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양지바른 언덕 2

2019.10.18 19:00

은밀한 생 조회 수:459

통화 기피 증세가 정점을 찍은 오늘, 지친 마음을 스스로 달래보고자 나의 양지바른 언덕 이야기나 써볼까 합니다.

내일 그 애와 가려고 괜찮은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그 애에게 줄 작은 선물도 마련합니다. 둥글둥글한 얼굴에 신나게 주름을 만들며 웃는 그 애 얼굴 표정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환해요. 어떻게 그리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는지 볼 때마다 신기합니다. (너의 얼굴 근육은 경직되는 일이 없단 말이냐) 카메라를 갖다 대도 싱긋 잘 웃고, 조금만 재미난 얘기를 해줘도 하하하 잘 웃어요. 어쩌다 속상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도 친구는 점잖게 투덜대지요. “어우.. 창피한 줄을 모르나봐” 이게 베프의 최대치 욕이에요. 초딩때부터 그 애의 행보를 떠올려보면 끝도 없는 험담에 에너지를 쏟는 일은 거의 없었죠. 성인이 된 후에 아주 가끔 그 애가 속한 직장 조직에 관해서 투덜대는 경우가 있었는데, “썩었어 썩었어..” 하고 “창피한 줄을 모르나봐” 그 정도였어요. 그 외에 가끔 자신이 왜 좀 더 방송국 일을 버티지 못했는가에 대한 약간의 후회 정도... 참 이렇게 시기와 서운함에 휘둘리지 않는 인간도 없을 거 같아요. 춤도 제법 잘 추는 아이라서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 안무를 제 앞에서 선보이곤 하죠. 운동 신경이 좋은 친구예요. 발레 수업도 안 받은 아이가 글쎄 발끝으로 서서 턴을 돌았다니까요.... 얘가 직접 안무를 짜서 고2 때 축제 무대에 반 대표로 무대에 섰었는데 당시 발레리나 출신 체육 선생님이 대단하다고 했었죠. 전 이 친구 웃는 얼굴을 찍어놓고 가끔 들여다봐요. 여기다 올리고 싶지만..... 그건 아니 될 일이니까 참고. 저도 이 친구처럼 편안하고 환하게 웃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거참 카메라 갖다 대면 얼음 땡이나 되고 말이죠. 바보 같아요. 언젠가는 꼭 이웃해서 살고 싶어요. 매일매일 안부를 묻고 우리집에 있는 거 다 퍼주고 얘가 연습해온 아이돌 안무도 보면서 박수치고 함께 감자 쪄 먹고 킬킬대며 늙어가고 싶네요. 사실 한명이 더 있었어요. 나의 양지바른 언덕과 나와, 그리고 사라진 그 친구. 이렇게 셋이었는데.

음 사라진 친구에 대해서 언젠가 써볼 수 있을까 합니다.
보고 싶네요. 살아있기는 할까. 내일 양지바른 언덕과 나는 아마 사라진 그 애에 대해 또다시 추억하겠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144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046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0727
110263 John Witherspoon 1942-2019 R.I.P. 조성용 2019.11.01 330
110262 트럼프 미국대통령 탄핵 조사 절차 공식화 결의안이 하원을 통과했다고 하네요. [2] cksnews 2019.11.01 683
110261 보통 친한 사람이 직장 얘기를 하면 잘 들어주시는 편인가요? [8] 존재론 2019.10.31 924
110260 최종적으로 어느 미래에도 행복이 없다는 진실과 마주하고 [5] 예정수 2019.10.31 930
110259 미안함 [8] 은밀한 생 2019.10.31 849
110258 이런저런 일기...(불목, 팃포탯) [3] 안유미 2019.10.31 511
110257 '조국 사퇴' 외친 대학생들, 공수처 반대 광화문 집회 연다 [9] 도야지 2019.10.31 1179
110256 [게임바낭] 데빌 메이 크라이 5편의 엔딩을 봤습니다 [8] 로이배티 2019.10.31 479
110255 오늘의 80년대 외국 스타 [3] 파워오브스누피커피 2019.10.31 732
110254 동양대 표창장 위조'혐의' vs 검찰의 통제받지 않는 권력 [7] 도야지 2019.10.31 819
110253 밤새 글을 읽고 난 소회 [3] 어디로갈까 2019.10.31 845
110252 문화의 날에 본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스포 조금 있어요) [3] 왜냐하면 2019.10.30 693
110251 B- 좀비 액션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경계선> 짧은 감상 [14] 보들이 2019.10.30 598
110250 <몬티 파이튼 - 완전히 다른 것을 위하여>를 볼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3] 하마사탕 2019.10.30 448
110249 아놀드/린다 해밀턴 동영상 [5] 수영 2019.10.30 686
110248 다들 서울프라이드영화제 가세요? [3] 히미즈 2019.10.30 459
110247 신의 아그네스 [3] 가끔영화 2019.10.30 457
110246 요즘 힘이 되어주는 노래 2곡과 삶의 행방 [3] 예정수 2019.10.30 604
110245 제가 진짜 정치에 무지한데, 조국관련 드는 느낌이 이거거든요 [45] lem 2019.10.30 2072
110244 [한국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보고 있는데 [21] 존재론 2019.10.30 137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