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5.21 17:02
늘 남기는 후기입니다. 5월의 주제 도서는 지나 콜라타의 사상 최고의 다이어트였구요. 살빼서 광명 찾자는 내용의 책은 절대 아니고.. 모든 다이어트는 실패한다는 암담한 아포칼립스 같은 내용입니다.
책 내용 읽고 각자의 다이어트 경험담 나누고 다이어트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들, 오해들, 생각해볼 거리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마쳤습니다. 결과적으로 다음 모임까지 운동을 하던 절식을 하던 다이어트 해보자는 결심도 했구요. (그 얘기 하자마자 2차로 족발 먹으러 간건 함정..)
정상 체중을 가진 사람들에게 다이어트는 너무 쉬운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좀 쪘네 싶으면 끼니를 거르거나 운동을 하면 쉽게 본래 체중으로 돌아오죠. 세상에는 이런 축복받은 사람들도 있는 반면 먹으면 모조리 살로 가는 사람들도 있고 그 살을 빼는게 담배 끊는 것 만큼 어려운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제 이야기에 등장한 한 남자 이야기를 해보죠. 여친이 통통해서 불만이라고 왜 그 살을 못빼는지 이해가 안간다는 176센티에 65킬로그램의 남자가 있었답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어렸을때 공부를 못(안?)해서 결국 디자이너가 된게 불만이라고 했다고요. 그래서 참석자중 한분이 그러셨답니다. 공부 잘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니가 그렇게 공부 못하는게 이해가 안간다고 했을거다. 니가 공부를 못(안?)한건 결국 니 의지의 부족이냐? 그게 그렇게 개인적인 문제냐?? 라고요.
글쎄요. 살을 빼고 못빼고에는 분명히 의지의 문제와 식습관이라던가 생활습관의 문제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사람은 모두 저마다의 대사량과 운동량이 다른데 마치 개와 고양이만큼 다른 두 사람을 놓고 보면 어떤 사람은 대사량이 높은 몸을 타고 나서 식탐도 없고 야외활동을 좋아할 수 있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기본적으로 대사량이 낮고 단음식과 기름진 음식에 식탐이 있고 어려서부터 부모님 따라 맛집을 다닐 수도 있는거죠. 그런데.. 살이 쪘다고 해서 의지력이 약하다고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일겁니다.
지나 콜라타의 이 책은 아무리 정교한 다이어트도 결국 특정 체중의 4-13% 범위내에서만 영구적인 조절이 가능함을 데이터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티비에서 우와..하고 봤던 다이어트 성공자들의 10년 20년후 모습도 한번 찾아보고 싶네요.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런데 왜 다이어트가 이렇게나 사회적인 관심의 대상일까요? 우리는 날씬하고 젊은 생명에게 호감을 느끼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뚱뚱하고 늙어보이는 것에 본능적인 혐오가 있는지도 모르지요. 만약 그게 아니라면.. 실제로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비만까지도 혐오하도록 만드는 사회적인 움직임이나 세력의 농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퍼뜩 떠오릅니다. 이 책에 따르면 비만과 건강의 상관관계 혹은 학교 급식이나 체육 프로그램을 바꾸도록 개입해도 별로 변동이 없는 학생 비만율 같은 연구 결과는 의도적인 무시를 당한다고도 합니다. 결국 정상 체중 = 건강과 아름다움이라는 공식을 팔아야 하는 어떤 세력이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이런 음모론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뚱뚱하다고 해서 차별 받거나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거나 의지력이 없다고 얕잡아 볼 일은 아니라는 걸 이책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하면 대사량이 떨어집니다. 인체는 그 허기를 기억하고.. 첫번째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에게도 두번째 다이어트는 쉽게 도전하지 못하도록 두려움을 심어줍니다. 반면에 정상체중을 늘 유지하는 사람들은 조금만 살이쪄도 인체가 대사량을 늘림으로써 살이 빠지게 만들고.. 왠만큼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사람은 의지력과 상관없이 애초에 그런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력하지 않아도 공부가 저절로 되는 사람들처럼 말이죠.
비만과 유전의 관계, 대대적인 다이어트 실험의 결과같은 것은 책을 읽어보시는게 좋을 것 같고. 이야기 중간에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동성애가 질병이라거나 노력해서 고칠 수 있는 천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비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살이 찌지 않았거나 쉽게 뺄 수 있는 사람에게는 비만이 노력하면 고칠 수 있는 게으름의 산물일지 몰라도 심각하게 살이 쪘는데 무슨 수를 써도 안빠지는 당사자에게는 동성애의 잘못된 낙인과 다를 바 없는게 아닐까 한다구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성애가 존중받아야 할 개인의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봐야하는 거라면 비만도 마찬가지로 봐야할 이유가 충분하다구요.
