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했어요. 문제는, 퇴근하고 자려고 했는데 막상 퇴근하고 나니 다시 졸음이 오는 zone을 넘어서 버렸다는 거죠. 다음 번 졸음 zone이 오거나 아예 배터리가 0%가 되어버릴 때까지 잘 수 없게 됐어요. 일기나 써보죠.



 1.친구와 만나면 결혼 얘기를 하거나 돈 얘기를 해요. 한데 내게 결혼 얘기는 거의 의미가 없어요. 나는 투자를 할 때 늘 계산을 해보니까요. 그리고 결혼이라는 투자에서 중요한 건 상대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나올건가예요. 아무리 적게 잡아도 20년간은 나를 배신하지 않을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데 20년씩이나 남을 배신하지 않을 인간이 어딨겠어요? 무리죠 그건. 


 그야 이상적으로 생각하면 끝까지 나를 배신하지 않을 인간인 게 좋겠죠. 하지만 그런 건 기대하지도 않아요. 현실적으로, 20년동안만 배신하지 않을 사람이면 결혼하고 싶은데...문제는 그럴 만한 인간이 없단 말이죠. 그래서 결혼 얘기는 해봤자 재미로만 하는 거예요. 친구는 진지하게 하지만요. 



 2.그래서 내가 진지하게 하는 얘기라곤 돈 얘기 뿐이예요. 그리고 돈 얘기는 두가지로 나눠지죠. 얼마나 땡기느냐와 얼마나 세이브하느냐. 아무리 잘 벌어도 정부에서 뜯어가는 게 많으면 엿되는 거거든요. 반대로, 세이브를 잘 하면 돈을 그만큼 버는 것과 같고요. 그래서 친구와 늘 증여세에 대해 투덜거리곤 해요. 


 그야 하다하다 안 되면 최후의 수단이 있긴 해요. 



 3.'흥, 이까짓 나라. 증여세 안 깎아주면 그냥 캐나다나 미국으로 날라 버리면 그만이야. 증여세가 없거나 사실상 없는 곳으로 말이지.'라고 말하자 친구가 대답했어요. '그러려면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둘 다 날라야 해. 나는 쓸 수 없는 방법이지.'라고요. 어째서냐고 묻자 그가 한숨을 쉬고 대답했어요. '우리 아버지는 나를 위해 같이 미국으로 날라 주지는 않을 거거든.' 


 

 4.휴.



 5.지겹네요. 원래 계획은 퇴근하고 자고 저녁에 일어나서 놀러가는 거였는데 말이죠. 미친년들 좀 보러 말이죠. 딱 2시간만 자면 원래 컨디션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은데...어쩔려나.


 사실 자살하고 싶기도 하지만 글쎄요. 자살은 힘든 거거든요. 늘 쓰듯이, 자살을 하려면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몽땅 끝장내버린 다음에 해야 하니까요. 그리고...내 기준에서, 자살하기 전에 반드시 없애야 할 정도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제법 많아요. 하나하나 찾아다니기 힘들 정도로요. 그렇게 힘들게 자살하는 건 못하겠어요.


 

 6.아니 사실, 아직 젊으니까 삶에는 어쨌든 재밋거리가 있어요. 아직 젊다는 건 여러 버전의 내가 있다는 뜻이니까요. 늙어버리면 노인이 되어버린 버전의 본인밖에 없겠지만...젊을 때는 뭐든 하려고 하면 재밋거리를 건질 수는 있거든요. 늙으면 재밋거리가 아니라 소일거리를 찾게 되겠죠. 재밋거리가 아니라 소일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게, 노인의 나쁜 점이예요. 



 7.생각해 보니 밤까지 안 자고 그냥 나가도 되겠어요. 강남 강서 중구 강북...어딜 갈까요? 


 사실 어차피 놀러갈 거면 '나를 제일 필요로 하는 곳'이 제일 낫긴 해요. 요즘은 불경기니까 완전히 그날 장사를 공치는 가게가 점점 많거든요. 아무도 없는 가게에 혼자 가서 의자왕 놀이를 하는 게 제일 재미도 있고, 놀고 가게 셔터를 내리고 난 뒤의 이런저런 기회도 많이 잡아볼 수 있긴 해요. 오늘은 먼저 어딘가를 가기보다는 연락이 오는 걸 기다려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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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이렇게 오랫동안 잠을 못 자면 스스로가 어떤 상태인지 잘 파악할 수가 없어요. 지금 이순간이야 스스로 정신이 말똥말똥하다고 느끼지만 한숨 잔 뒤에 다시 그때의 상태를 복기해보면 인지 능력이 매우 떨어져 있었던 상태였다는 걸 알게 될 때도 있거든요.


 '가게 셔터를 내린다'는 말은 물론 비유예요. 요즘은 다 전자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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