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지난 월요일 밤이었습니다.

그때도 이미 폭염 모드여서 밤에도 쌩쌩 에어컨을 돌리고 있었는데... 문득 하나도 시원하지 않다는 걸 깨달은 거죠.

뭐지? 하고 에어컨을 쳐다보니 에러 코드가 떠 있고. 검색해보니 그 코드의 의미란 '냉매 부족'이라는 것.

말은 '부족' 이지만 그냥 냉방 기능이 사망한 상태였어요. 애타게 이것저것 조작하며 애를 써봐도 아무 쓸 데 없었고 결국 가동 중지.

이 비상 사태에 깜짝 놀라서 게으른 저답지 않게 광속으로 인터넷에 들어가서 AS 신청에 들어갔는데, 내용을 다 입력하고 나니 '가장 빠른 날짜는 8월 7일 오후 1시입니다. 예약 하시겠습니까?' 라는 무심하게 끔찍한 안내창이... ㅋㅋㅋㅋㅋ


이런 일이 벌어지니 방학이라는 게 저주가 되더군요. 차라리 출근을 하면 오전이랑 낮시간은 시원하게 보낼 수 있었는데 말이죠. ㅋㅋㅋ

애들 데리고 외출을 하면 되지 않겠냐... 라고 주변에서 말도 하던데 그건 뭔가 앓느니 죽는 기분이라 어떡하나... 하다가 '그냥 버텨 보지 뭐' 라고 결심을 했습니다.

뭐 생각해보면 그렇잖아요? 20세기엔 당연히 에어컨 같은 거 없이 살았는데요. 그리고 엄밀히 말해 21세기에도 에어컨 없이 살았습니다. 제가 결혼을 하고도 대략 2년 정도는 에어컨을 안 샀거든요. 그동안 쭉 없이 살아온지라 그게 익숙해서 크게 불편하단 기억 같은 것도 없었고.


그래서 뭐 어때!!

고작 일주일인데!!! 하고 집에서 버티기로 결심했으나...



첫날은 정말 고행이었습니다. ㅋㅋㅋ

일단 상식적으로 창문을 다 열었죠. 선풍기도 틀어 놓고 그렇게 버텨봤는데.

지난 한 주 날씨 다들 겪어 보셨잖습니까. 집 양쪽 창문을 다 열어 놓으니 아주 따끈한 열풍이 팡팡 들어오더라구요. ㅋㅋ 

마침 또 제가 사는 집이 햇볕은 잘 드는데 바람은 잘 안 드는 위치에 있어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다음 날엔 작전을 바꿨습니다. 

밤새 창문 다 열어 놓고 버틴 다음에 아침에 거실로 햇살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순간 창문을 다 닫아 버리고 커튼을 팍팍.

덥혀질 순 없다!!! 모드로 전환을 했더니... 뭐 일단은 좀 낫더군요. 그래도 몇 발짝만 움직이는 순간에 땀이 나기 시작하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ㅠㅜ

이러한 상황을 핑계로 가사를 내팽개치고 식사는 배달 음식으로. ㅋㅋㅋ 그래도 다행히 가까이 사는 어머니께서 지원을 해주셔서 집을 뜨겁게 하지 않고도 적당히 먹고 살았는데.

뭣보다 컴퓨터를 쓰는 게 제일 문제였습니다. 지금 제 시스템이 cpu도 gpu도 발열이 적은 편으로 구성한 물건인데, 에어컨 틀어 놓고 살 땐 '와 정말 하나도 안 뜨겁네!'하고 뿌듯해했는데 날씨와 환경이 이렇게 되니 참으로 따뜻하고, 특히 게임을 돌리면... orz



그래도 자식놈들은 잘 지내더라구요.

땀은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할 거 다 하고 놀 거 다 놀고. 심지어 딸래미는 그 와중에 아이브 춤 연습을 하고 있고 막(...) 저처럼 '참아낸다!' 이런 느낌 없이 그냥 자연스럽게 잘 살았습니다.

역시 인간도 신제품이 좋은 거구나. 라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 번 느끼며 보낸 일주일이었습니다.


암튼 이렇게 '살아남아야 한다!' 라는 맘으로 한 주 다 버텨냈구요.

드디어 내일이 에어컨 부활의 날... 입니다만. 이렇게 그 날이 다가오니 설마 AS 기사님께서 '어익후, 여기에 맞는 부품이 없네. 한 3일 정도 걸리겠는데요?' 라고 하실까봐 걱정이 되고 그렇습니다. 안된다구요.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하루 종일 전화해서 진상 부리겠... (쿨럭;)



근데 실은 사나흘쯤 지나니 역시 뭐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건지, 힘들지만 그냥저냥 지낼만 했어요.

다만 예상치 못했던 크리티컬이 하나 있었으니, 아침에 일어나는 게 문제였습니다.

잠이 들 때까진 괜찮은데 자는 동안 더워서 충분히 깊게 잠을 못 드나봐요. 습관적으로 그냥 눈이 떠지는 시각이 있고 눈을 뜨면 걍 벌떡 일어나서 하루 일과 시작하는 타입... 이라고 믿어왔는데. 에어컨 중단 이후로는 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이 무겁고 정신이 몽롱합니다. ㅋㅋ 딸래미가 밥 내놓으라고 깨우면 소파까지 어기적거리며 이동해서 거기 널부러지고. '밥을 내놓으란 말이다!!!' 라고 아우성을 쳐야 간신히 어기적어기적...



그런데 제가 내일은 출근이란 말이죠.

그래서 대충 얼른 자야겠습니다. 라는 급결론으로 마무리합니다.

그나마 저녁에 비가 좀 내려서 그런지 지금은 그럭저럭 괜찮네요. 내일 에어컨님 부활하시면 퇴근 후 일단 부둥켜 안고 눈물 좀 흘린 후에 더욱 더 가열차게 돌려보겠습니다. ㅋㅋ


암튼 이 무더위에 다들 건강, 안녕하시고.

여러분과 더불어 댁의 에어컨들도 모두 건승하시길 빌어 드립니다. 으하하;



 + 그래서 오늘의 뻘글 마무리쏭은



 (아직 하룻밤 남았지만) 일단 살아남았습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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