마지막으로 살이 찌는 이유는 렙틴이라는 호르몬의 부족으로 야기되는 선천적 질환도 있기는 하지만 극히 일부이고.. 제일 중요한 원인은 역시 소모되는 칼로리보다 섭취한 칼로리가 살이 찔만큼 많기 때문입니다. 노력하지 않고 살을 빼는 방법은 전혀 없으니.. 식습관, 생활습관, 삶의 방식을 바꿔야 살이 빠진다고 합니다.
미쿡에 비하면 지나다니는 모든 사람들이 너무나 날씬하고 정상으로 보이는 우리나라지만.. 몸이 무거워서 좀 빼야겠다 싶으시면 고통(?)을 감내해야 하실듯. 어쨌거나 다음 모임까지 어제 모인 분들은 조금 달라진 모습으로 참석하자고 다짐을 하며.. 마무리로 족발과 막국수를 먹었습니다. (뭐 임마?)
PS : 독서모임 동적평형에 관심있는 신입 회원 약간명(?)을 모집합니다. 기존의 관련 글 읽어보시고 흥미를 느끼시면 쪽지 주세요. ^^
2015.05.21 17:38
2015.05.21 17:46
공부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자의 주장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자 하는 욕구가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는 말만큼이나 위험하고 근거가 미약할 뿐더러 의미도 없다고 봅니다. 설령 유전자가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증명할 건지요. 공부를 열심히 안 하던 애들이 10년 후에도 대부분 여전히 안하고 있다면 근거가 될 수 있나요.
2015.05.21 18:23
월남족쌈 맛있데요 '~'/
2015.05.21 18:25
요즘들어 다이어트와 운동은 지금 멋져 보이려고 하는 것 보다는 나이 들어 각종 만성질환 때문에 삶의 질이 급격히 하락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15.05.22 01:42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다이어트에 가장 관심 많을 젊은 여성의 경우 젊은 시절의 무리한 다이어트가 나이 들어서 각종 만성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2015.05.21 20:55
먹으면 정직하게 살로 가는 체질이라 한때 체지방 40% 가까이 나가는 비만이었고, 지금은 다이어트로 체지방 16% 정도까지 줄인 상태인데요.(남자)
좀 텀을 길게 잡고..(제 경우엔 1년 반) 가볍게! 하지만 꾸준히 운동하고, 술 안 마시고, 야식이나 간식을 먹는 일을 줄일 수 있다면 정상체중까진 의외로 쉽게 빠집니다. 공부보다 훨씬 쉬워요.
다만 체질은 그대로일 테니 과거 그랬던 것처럼 마음대로 먹고 마시고 운동을 멀리했다간 다시 예전의 그 몸으로 돌아가겠지만요...
2015.05.22 03:34
편협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살은 언급하신 극소수 유전적 요인을 제외하고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빠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열역학 제1법칙을 거스르는 존재가 등장하면 모를까. "살 빼는 게 나는 체질상 어려워서 안 돼" 하는 건 힘들게 살 뺀 사람들이 투자한 노력에 대한 모욕이 아닐까요. 동성애랑 비교는 완전 에러에요. 지금 미국의 비만 관련 문제 중 하나는 사람들이 이걸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거에요. 나는 평균 정도니까 살 찐 거 아니겠네? 하고 고도비만인 사람들이 자기는 그냥 덩치가 큰 거라고 자기 위로를 하면서 냅두니 문제가 나아지질 않는거죠. 거기다 개똥같은 정치적 올바름은 비만 얘기만 꺼내면 무슨 신종 나치인것 마냥 사람을 몰아붙이죠. 얼마 전 본 기사에서는 자기 아들을 고도비만으로 진단한 의사를 고소한 부모도 있더군요. 비만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건 비만이라는 이유로 물질적으로 불공평한 대우나 인신공격을 받으면 안된다는 거지, 비만 자체를 정상으로 보는 건 동성애를 정상으로 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봅니다.
