의 영화를 보면 특별히 아주 독창적이거나 대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시대를 잘 포착하고,잘 표현해 낸다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시류에 맞는 본인의 유머감각과 유치하고 황당한 취향들을 잘 섞어서 공감이 가고 흥미있는 영화를 만들어내는것 같아요.

규모가 큰 영화는 아니지만 이미지를 부끄럽지 않은 선에서 구현할 만큼의 욕심도 있고요.


방송을 접은지 오래된 심형래씨가 과연 요새 정서를 이해하고 교류할수 있는 코드를 간직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자꾸 애꿋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돈키호테식으로 무미건조하게 따라가려는건 그런 시대를 풍미한 코메디언으로서의 자존감.보다 거대 비지니스의 선구자로서 더 큰 포부를 갖고 있기 때문인걸까요.


심형래씨가 여전히 고 촉.을 간직하고 있다면,꿈을 절충해서 롤모델을 스필버그 대신 마츠모토정도 삼고 영화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럼 진짜 흥미로운 영화가 나올수 있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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