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9 12:04
한부모가정 자녀로서 정말 공감하며 재밌게 보았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여자의 여유를 보며 제가 속이 다 후련했는데 같이 본 친구는 둘이 다시 합치는 건 아니겠지 걱정하더라고요. 저는 오히려 그 장면에서 나는 현재 생활이 너무도 안정되어서 이제 절대 다시 옛날로 돌아갈 일은 없다 라는 차분함이 느껴졌어요.
초반에 여자가 변호사에게 속을 털어놓을 때는 이후에 남자쪽에서 여자가 오해한 부분도 보여주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 뒤 영화 내내 남자 시점 위주로 진행되는데도 불구하고 아 저런 사람이랑 얼마나 힘들었을까, 잘 헤어지려면 또 얼마나 힘들까, 변호사 쓰길 너무 잘했다... 란 생각만 들 뿐이어서 좀 웃겼네요. 심지어 나중에 항변하는게 내가 이렇게 인기있는데도 한 명하고밖에 안 잤잖아! 라니 ㅠㅠㅋㅋㅋ 같이 본 친구는 외도한 무대감독인지 의상감독인지 한테는 집안 인테리어니 뭐니 의견 하나 하나 물어보는 걸 어이없어하더라구요.. 그 결과 너무나 연극무대같은 인위적 인테리어가 탄생한 것도 웃겼지만... 법적 분쟁에서 남자가 자기 손으로 자기 무덤을 파는 걸 정말 열심히 보여주는 것도 그렇고요.
정말 소소한 부분들이 다 리얼하고 웃겼어요. 그렇게 일반 아빠들보다 훨씬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라고 아내도 인정할 정도였는데 결국 아빠랑 하는건 레고하기랑 영화보기 ㅎㅎ 그런데 같이 살지 않으면 정말 정신차리지 않는 이상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죠.. 아빠 입장에서야 정말 사랑하는 마음은 달라진 게 없고 오히려 더 절실해졌는데 왜? 라고 생각하겠죠 ㅋㅋㅋㅋㅋ 할로윈에 프랑켄슈타인 의상을 입고 돌아다녀서 애를 피곤하게 만들기만 하고 같이 재밌는 건 하나도 못 하는 것도 정말 너무 현실적이었어요. 같이 살 땐 애 마음이 바뀌었다, 친구 관계가 바뀌었다는 사소한 정보들이 바로바로 공유가 되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는 게 ㅎㅎ 바뀐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중한 하루를 낭비하는 것...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이고 전부인도 좋게 보았다라고 들었는데 감독의 자녀는 어떻게 보았을지도 궁금해지네요.
2019.12.09 12:34
2019.12.09 12:42
2019.12.09 13:05
2019.12.09 13:11
2019.12.09 13:42
그래도 법적으로 정리된 게 아닌 상태에서 사귄 거니 둘 다 좀 그렇네요.
2019.12.09 14:34
그러게요, 영화 보면서 정신적이든 육체적이든 뭔가 본인도 그 관계에 죄책감 가질 만한 요소가 있었기 때문에 반영한 거려나 싶었어요
2019.12.09 13:14
남자의 첫 변호사가 차분하게 이혼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는데, 돈먹는 불가사리급인 두번째 변호사를 구했을 때 참 안타까왔어요. 그래서 생돈을 날리고 법정에서 서로 얼굴붉힐 짓을 하고 나서야 이혼이 된다는게 아쉽지만, 이혼이라는 과정 자체가 이성만으로 끝낼 수 없는 무언가랄까. 둘이 차분하게 대화한다고 했으면서 바닥까지 드러내는 말싸움을 하고 나서야 화해의 가능성이 보이는 것을 보면서, 그래도 두 사람이 멀쩡한 사람들이어서 십년 후에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영화화 할 수도 있었구나 싶어요.
2019.12.09 14:35
그 말싸움 장면은 정말.... 한편으론 차라리 진작 둘이 바닥을 드러내고 싸웠다면 더 일찍 마무리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특히 그 남자는 살면서 자기가 그 정도의 말을 할 거라는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사람 같던데 사랑이 사람의 근본을 흔들 수 있는 만큼 이별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2019.12.09 16:19
2019.12.09 16:20
왠지 남자 입장 이야기인데 남자가 잘 하는 게 하나도 없더라니 (그리고 뉴욕에 그리 집착하더라니) 자전적 이야기였군요. 전부인은 좋게 볼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이게 자전적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보면 그냥 반성문 수준이라. ㅋㅋ 왠지 한 방에 다 이해가 가는 느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