2015.05.22 05:08
우리가 젊은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도록 프로그래밍되었을지는 모르나 날씬한 사람에게는 아니라는 것에 표를 던집니다. 현재 기준의 날씬함이 미의 기준이 된 건 한국에서는 불과 얼마되지 않습니다. 당대 최고의 배우였던 최은희씨의 영화를 보면 당시의 미인은 저러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먹고 사는 게 문제가 되었던 시절에는 아이를 잘 낳을 것 같은 통통한 사람이 날씬하고 마른 사람들보다 선호되었습니다. 남자도 풍채좋다고 하는데 이건 꼭 키만 큰 것을 말하지는 않았죠.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다큐멘터리에서는 아프리카의 어느 나라에서 어떻게 뚱뚱한 여인이 미인으로 선호되는가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인류학적으로 분석하는 게 아니라 현재의 관습을 그냥 보여줍니다. 15세의 소녀가 시집을 가는데, 결혼식 날을 받아놓고 신랑 가족에게 신부를 그 때까지 살찌워 보내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소녀는 4개월 가량을 집 옆에 있는 살찌는 방에서 보내는데 거기서는 할머니가 매일 우유를 가져와 먹이며 안 먹으면 매질까지 합니다. 결국 바짝 말랐었던 소녀는 통통한 소녀가 되어서 살찌는 방에서 나옵니다. 신랑의 형도 아내가 있는데 그녀는 예전 기준으로도 비만으로 분류될 정도로 척 봐도 과체중입니다. 남자들이 살찐 여인을 선호해서 그녀는 최고의 신랑감을 얻었지만 (아니면 그녀도 살찌는 방에서 인위적으로 찌웠을지도 모릅니다.) 여러가지 건강상의 문제가 있다고 본인은 살찐 것 싫다고 인터뷰를 합니다.
위의 사례들은 고도비만의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 기준으로는 다들 '돼지'라고 놀려댈 겁니다. 다이어트와 산업에 대해서는 BBC에서 만든 흥미로운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The man who made us fat.
http://www.bbc.co.uk/programmes/b01jxzv8
아마 You Tube에서 찾으실 수 있을 겁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해설자는 다이어트와 다이어트 식품 산업, 다이어트 산업, 운동 등에 대한 관계를 추적해 나가는데 50여년동안 효과가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심지어 모두가 믿는 운동 마저도 장기적으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이 다이어트가 거대한 산업이 되었는가를 보면 한 보험회사의 직원이 통계를 잘못 적용해서 데이타의 평균값 이상을 무조건 비만으로 규정하고 미국 정부가 이 기준을 채택하면서 정상이던 사람들이 졸지에 비만이 되어버립니다. 이 기준이 지금은 수정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표준정규분포에서 평균값에 선을 긋고 그 이상인 인구 절반을 통째로 비만으로 만들어버리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끝으로 이 다큐는 현재의 식품 산업이, 특히 청량음료 산업이 비만에 일조하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언젠가는 담배처럼 이러한 식품이 악으로 규정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면서요.
2015.05.22 08:56
커피와 청량음료 둘 다 향정신성음료라고 하더군요. 무섭죠...
잘 읽었습니다 :)
2015.05.22 10:18
2015.05.22 09:25
다이어트의 의지 부족과 공부의 의지 부족에 대한 논제는 제가 늘 생각하는 바 였습니다. 물론, 언제 한 번 술을 먹고 말 할 뻔 했지만(면전에서) 결국은 참았어요, 잘 했다고 생각 합니다. ㅋㅋ
2015.05.22 15:47
2015.05.23 00:19
쪽지 드렸습니다.
2015.05.22 23:10
자가용과 스마트폰만 없애도 다이어트에 크게 도움 될겁니다. 그렇지만 자가용과 스마트폰은 절대 건드릴 수 없죠
어제 댓글 내용을 다시 한번 씁니다. 미국의 고도 비만율이 그리도 높은 이유가 비만 유전자 때문은 아닐 겁니다. 부유층이 대체로 더 날씬한 이유도 유전자 때문은 아닐 겁니다. 비만의 위험성이 과장되어 있다는 말은 맞지만 지나 콜라타는 유전자의 영향력을 과장하고 환경의 영향을 지나치게 축소하고 있습니다. 정상체중이었던 사람이 잦은 야근과 야식, 음주로 급격히 체중이 증가하는 것이 단순히 대사량 저하 때문은 아니겠지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결국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은 결과이지 그래서 다이어트의 성공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인과관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 조사 대상자가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바꿨는지도 조사하지는 못했으니까요.
다이어트를 실패한 사람을 의지박약자로 여기지 말라는 말보다는 정상체중의 범위를 재조정하고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사회를 비판하는 것이 훨씬 의미있지 않은가 싶은데요. (그런 점에서 다이어트의 성 정치학이라는 책을 추천합니다만.. 별로 새로운 내용은 없습니다)
날씬한 몸만 아름답다고 외치는 사회에서 넌 그렇게 태어났으니 그냥 살라고 하면... ;;;
그리고 각자 일정 범위 내에 체중이 고정되어 있다고 주장한 뒤에 건강한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마무리하면 저자의 주장은 도대체 뭔지...
이 책은 생각해볼 거리를 제공해주기는 하지만 주장이 한쪽에 치우쳐져 있고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